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 주민진 "왕복서간, 대본 읽어보니 욕심 생겨…"
[인터뷰①] 배우 주민진 "왕복서간, 대본 읽어보니 욕심 생겨…"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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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않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주민진
연극 '왕복서간-십오년 뒤의 보충수업'의 준이치 역 캐스팅
팬들의 편지를 읽으며 힘을 얻는다는 주민진을 만났다

"가장 힘든 것이라면...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저의 어린 시절 역할을 연기하는 친구가 저보다 키가 크거든요.(웃음) 그래서 이걸 어떻게 극복할까 연구 중입니다." 배우 주민진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 소설 <고백>으로 수백만 명의 독자를 매료시킨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연극 <왕복서간-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편지 형식으로만 전개되는 에피소드가 담긴 원작 소설을 무대화로 옮긴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이기쁨 연출과 한송희 작가의 각색을 통해 원작이 가지고 있는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을 그대로 살려 무대 위로 올리게 됐다. 연극 <왕복서간-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중학교 동창이자 오래된 연인 '준이치'와 '마리코'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준이치 역을 맡아 현재와 과거를 오가게 된 배우 주민진을 만나,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올해 그가 이루고자 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반갑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하자면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배우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배우 주민진이라고 합니다. 84년생이고, 올해로 일을 시작한지 14년째가 됐네요. 연기라는 걸 시작한 건 사실 96년도에 단역으로 방송에 출연하면서 시작하게 됐고, 이후에 학교-군복무를 끝마치고 무대 위로 올라온 것 같아요. 제가 나이는 서른여섯이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햇수로는 14년째가 된 주민진입니다.

Q 연극 <왕복서간>에 참여한 이유가 있을까

- 일단 정말 감사하게도, 회사 쪽에서 먼저 캐스팅 요청이 왔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요청했고 받아서 볼 수 있었죠. 대본을 읽어보니까 제가 최근에 맡아왔던 배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가 있었어요. 관객분들에게 형식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람 욕심이라는 게 어느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그래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고, 지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가장 중요한 시점인 것 같고, 또 다른 이유로는 원작을 집필한 미나토 가나에 작가님 때문이었어요. 제가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진 <고백>이라는 작품을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너무 잘 봤었던 작품이었거든요. 작품 속에서 작가님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차가움이랄까, 서늘함이 무대에 올라가면 어떤 느낌이 될까라는 부분에서 궁금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연습을 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Q 연극 <왕복서간>은 어떤 작품일까

- 방금 말해드렸던 부분들에서의 연장선일 수도 있는데, 다른 작품들과는 형식적으로 다르게 다가가는 작품인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보통 작품이라고 말하면 시간과 공간적인 부분에 있어서 한정되어있잖아요. 그런데 연극 <왕복서간> 같은 경우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편지를 쓰면서 그 사이사이에 있었던 시간들을 많이 뛰어넘어요. 그러다 보니 공간과 시간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많이 파괴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이 한 장의 편지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여기에 덧붙여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상상할 수 있는 씬들도 많아서 보시는 분들마다 원하시는 대로 스스로 편집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준이치'라는 배역을 맡았다.

- 네. 이번 작품에서 '준이치'라는 역을 맡았어요. 준이치의 본업은 수학선생님이고, 학창시절에 생긴 사건으로 한 여자와 연이 닿고 사랑으로 발전하게 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내가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 또한 날 많이 사랑하고 지켜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Q 원작이 있지만 그래도 무대 위로 올리는 데 있어서는 힘들었을 것 같다

- 어렵죠. 그런데 사실 모든 작품이 다 어려워요. 물론 라이선스 작품 같은 경우엔 이미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완성된 대본과 많은 트라이아웃, 리딩, 쇼케이스 등을 거쳐서 왔기 때문에 작품의 퀄리티가 높죠. 창작 작품 같은 경우에는 이런 부분들을 모두 함축시켜서 짧은 시간에 높은 퀄리티를 뽑아내야 하니까 연출진도 힘들고 배우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죠. 지금도 연습 중이고, 아직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는데, 그 안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서 가장 나쁘지 않은 퀄리티의 연극을 보여드리기 위해 저도 그렇고 다른 출연진, 연출진 모두가 노력 중이에요. 사실 요즘 창작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고 있는 건데, 뇌를 저 스스로 갉아먹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느낌을 느끼면서 피와 살을 깎아가면서 연습 중이에요.

 

Q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뭘까

- 가장 힘든 것...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저의 어린 시절 역할을 연기하는 친구가 저보다 키가 크거든요.(웃음) 그래서 이걸 어떻게 극복할까 연구 중입니다. 하하. 이런 부분을 떠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일단 편지 형식이다 보니까 제가 신체적으로나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제한 적인 게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대사를 내뱉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동사로 표현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섬세하게 글자들을 나누고 있어요. 우리가 편지를 쓴다고 생각해보면,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사람의 생각이 정제된 뒤에 나오잖아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이걸 보시는 분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있어서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Q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을까

- 원작을 모르셔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연출님의 생각은 저와 다를 수 있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고, 그런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해서 모든 배우들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원작과 다른 점, 비슷한 점을 찾는 재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원작을 몰라도 작품을 보는 것에 있어서는 크게 생각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원작을 읽어 본 관객들은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다

- 맞아요. 사실 소설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마치 영화를 보듯이 하나의 그림을 그리잖아요. 저도 소설을 읽을 때 이런 형상을 겪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무대에서 표현됐을 때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재미일 것 같아요. 그리고 반대로 우려되는 점도 있어요. 원작을 재밌게 읽고 오는 것도 좋지만 구체적으로 너무 많은 그림을 그리고 오시면 연극을 보면서 이질감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원작 소설을 읽으셨던 관객분들이면, 원작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오시는 것보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 지우고 오셔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하게 참고했던 부분이 있다면

- 저는 매 작품 매 역할을 준비할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지점은 제가 맡은 역할이 가지고 있는 역사거든요. 예를 들어 '주민진' 이라는 배역을 맡았다고 보면 과거에 어떻게 자라왔고, 우리가 보는 현실적인 부분까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까지 맡은 배역의 역사를 만들어요. 그리고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그 사람이 직업을 가지게 됨으로써 가지게 되는 방어기제와 말투, 그리고 직업군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을 관찰하고 대화를 통해 말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책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봐요. 그리고 여기에 특별한 사건, 상황이 주어질 때 어떤 태도를 취하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을까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공부하고 찾아보고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Q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인생을 만들고 있다. 따로 정리해서 관리하고 있나

- 관리라기보다는 대본에 많은 코멘트를 적고 있는 것 같아요.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르는 추상적인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죠. 낙서도 많이 하고 그림도 많이 그려요. 저는 느낌이라는 부분을 믿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는, 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생각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걸 모두 구체적으로 남기기를 원하기 때문에 공연에 올라가기 전까지 제 대본은 항상 지저분한 것 같아요.

Q 과거엔 편지를 많이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편지가 오가는 게 드물다.

- 맞아요. 요즘엔 많은 분들이 편지를 주고받지는 않죠. 제가 팬분들한테 선물이나 서포트를 받지 않고 있는데, 유일하게 받는 게 편지에요. 편지는 시간만 조금 허락한다면 큰 금액이 없어도 쓸 수 있잖아요. 사실 비싼 선물을 주시는 분들도 계셨었는데, 편지만 주시는 팬분들이 미안해하시더라고요. 저는 저에게 편지를 주는 그 시간을 투자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통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편지만 받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팬분들이 편지를 진짜 많이 보내주고, 받고 있어요. 한 달에 받고 있는 편지가 500편이 넘죠. 그러다 보니 대본 볼 시간이 부족해서 요즘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 한 번에 읽고 있어요. 사실 제가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가족한테 편지를 쓰곤 있어요. 편지를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것도 있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말들을 전할 수 있어서 편지를 주고받는 걸 좋아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 더블 캐스팅이다.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서로 다르다. '주민진'의 매력은 뭘까.

- 일단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제가 에녹 배우님을 매우 존경하고 좋아하고 있어요. 에녹 형님은 2009년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작품을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형님은 남자 주인공이었고, 저는 앙상블이었어요. 에녹 형님은 그때도 친절하게 잘해주셨어요. 어느 순간부터 같은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형님을 보고 배운 것도 많아요.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 분석을 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물어보니까 형님은 캐릭터 구축을 위해서 일본 변호사와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만나고 공부해오셨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형님보다 더 잘하는 게 없어요. 그래도 굳이 뭔가를 찾아보자면 제가 조금 더 배역의 나이와 가깝다는 거?(웃음)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요? 하하하.

 

다음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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