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맹봉학, "꿈? 배우가 아무걱정 없이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 제작" [인터뷰]
배우 맹봉학, "꿈? 배우가 아무걱정 없이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 제작" [인터뷰]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2.2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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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캐스팅 제안이 많이 안들어와 힘들다. 그래도 연극을 통해 팬분들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영화배우, 그리고 '삼순이 아빠'로 기억되는 배우 맹봉학과의 인터뷰.

"목표요? 기회가 된다면 배우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카페랑 공연장이 있는 건물을 만드는거에요. 카페를 통해 운용비를 충당하고, 배우들이 나이를 떠나서 무대 위에서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고, 만드는게 목표이자 꿈인 것 같습니다" 배우 맹봉학은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극 무대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배우가 있다. 그에게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삼순이 아버지'가 수식어로 따라붙는다.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탤런트 겸 배우 맹봉학이다. 그는 배우로서도 유명하지만 '촛불 집회 참석 연예인', '시민운동하는 배우' 등으로도 유명하다. 2월의 어느 날 대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맹봉학 배우를 만나 그가 바라보고 있는 대학로, 그리고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자기소개를 하자면

▲ 반갑습니다. 저는 연극을 삼십 년째 하고 있는 배우 맹봉학이라고 합니다. 10년 전까지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을 골고루 했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오지 않아서 못하고 있지만 언제나 다 잘할 수 있는 배우입니다. 사실 정권이 바뀌면서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안되고 있는 그런 케이스의 연극배우입니다.

- 지금은 연극을 주로 하는 것 같다.

▲ 맞다. 작년에는 <고향마을>이라는 작품을 올렸다. 작년에 올렸던 작품이 성황리에 끝났다. 앙코르도 올라갔던 작품이다. 올해 또 올릴 수 있게 계획을 하고 있기는 한데, 돈이 없어서 자본을 끌어모을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4월부터 한 달간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작품을 한 개 올리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현재의 부조리한 사회와 내부고발 이런 모멘트들을 주제로 작품을 계획했다.

-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 이런 갈등 구조나 문제들이 지금 대중들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고, 제가 맡은 배역이 저 자신을 공격하는 그런 작품이라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새롭기 때문에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올렸던 작품 자체도 처음 시작했을 때 반응과 끝날 때 반응이 달랐었다. 결과가 엄청 좋아서 앙코르 공연도 올렸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사실 극장 대관료와 돈 문제 등이 커다랗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다시 무대 위로 올리고 싶은 공연은 많은데 그걸 올릴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다.

-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 영화나 드라마, 연극까지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해왔던 것 같다.

- 연기를,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 사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다. 성당을 열심히 다녔는데, 성당에서 하는 '문학의 밤'에서 주인공이 됐다. 사실 수도원을 가는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결정하고 연극하는 곳을 향한 것 같다. 그렇게 연극하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23살 때 연극을 시작했다. 그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의 매체를 하나의 옷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나랑 가장 잘 맞는 옷은 어떤 걸까

▲ 사실 드라마를 많이 기억해주시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드라마 보다 영화가 잘 맞는 것 같다. 드라마의 경우에는 실수하면 다시 찍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주조연이나 고정이 아니면 대화를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쪽 대본을 가지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본을 한 번 까먹은 적이 있는데,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촛불집회 참석했던 2008년 이후에 준비 중이던 작품이나 출연 중인 작품 등이 전부 끊겨서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이후에 배역을 맡고 싶어도 2~3회짜리 짧은 극이거나 전문지식이 필요한 어려운 대사가 가득한 배역이 들어와 어려운 것 같다. 

 

-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영감을 받는 무언가가 있다면

▲ 사실 어릴 적에는 어떤 배역을 맡으면 그 배역에 맞는 무언가를 찾아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딱히 그런 부분들은 없는 것 같다. 영감이라기보다는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큰 자산으로 남은 게 정신과 환자분들과 함께한 '사이코드라마'다. 환자가 주인공이 돼서 그분이 원하는 걸 이뤄내는 그런 내용이다. 환자가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 여자친구가 되고, 사장이 되고 싶다고 하면 그 밑에 직원이 되기도 했다. 이 경험들이 쌓이고 쌓인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많이 보면서 다양하게 공부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쉴 때는 주로 무얼 하나. 취미가 있다면?

▲ 38살 때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동안 마라톤이 좋기는 했지만 따로 하지는 않았는데, 매일 술만 먹고 건강이 안 좋아져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게 나한테 잘 맞는 건지 몰라도 6개월 만에 풀코스를 뛰었다. 그리고 수영도 배우고, 라틴댄스, 스페인어 등 다양한 걸 배우고 있다. 

- 수십 년 전 대학로와 지금의 대학로는 바뀐 게 있을까

▲ 사실 사회가 변화하면서 바뀐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 연극하는 사람들은 가난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자긍심은 크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를 돌아보자면, 가난하고 자긍심도 낮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연극배우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사실 연극쟁이, 연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자기가 좋아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공연을 올리기 위한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입장료는 점점 저렴해진다.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공연문화계 쪽이나 국가가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해주던가 그 라인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단순히 '딴따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부분들이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많은 작업들을 해왔는데 후회되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 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했던 한 작품이었다. 남자와 여자, 두 명이서 무대를 이끌어 나가는 2인 극인데, 공연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을 때 상대 역할을 맡았던 여배우가 팔에 깁스를 하고 왔다. 다른 배우로 교체를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남은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을 가기 위해서 다친 척 석고 밴드를 붙이고 온 거였다. 그때 '아 내가 얼마나 잘못했으면, 그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이랬을까" 등의 느낌을 받았다. 많이 후회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상대 배우에게 잘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 과거와 미래 어느 한 지점으로 갈 수 있다면?

▲ 지금까지 살아온 지점들에 대해서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도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중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가 보고 싶다. 40대인가 50대 영어 선생이 있었는데, 숙제를 안 해왔다고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분필가루를 입에 넣고 모욕했다. 그래서 그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운동부에 들어갔었다.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공부에서 멀어졌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간다면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 수십년간 배우로 활동했다. '내'가 본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 아니면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나

▲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공연장도 더 생기고 하겠지만, 뭔가 확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배우들이, 내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우리 극단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우리만의 공연장을 갖는 것?일까. 앞서 말했었지만 공연장과 카페가 한곳에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극단도 운영하고 힘들어하는 배우들을 알바로 쓰고 수입을 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1년에 4작품 이상 올리면서 많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 섰으면 좋겠다. 지금 연극인들을 위한 저렴한 식당도 계획하고 있다.

 

- 연기를 시작하는 청소년 혹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조언이라기보다는 학창시절 꿈이라는 건 매일 바뀌는 것 같다. 자기 꿈을 즐겼으면 좋겠다. 내가 이 꿈으로 인해서 아주 잘 될 거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이런 것들보다는 '내가 즐기고 있는가' '내가 행복한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접근했으면 좋겠다. 그 후에는 운이 따라줘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결국엔 즐기는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 연극에도 배우가 있고, 연출가와 작가, 조명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이 있으니 모든 걸 다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중에서 자기한테 잘 맞는 옷을 찾고, 그 옷을 입고 즐겼으면 좋겠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보고 있어도 좋고, 그 사람도 다른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더라. 오래 하고 싶으면 무대든 화면 속이든 즐겨라.

- 2019년 기해년 목표가 있다면

▲ 일단 올해 올라가는 공연들이 전부다 잘되면 좋겠다. 그리고 지난해 올렸던 <고향마을>이 다시 앙코르 무대로 올라갔으면 한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식당이라던가 카페, 공연장 같은 부분에 있어서 기초 작업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배우로서 제가 더 떳떳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 말만큼 기사에 꼭 나왔으면 좋겠다.

▲ '저 사람 참 멋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연극인들이 무대에 오르지만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빛날 수 있는 멋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배우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변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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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2019-03-03 08:11:58
인자하고 자상한 마스크
2019년 비쁜 한 해가 될 것
기대합니다

발광 2019-03-03 08:09:09
삼순이 아버지 왕성한 환동 기대됩니다

야광 2019-03-03 08:07:49
꿈믈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오프로 2019-03-02 16:19:03
참여연대마라톤모임회장님 화이팅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