[인터뷰①] 배우 최연우 "아랑가 속 아랑은 나무 같은 존재"
[인터뷰①] 배우 최연우 "아랑가 속 아랑은 나무 같은 존재"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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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아랑가'의 마지막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판소리와 뮤지컬의 절묘한 조화로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휘몰아치는 태풍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들어가는 '아랑' 역의 뮤지컬배우 최연우를 만났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도창이라는 배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다른 배역은 순위권에서 제외할게요. 왜냐고요? 제가 매일 옆에서 보는데, 도창 배역도 물론 힘들지만 도미나 개로는 진짜 기어다니고 오열하고 감정을 엄청 소모해야하거든요. 매일 힘들어하는걸 보고있는 저로서는 굳이 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연우 배우는 다른 배역을 할 수 있다면 도창 역을 맡아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 <아랑가>는 『삼국사기(三國史記)』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475년 을묘년 백제의 개로왕과 도미 장군 그리고 그의 아내 아랑의 이야기를 뮤지컬 적 요소와 판소리를 결합해 만들 뮤지컬이다. 설화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젊은 창작진들의 상상력을 입혀, '아랑'을 둘러싼 두 남자 '개로'와 '도미'의 애절한 인생과 사랑 이야기를 담겼다. 

작품을 맡은 김가람 작가, 이한밀 작곡가, 이대웅 연출은 판소리와 뮤지컬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초연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이번 재연을 통해 고쳐나가며 '전통극의 현대화'의 첫 발을 힘차게 내딛고있다. 뮤지컬 <아랑가>는 2014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시어터 스쿨 페스티벌(ATSF)에서 첫 공연 당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듬해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 공연을 거쳐 2016년 첫 무대에 올랐다. 그해 예그린어워드 연출상, 남우주연상, 혁신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삶'과 '사랑'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뮤지컬 <아랑가>의 아랑 역을 맡은 최연우 배우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아랑'과 초연에 이어 재연에 참여하는 소감을 들어봤다. 

Q <아랑가>에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 사실 사람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이 미화되잖아요?(웃음) 제가 초연 때 정말 전쟁 같은 연습 기간을 거쳤었거든요. 본 공연 올라갔을 때도 저와 필석 배우님이 주축으로 해서 소리를 많이 질렀어요. 다시 참여하게 됐을 때 들었던 생각이 '완벽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힘들게 노력하고 투자했던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고, 소중한 작품이었구나'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의리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재연에 참여하게 됐죠. 

Q 초연 때 힘들었던 기억이 추억으로 바뀐 거였네요.

- 네. 그런데 처음 상견례를 갖고, 모두 모여서 리딩을 하는 순간 깨달았어요. '아, 어떡하지? 얼마나 힘들었었지? 얼마큼 힘들겠구나'라고요. 역시나랄까 연습을 하면서도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 <아랑가>는 어떤 작품일까요. 

- <아랑가>는 현대와 전통음악 함께 하고 있는 뮤지컬이죠. 소리꾼과 뮤지컬 배우가 무대를 함께 꾸미고 있는 특별한 공연입니다.

Q 초연 때 '아랑'과 지금의 '아랑' 달라진 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 많이 달라졌어요. 텍스트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캐릭터를 깊게 파고들면 초연 때는 '평면적인' 아랑이었다면 지금은 '입체적인' 아랑이 된 거죠. 극 중에서 도미와 아랑의 대화중에서도 스위치 된 부분들이 있었어요. 초연 때는 정말 아무 문제 없는 마냥 행복했던 부부에게, 말도 안 되는 개로왕의 갑자기 아랑을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서 사랑을 갈구하고 그것이 집착이 되고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 번개같은 그런 전개였죠. 그때 아랑은 '난 뭐야, 나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고민하던 캐릭터였어요. 

Q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 맞아요. 최근 공연문화계에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변화하고 있죠. <아랑가> 속의 아랑이도 많이 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단순하게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이기 때문에 내가 누구를 사랑해야 했고, 그에 맞춰 아파하고 기뻐하고 슬퍼했었어요. 다시 이 배역을 맡게 되면서 이 부분들에 대해서 작가님, 연출가님, 란주배우랑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변할 수 있었어요. 예전엔 내가 여자이자 아내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기대야 했다면, 지금은 '나 또한 한 명의 사람이고 당신의 아내다', '나는 당신을 포용할 수 있고, 힘이 든다면 기대줄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아랑이 됐죠. 

 

Q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초점을 두는 부분들이 있을까요?

- 저는 보통 한 배역을 맡게 되면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그 인물이 살아온 삶을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아랑가>라는 작품은 사실 설화를 기반으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각색했기 때문에 온전히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배우가 모든 인물을 만들었어요. 초연 때는 아랑이 얼마나 예쁘길래 개로가 그렇게 사랑했을까 하는데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 '예쁨'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요. 초연 때 아랑은 밝은 이미지였어요. 지금의 아랑은 밝고 어두운 부분을 다 가지고 있죠. 저는 이번 <아랑가>에서 아랑이 나무 같은 존재가 됐으면 했어요. 그래서 걸음걸이, 대사, 움직임, 감정, 노래 등 모든 부분에서 전과 다르게 조절했던 것 같아요. 나무 같은 존재, 모든 것을 포용해줄 수 있는... 잔 가지들이 많고, 나뭇잎이 무성하고, 밑동이 큰 나무 말이죠. 이번에는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Q 아랑의 입장에서 남편 도미와 왕 개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변화가 생겼겠네요.

- 사실 이런 부분들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일단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제가 바라봤을 때 두 사람은 정말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해요. 그런데 그 시대상이라는 게 지금과는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 <아랑가> 속 아랑의 입장일 때, 남편 도미는 사실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아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연기할 때 많은 코멘트들이 오갔어요. 극 중에서 짧게 지나가지만 두 사람이 아무런 걱정 없이 말을 오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짧은 대화를 오가지만 아내와 남편으로서 정말 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말, 아내가 남편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이런 말은 했을 것 같다는 말 등을 고민했죠. 남편이 아내에게 자기의 삶을 얼마큼 이야기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몇몇 대사 같은 경우에는 서로 스위치 하기도 했었죠.

 

Q 그 짧은 장면은 절대 뺄 수 없겠네요.

- 맞아요. <아랑가>에서 도미와 아랑이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거든요. 물론 그 안에서도 서로의 고민이 있어요. 그런데 도미가 아랑의 고민을 받은 만큼, 아랑 또한 도미의 고민을 들어주죠. 서로가 힘들 수도, 마냥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삶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잖아요. 서로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고민을 주고받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에요.
 
Q 그렇다면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넘버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일단 처음 <아랑가>라는 작품을 접했을 때부터 느꼈었던, '백제의 태양'이라는 넘버요. '백제의 태양'은 우리 작품의 특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넘버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넘버이기는 하지만 판소리 작창을 통해 두 가지 매력이 서로 공존하거든요. 제가 안 그래도 판소리를 좋아했지만 이 곡을 듣고 나서 정말 충격을 받았었어요. 지금까지도 매번 듣고 있는데, 들어도 들어도 계속 감동이 오는 노래라서 제일 좋아하는 넘버입니다.

아 그리고, 제가 아랑이니까 아랑 넘버도 선택할게요! 아랑의 '달이 진다'라는 넘버에요. 이 곡은 우리 뮤지컬 <아랑가>에서 아랑이라는 캐릭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포인트거든요. 여태껏 가만히 머물러 포용해주던 사람이, 움직이게 되는 의지가 생기는 곡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넘버입니다.

 

Q 만약 아랑을 제외하고 다른 배역을 맡을 수 있다면? 

- 저는 도창이라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사실 이 공연을 알고 있는 모든 배우들은 다 도창이라고 말하겠죠. 이 질문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받아본 적이 있어요. 제가 생각해봤는데, 도창이 아닌 다른 인물들을 다 생각해보면 별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왜냐고요? 다들 엄청 힘들거든요. 도창도 물론 힘들겠지만, 도미나 개로가 매일 힘들어하고 있는 걸 보니까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Q 판소리의 매력이 있나 봐요

- 맞아요. 도창이란 역할은 정말 매력적이죠. 저도 정말 기회가 된다면 판소리를 배워서 해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남자 도창도 궁금하긴 해요. 사실 트랜스 체인지가 된다면 도창이야말로 정말 멋있을 것 같거든요. 나중에 삼연, 사연까지 하게 된다면 이 역할이야말로 남자 도창, 여자 도창 번갈아가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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