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 부회장, 잇딴 악재에 리더십 위기...경영승계도 차질 예상
정의선 현대 부회장, 잇딴 악재에 리더십 위기...경영승계도 차질 예상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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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폐의혹 관련 본사 압수수색에 이은 비정규직 사망사고
'제2의 김용균'사고 지적 속 현대가 노사문제로 불똥 튈 가능성 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기술 연구소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를 배웅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기술 연구소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를 배웅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잇딴 악재로 곤혹스럽다.

20일 차량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  현대·기아자동차가 압수수색을 당한데 이어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이모씨가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 실질적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부회장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량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시민단체로부터 당사자로 고발을 당했다.

검, 현대·기아자동차 압수수색

20일 검찰이 '차량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현대·기아자동차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형진휘)는 "(자동차관리법 등)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현대·기아차 품질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 문서를 확보했다. 경기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2017년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차 차량에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잇달아 발생하자 차량 결함 조사에 나섰다. 이후 △제네시스·에쿠스 캐니스터 결함 △모하비 허브너트 풀림 △아반떼·i30 진공파이프 손상 △쏘렌토·카니발·싼타페·투싼·스포티지 등 5종 R-엔진 연료 호스 손상 △LF쏘나타·LF쏘나타하이브리드·제네시스 등 3종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불량 등 차량 23만8000대에 대해 강제리콜을 명령했다. 당시 국토부는 "의도적으로 결함을 은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또 시민단체 YMCA는 2017년 "고객 민원 등을 통해 엔진 결함 가능성을 알았는데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 사망사고 '제2의 김용균 사고'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 이 모씨(50) 가 작업 중 숨졌다. 이씨는 외부 용역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는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노후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동료 3명과 함께 현장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씨는 컨베이어벨트 부품 교체 작업 중 잠시 뒤로 물러났다 옆에 있는 다른 컨베이어벨트에 빨려 들어갔다고 현대제철은 설명했다.

이씨와 함께 현장에서 일하던 동료로부터 사고 신고를 접수한 공장 측은 해당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즉시 중단했다. 숨진 이씨가 언제부터 당진공장에서 근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현재 경찰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관계자들이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안전사고로 인해 모든 공정이 멈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장에 함께 들어갔던 근로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정의선 경영승계 차질

정 수석 부회장의 경영승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현대오토에버 IPO 절차에 돌입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1대주주 현대차(28.96%)에 이어 현대오토에버 지분의 19.46%(402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오토에버는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을 8400억원에서 9240억원 규모로 예상했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1635억~1798억원으로 늘어난다.

현대오토에버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구주매출할 주식 316만2420주 중 정 부회장의 지분 201만주가 포함됐다. 정 부회장은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 201만주를 팔아 지분율을 9.57%로 낮추고, 800억원대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올해 배당액을 크게 늘렸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주권익 강화의 일환으로 배당을 전년에 비해 10% 늘렸다. 정 부회장은 288억원의 배당을 받게 됐다.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과 현대글로비스 배당금만으로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에버를 시작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11.7%(89만327주) 지분을 보유 중인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상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19일 기준 82만원(1.23%)으로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 부회장의 비상장주식 가치는 이날 기준 7301억원 수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현대모비스 분할 및 글로비스 합병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계획을 중단했다.

이번 악재로 정 부회장이 추진하고자 하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정회장의 경영승계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 일각에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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