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기지 활성화 필요하다
역모기지 활성화 필요하다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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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있지만 생계비 마련이 어려운 노년층이 늘어남에 따라 역모기지 활성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적보증 체계를 마련하고 과감한 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이 요구된다. 최근 일부 은행과 보험사가 역모기지론 상품을 내놓았으나 이전의 역모기지 상품과 마찬가지로 판매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역모기지 활성화 법안의 제정을 검토하는 등 제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역모기지 활성화가 시급한 국내 노년층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고 제도 정착을 위한 활성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런 방안들이 실행되었을 때 예상되는 효과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우리나라 노년층의 절박한 현실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빠른 고령화와 출산율 급감으로 우리나라 청장년층의 노인 부양 부담이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 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향후 꾸준히 증가하지만, 15~64세의 청장년층 인구는 2010년대 중반을 고비로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970년 5.7에서 2000년 10.1로 늘어난 노년부양비율은 2030년에는 35.7까지 높아지게 된다. 노년부양비율이란 15~64세의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 수를 의미한다. 즉, 100명의 청장년층이 1970년에는 6명, 2000년에는 10명의 고령자만을 부양하면 되었지만, 2030년에는 무려 36명의 고령자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처럼 자식 여럿 낳아 이들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년층이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의 ‘가구소비실태조사’에 의하면, 60세 이상 가구의 연간소득은 2,121만원으로서, 30세 미만의 2,325만원, 30대의 2,901만원, 40대의 3,492만원에 비하여 크게 적었다. 2000년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중 65세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4.2%에 달한다. 조기퇴직이나 노년층 재취업 부진 등으로 생계 수단이 막막한 노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노년층에 대한 공적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미흡하다. 60세 이상 중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은 1995년 0.9%에서 다소 늘었으나 2000년 9.3%에 불과하다. 여전히 노년층 10명중 9명은 공적인 사회보장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노년층이 대부분 국민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의 세대이고 청장년기에 주로 소득축적 기회가 적은 농어업 등에 종사함으로써 노인이 된 지금 연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양로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 시설의 건설 및 운영에 소요될 막대한 재원도 문제지만 노인복지 차원에서도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 결과에 의하면 86%에 달하는 노인들이 양로원이나 기타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기 집에 그대로 머물러 살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과 이웃들,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집은 있지만 생계는 막막 통계청의 ‘가구소비실태조사’에 의하면, 가구주의 연령을 기준으로 60세 이상 가구의 주택소유비율은 80%로서, 30세 미만의 24%, 30대의 47%, 40대의 67%에 비하여 매우 높았다. 이는 사는 집은 있지만 생계 유지가 어려운 노년층이 많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년층이 거의 유일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주택을 이용하여 생계비를 마련하고자 하더라도 이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일시에 목돈이 들어와 장기간에 걸쳐 생계비를 조달하고자 하는 수요에 맞지 않는다. 또한, 받은 목돈을 운용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대출금리보다 휠씬 낮은 예금금리로 다시 은행에 돈을 맡기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대출만기가 돌아오면 이미 생계비로 써 버린 목돈을 갚을 방법이 없어 담보로 제공한 집을 처분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 최근에는 주택을 팔아 자신은 더 작은 집에 전세를 살고 남은 차액으로 다른 작은 집을 사서 월세로 내 놓아 생계비를 조달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월세 수입이 생계비에 모자라거나 자신이 사는 집의 전세가격이 상승할 위험성이 있다. 이처럼 일단 생존 시에 주택을 매각하게 되면 이후 주거할 곳이 마땅치 않고 매각 이후 집값 상승시 기회손실이 매우 커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직 진정한 역모기지론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노년층의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역모기지(reverse mortgages)는 거주할 집만 있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대다수 노년층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역모기지론은 노년층이 자기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달 일정액 또는 일시불로 자금을 빌려 쓰되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거나 이사하기 위해 집을 처분할 때까지는 원리금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금융상품이다. 사망, 이사, 매각 시에만 원리금 상환의무가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주택 매각대금에서 대출원리금을 상환하고 남는 잔액은 대출자 또는 그 상속자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미국의 역모기지론과 비교해 보면 지금까지 국내 금융기관들이 역모기지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대출상품들은 사실상 변형된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출시된 역모기지론 상품을 살펴보면, 대출 연령에 제한이 없고, 만기시에는 반드시 주택 매각, 일반 주택담보대출 전환, 자녀 명의로의 대출채무 이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더욱이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면 대출기간은 5년을 넘을 수 없다. 대출기간이 10년을 넘을 경우 담보인정비율이 60%를 넘을 수 없어 주택가격에 비해 실제로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금리도 고정금리 대출은 7% 후반에서 8% 초반으로 높은 편이고 변동금리 대출은 시장연동금리에 2~4% 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어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높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역모기지론과 같은 진정한 역모기지론 상품은 출시된 적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기존 역모기지론 상품의 판매 실적이 미미하다는 사실만으로 국내의 역모기지론 수요가 적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공적 보증이 역모기지 활성화의 관건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은 고령자들의 대출 수요에 부합하는 역모기지론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고령자들은 역모기지론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 독자적으로 미국식 역모기지론 상품을 팔기에는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식 역모기지를 실행하고자 할 경우, 대출 금융기관은 3가지 리스크(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부동산가격 리스크이다. 담보로 제공된 주택의 가격이 실제로 대출자가 사망하는 시기에 얼마가 될지 불확실하고 크게 하락할 경우에는 담보가 부족해질 수도 있다. 둘째, 금리 리스크이다. 수 십년의 장기간이 될 수도 있는 대출기간 동안의 금리를 예측하기 어렵고 금리가 상승할 경우에는 대출 금융기관에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셋째, 장수 리스크이다. 당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대출자가 오랫동안 생존함으로써 주택 매각을 통한 원리금 상환 시기가 지연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리스크를 민간 금융기관들이 대출조건에 반영할 경우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주택의 담보인정비율은 낮아진다. 결국, 집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더라도 필요한 노후생계비를 마련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되어 노년층은 역모기지론 사용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기관인 연방주택국(FHA: 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의 보증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고 있다. FHA는 대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담보주택의 가격 변동, 이자율 변동, 대출자의 생존 기간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보증해 주고, 대출자에 대해서는 대출 금융기관의 파산 등의 경우에 대신 생계비를 보증 지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험료는 역모기지론 이용자인 대출자가 부담한다. 따라서 역모기지론 이용자들은 당초 계약기간 이상으로 장수하더라도 당장 주택을 매각하여 원리금을 상환할 필요가 없으며 이후 기간에는 이자만이 계속 누적되다가 대출자의 사망 이후에 원리금과 함께 청구된다. 1989년 FHA가 보증하는 역모기지론인 HECM (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이 처음 도입된 이후 HECM은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역모기지론 상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 역모기지론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역모기지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매월 수천 건이 판매될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것은 이러한 공적 보증에 힘입은 바 크다. 다양한 역모기지 활성화 방안 아직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정부는 올해 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모기지를 잘 활용하면 공적연금 및 대규모 요양시설 등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 없이도 민간 차원에서 노년층의 생활보장 및 주거안정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즉, 민간 금융기관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범위 내에서 대출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접점을 찾되 그 괴리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은 정부가 부담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방안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용대상을 명확히 정하고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생계비 마련이 어려운 노년층에게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지원대상 연령 또는 주택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62세 이상, 영국에서는 65세 이상의 주택소유자로 역모기지론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둘째, 금융기관과 대출자가 부담하는 위험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공적인 보증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보증의 신용도가 높아질수록 역모기지론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주택의 담보인정비율은 높아져 노년층에 더 많은 생계비가 대출될 수 있다. 셋째, 공적 보증의 비용을 낮추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증 비용은 기본적으로 대출자가 부담해야 하겠지만 역모기지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감안하여 대출자의 형편에 따라 일정 부분 정부가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미국 HECM의 경우 보증 비용은 총대출액의 2%(최고 한도 2천불)와 대출원리금의 0.5%의 합계이지만 대출자의 상황에 따라 차등적용하고 있다. 넷째, 실질적인 대출금리를 낮추는 과감한 세제 지원으로 역모기지 이용의 메리트를 높일 필요가 있다. 담보 제공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 등 보유세를 감면하거나, 향후 매각시에는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대출 초기 비용인 근저당 설정비를 면제해 주거나, 연금 형태의 대출금 수령액은 세액 공제해 주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섯째, 현재 ‘주택의 구입 또는 건축에 소요된 대출자금’으로 한정된 주택저당채권의 유동화 대상 범위에 역모기지론을 포함시켜야 한다. 수십년이 소요될 수도 있는 대출채권의 유동화를 통해 자금수요자는 더 많은 자금을 공급 받을 수 있고, 대출기관은 상대적으로 단기로 조달된 자금이 장기로 운용되는 데 수반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주거 대책의 완성 역모기지론 활성화는 모기지론 활성화 및 노년층의 소비 진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지출에 비해서 많은 청장년기에는 저축(모기지론)을 통해서 집을 장만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지출에 비해서 적은 노년기에는 대출(역모기지론)을 통해서 생계비를 조달하는 라이프사이클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인 사람은 평생에 걸쳐서 효용이 극대화되도록 총소득을 분배하며 소비는 평생에 걸친 총소득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평생소득가설’과 부합하는 방식이다. 역모기지 도입을 위한 여건은 성숙되고 있다.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모기지론 제도가 시작되었고 부동산시장 관련 정보의 축적으로 주택시세의 체계적인 파악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이 들어서 자식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역모기지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역모기지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대규모 재정지출 없이도 노인 생활보장 및 주거안정을 달성하는 복지정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제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금융기관들의 과당 경쟁 및 이로 인한 대출 부실화, 금융상품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지나치게 엄격한 담보권 실행으로 인한 노인들의 주거지 상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엄격히 감독해 나가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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