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제11화-제가 돈독 오른 여자로 보입니까?
[기업소설] 제11화-제가 돈독 오른 여자로 보입니까?
  • 이상우
  • 승인 2019.0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입사한 조민지 사원이라고? 그래 급한 볼일이라는 게 무언가?”

영종유지의 홍명환 사장은 조민지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홍 사장은 TV 다시보기를 틀어놓고 골프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조민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장이 야속했다. 아무리 말단 사원이지만 사람이 들어오면 쳐다보기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누 납품 보고를 드리려고 했는데... 바쁘신 모양이군요. 다음에 오겠습니다. 한 달에 5만인데...”

조민지가 일부러 돌아섰다. 천천히 문 쪽으로 가는데 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건방지게... 5만원이 어쨌다는 말이야?”

홍사장이 벼락 치듯 소리를 질렀다.

죄송합니다.”

조민지는 공손하게 문을 닫고 사장실을 나왔다. 기분이 대단히 나빴다. 정말 백 회장 말대로 강원그룹으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왈칵 들었다.

이봐요. 민지씨!”

그때였다. 비서가 뒤따라오며 조민지를 불렀다.

뭐예요?”

조민지가 천천히 돌아서서 벌레 씹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사장님이 들어오래요. 아니 그냥 나가버리면 어떡해요. 사과드리세요.”

조민지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공손하게 노크를 하고 사장실로 다시 들어갔다.

홍 사장은 TV를 끄고 화난 표정으로 조민지를 쳐다보았다.

조민지를 한참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5만원어치 납품을 한다는 얘기야, 뭐야?”

“5만원이 아니고 한 달에 5만개씩을 납품하는 길을 뚫었다는 보고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홍 사장은 눈이 둥그레졌다.

“5만개 씩 납품한다고?”

. 그 보고를 드리려고 했는데... 바쁘시면 다음에 보고 드릴게요.”

조민지가 일부러 고집을 부려보았다. 괘씸해서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얘기해 보아.”

우리 영종유지의 화장비누를 한 달에 5만개 씩 납품하도록 하는 길을 뚫었습니다.”

“5만개? 뭐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홍 사장은 그제야 눈이 번쩍 뜨이는지 고개를 들고 조민지를 다시 쳐다보았다.

!”

조민지는 일부러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비누를 한 달에 5만개 씩 납품할 수 있는 길을 뚫었단 말이야? 어디야 그곳이...”

좀 앉아도 되겠습니까?”

사장은 소파에 다리를 벌리고 비스듬히 앉아 있고 조민지는 꼿꼿이 서 있다는 것이 어쩐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앉아요. 앉아.”

조민지는 사장 앞자리에 얌전하게 앉아 말을 계속 했다.

제가 강원그룹의 백삼식 회장님을 설득 시켰습니다. 우선 한 달에 5만개씩만...”

강원 그룹이라면 진선유지가 독점납품하고 있는데...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요. 그 중 4분의 1만 같은 단가로 저희회사가 납품하도록 했습니다.”

! 대박! 그것 진짜 굉장한 일이야. 그런 어려운 일을 네가... 아니...”

조민지입니다. 올해 입사한 23기입니다.”

, 조민지. 백 회장이 민지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지? 성이 다르니까 아니지.”

홍 사장은 대단히 흥분했다.

할아버지라도 비지니스는 그런 정실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건 그래. 맞아. 정말 수고 했어. 정말 조, 조민지가 회사를 살렸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혼자 해내었지?”

홍 사장은 칭찬과 감탄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홍사장의 말은 조민지를 열 받게 했다.

“5만개라... 한 달에 10프로 줄게.”

제가 돈 바라서 한 일이 아닙니다. 사장님 정말 섭섭합니다.”

조민지가 발딱 일어섰다. 그러나 그 다음 홍사장의 말이 조민지를 더욱 열 받게 했다.

아니, 내가 너무 인색했나? 알았어. 15프로 떼 줄게.”

사장님!”

조민지가 정색을 하고 사장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홍 사장은 조금도 낯 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냥 빙그레 웃고 있었다. 조민지는 사장의 그 웃음이 어쩐지 비굴하게까지 보였다.

조민지는 화가 계속 가슴을 치밀고 올라왔다. 그러나 꾹 참으려고 침을 한번 삼키고 심호흡을 한 뒤에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제가 돈독 오른 여자로 보입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