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배우 주민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창작극 도전"
[인터뷰 ②] 배우 주민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창작극 도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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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않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주민진
연극 '왕복서간-십오년 뒤의 보충수업'의 준이치 역 캐스팅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그와의 인터뷰

앞서 진행한 인터뷰, 연극 <왕복서간-십오년 뒤의 보충수업>의 준이치 역을 맡은 배우 주민진과의 인터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배우가 된 것 계기에 대해서는 앞에서 밝혔는데, 그럼 배우라서 기뻤던 순간이 있을까

- 사실 입에 발린 말 같은데, 저는 지금도 신기해요. 제가 얼마 전까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작품을 했었거든요. 이번에 작품을 들어갔던 것은 일단 시간도 맞았고 제작진이 불러주셔서 할 수 있었던거든요. 그런데 불과 6년 전에는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 통보에 소리 지르면서 즐거워했던 게 기억나요. 그 당시 '6년 전 민진이'가 했던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뻐서 울었던 것도 생각나요. 그리고 지금 내가 무대에서 멀어지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고, 행복한 것 같아요. 요즘에도 상견례를 가거나, 공연장을 가거나, 대본에 제 이름이 적혀있거나 이런 모습을 보면 소풍 가기 전 날의 설렘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이런 행복이 더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Q 창작 작품 같은 경우, 앞서 뇌를 갉아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매년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창작 작품에 시선을 둔 계기가 있을까

- 단계별로 다른 것 같아요. 우선 창작 작품에는 사회적 기준상에서 인정받고 있는 배우들이 선택하기란 쉽지 않죠. 배우라면 응당 욕심이 가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 있어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제가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뭔가 잘 만들어진 캐릭터, 배역, 작품이 저한테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내가 찾아서 먹어야겠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그게 제 인생을 바꾸는 기회가 된 거죠. 완벽한 대본과 완벽한 제작진이 있는데 배우 자리가 비어있는 경우는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창작진과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아요. 정말 독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하게 됐고, 한 작품 한 작품마다 후회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어느새 저를 믿어주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죠?

- 네. 시간이 지나도 창작 작품들에 대한 공간은 비어있더라고요. 이때쯤 되니 제가 좀 변했어요. 예전엔 살아남기 위해 작업을 했었다면, 지금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했던 작품 속에 제가 그 작품을 빠져도 남아있는 걸 보는 순간 깨달았어요. 이게 창작이구나. 뿌듯했어요. 크지는 않지만 제가 이 대학로에서 뭐라도 하나 남긴 거 마냥 즐거웠죠. 그러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왔어요. 잘 만들어진 작품에 가면 좋죠. 그런데 라이선스 작품을 하면 난 아직 부족한데 주변에서는 연습 충분히 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제가 게을러지는 것 같았어요. 창작 작품을 하면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힘들기 때문에 게을러질 수 없거든요. 그래서 창작 작품이 있으면 참가하는 것 같아요. 여기에 제가 들어가는 창작 작품들이 나쁘지 않더라라는 후기들도 있어서 그런 글들을 보고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이 모든 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아 그리고 창작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제가 빠지고 재연 삼연 과정에서 다른 배우들이 제가 만든 배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맛이 있어요.

 

Q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배역은

- 이 질문이 제일 어려운 질문 같아요. 제가 했던 작품을 찾아보니까 마흔세 개 정도가 되더라고요. 그중에 창작이 서른다섯 개 정도 되는 거 같아요. 흠.. 너무 어려운데요. 일단 항상 꼭 생각하는 거지만 지금 당장 만들고 있는 작품, 배역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잖아요. 지금 만드는 '준이치'가 머릿속에 가장 많이 들어와있어요. 그래도 굳이 꼽아 보자면 <베니싱>의 ‘케이’라는 역할인 것 같아요. 그 역할을 통해 기존의 저의 이미지를 크게 바꿀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이 버킷리스트>의 최강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변주화, 큐라는 연극에서도 그렇고 이 네 명의 성격이 다른데 그런 시점들이 저를 계속 변하게 해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Q 후회가 남거나 아쉬웠던 작품이나 배역은 없을까

- 제가 약간 '반반론자'랄까요? 어느 부분에 있어서 든 좋은 것과 안 좋은 것들이 무조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너무 좋았던 것들에 대해서 그만큼 아쉬움도 느끼는 거 같아요. 말장난 같을 수 있지만. 진짜예요. 케이 같은 경우도 막공날 가서 '아, 케이라면 이랬을 거야' 이런 것처럼 공연 끝나고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같은 공연에 다시 참가해도 또 새롭게 보이고, 이게 매번 그런 거 같아요.

 

Q 올해 이루고자 하는 지점, 부분은?

- 일단 올해 계획된 작품들이 있어서, 올해도 역시 바쁘게 살 것 같아요. 그리고 작품 활동 이외에도 유튜브도 일주일에 한두 개씩 올리려고 하고 있고, 2016년부터 썼던 대본을 무대화 시키려고 노력 중이에요. 사실 올해 올리고 싶은데, 이미 준비된 게 많다 보니까. 내년에는 무대 위로 올릴 수 있도록 노력 중이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고 '역시 주민진 볼만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이렇게 한 해를 꽉 채워 보내고 내년에는 배우로서 활동량을 최대한 줄이고, 이 직업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내년에는 다른 분야로 진출과 동시에 리프레시하고 싶네요.

Q 대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배우와 연출진이 볼 수 있는 시각이 다를것 같은데

- 글은 계속 쓰고 있는데, 글을 쓰고 있으니 작가님들의 말과 행동이 많이 생각나긴 하더라고요. 그때 저나 동료 배우들이 어떤 한 역할이나 장면에 대해 생각과 행동을 표했을때, 작가님이 지적하거나 말해줬던 모습들이 전부 이해가 가더라고요. 배우일 때는 몰랐는데, 내가 작가가 되고 나니 작가로서 지키고 싶은 부분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은 대본 리딩을 하거나, 연습하는 과정에서 일단 작가님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충분하게 구현해낸 뒤에 제 의견을 말하고 있어요. 작가의 시점으로 대본을 읽고, 배우의 시점으로 대본을 읽는 재미가 있어요. 상상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기분이죠.

Q 작품이 올라가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제가 작연출을 다 할 생각이거든요. 제가 준비했던 모든 부분들을 관객들이 보고 갔으면 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여주면 내가 생각하는 모든 걸 보여줄까라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혼날 준비는 이미 하고 있어요. 그래도 2016년부터 죽을 각오를 다해 준비하고 있는 만큼 관객분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작연출로서, 내 작품에 올리고 싶은 배우가 있을 것 같은데

- 사실 이미 두 번 리딩을 진행했었어요. 그런데 참여했던 선배님들이 지금은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시면서 엄청 바빠지셨어요. 그래도 같이 할 수 있다면 일단 리딩에 참여했던 김국희 배우, 이지숙 배우님이 다시 오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려왔던 캐릭터를 너무 잘 구현해주셨었거든요. 두 배우님을 거론하긴 했지만, 이 분들을 외에도 대학로에는 무림 속에 숨어 있는 재야의 고수처럼 연기를 잘하시는 선배님들, 동료·후배 배우님들이 정말 많으셔서 한분한분 찾아가 의사를 물어봐야할 것 같아요. 

Q 쉬는 날엔 주로 무얼 하나

- 최근을 다시 돌아보면, 1년에 한 7일 정도 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게. 작품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에 억지로 딴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작품과 배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프로로서, 일하는 만큼의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대표적인 취미라고 하면 바이크 타는 게 유일한 것 같아요. 연애를 하고 싶어도 누가 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겠습니까. 1년에 7일 쉬는 사람을… 그래서 뭔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 바이크를 타고 있는 것 같아요.

Q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관은?

- 가치관이라고 하기엔 뭐하고. 제가 1년에 열흘도 못 쉬고 있지만, 저에게 있어서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족이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고,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이유?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가끔 밤늦게 일이 끝나고 가족들이랑 전화 통화를 해요.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대화가 가장 가치가 있어요.

Q 이 말만큼 꼭 기사에 나갔으면 좋겠다.

- 우선 지금 준비 중인 연극 <왕복서간>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진심으로 감사할 거 같아요. 그리고 '순간'과 '오늘'에 대해서 시간을 많이 쏟을 수 있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5년 후 이 기사를 다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 5년이라... 5년 뒤면 41살이네요. 제가 40대가 됐을 때 계획한 게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이 기사를 다시 본다면 분명 이불을 차겠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20대에도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의 제가, 민진이가 할 수 있는 최선과 경험할 수 있는 개인적인 진실에 가장 가까웠던 것들에 대해서 말했을 거잖아요. 그래서 분명 이불을 차겠지만, 그때 민진이는 이랬구나, 그랬지 하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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