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한투·대신, 10년 만에 신규 부동산신탁사 ‘낙점’
신영·한투·대신, 10년 만에 신규 부동산신탁사 ‘낙점’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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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싹쓸이’ 속 NH농협·키움증권 등 유력 후보들 탈락 이변

신규 설립 예정인 신영자산신탁과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 세 곳이 10년 만에 빗장이 열리는 부동산신탁 시장에 새로 진입한다. 강력한 후보로 꼽히던 NH농협금융지주와 다크호스로 거론되던 에이엠자산신탁(키움증권)은 탈락의 쓴 맛을 봤다.

금융위원회는 3일 오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임시회의를 열어 외부평가위원회가 선별한 신영·한투·대신 3개 신탁사의 예비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는 이날까지 3박4일 합숙 심사를 통해 신청자 12곳 가운데 3곳을 가려냈다.

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0년 만에 부동산신탁회사에 진입하는 3개사 모두 증권 계열이 낙점됐다. 신영자산신탁은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대신자산신탁은 대신증권이 설립하는 회사다. 한투부동산신탁은 계열사를 통해 증권업을 하고 있다. 이들 3개사는 예비인가 후 6개월 안에 인적·물적 요건 등을 갖춰 본인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혁신·공공성’이 좌우한 인가전
쟁쟁한 금융회사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부동산신탁 인가전의 승부처는 혁신성과 사업 시너지 부문이었다. 예비인가를 받은 컨소시엄은 부동산신탁업을 통해 개인 간(P2P) 금융사업, 소규모 개발사업, 도심재생사업 등 신사업을 제안했다. 또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이나 리츠와의 시너지, 재산 증식 도우미로서 역량을 높이 평가받았다.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손잡은 신영자산신탁은 중소형 빌딩 소유주에 대한 개발·분양·임대·관리 등 전 과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재산관리 플랫폼과 노후·낙후 지역 재생 및 개발 프로젝트 등 사업계획의 혁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신자산신탁은 부동산신탁을 통한 도심공원 조성, 폐산업시설 활용, 창업클러스터 조성 등 사업계획의 공공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가를 통해 대신금융그룹은 대신증권이 부동산 PF를 맡고, 대신저축은행이 자금 조달, 대신자산운용이 펀드 운용 등을 나눠 맡는 부동산 관련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한투부동산신탁은 P2P 플랫폼을 활용한 ‘책임준공형 관리 신탁’사업을 제안했다. 자산이 많지 않은 2030세대 재산 증식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공공성과 혁신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주역량에서도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우리은행·현대해상·카카오·SH공사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차입형 신탁’은 2년 후 가능
금융위는 3개사에 예비인가를 내주면서 “관계 법령상 요건에 부합하는 임원을 선임해 부동산 신탁업 본인가를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또 본인가 2년 후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영위해야 한다는 부대조건도 부과했다.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는 부동산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걸 의미한다.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 이익을 향유할 수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와 함께 미분양시 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인가전 최대의 이변은 가장 유력했던 NH농협금융지주·농협네트웍스 컨소시엄의 탈락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번에 신청서를 낸 유일한 은행 계열이었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부동산자산운용업계 강자인 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키움증권 컨소시엄도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11월 예비인가에는 이들을 비롯해 부국증권, SK증권·바른자산운용 컨소시엄, 진원이앤씨, 큐캐피탈 파트너스, 스톤브릿지 컨소시엄 등 총 12곳이 신청서를 냈다.

부동산신탁사는 현재 11개에서 연내 14개로 늘어난다. 그동안 안정적인 시장 성장을 영위했지만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이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인가 이후에도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를 통해 신규 진입 효과와 시장의 경쟁 상황을 지속 점검해 추가 인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발행어음 자금 불법 활용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제재 수위가 한투부동산신탁의 예비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경식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발행어음 관련 징계와 부동산 신탁업 허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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