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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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9일 발표된 주택시장안정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거론되던 주택거래신고제가 오는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신고제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주택법이 지난해 12월29일 개정된데 이어, 1월30일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담은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면서 주택거래신고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령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거래신고지역은 투기지역 중에서 주택가격상승률이 월간 1.5% 이상 급등하거나 최근 3개월간 3% 이상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역이 대상이 된다. 또한 관할 지자체에서 장차 주택투기가 성행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요청하는 경우에도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정하게 된다. 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전용면적 18평을 넘는 아파트 및 전용 45평을 넘는 연립주택은 주택거래 계약 후 15일 내에 거래당사자의 인적사항, 실거래가액, 계약조건, 자금조달계획 등 주요내역을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구역의 경우 평형 구분없이 모든 아파트 및 연립주택이 신고대상이 된다. 만약 거래내역의 신고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15일을 지나서 신고하는 경우에는 취득세 5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물론 당해지역의 주택가격이 안정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해제요청이 있을 경우 심의과정을 거쳐 해제할 수 있다.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되면 주택수요가 위축되면서 주택시장이 크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을 구입할 때 내야하는 취득세․등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취득세․등록세는 전용 25.7평 이하 국민주택규모의 경우 거래가격의 5.6%, 전용 25.7평 초과는 농어촌특별세 0.2%가 추가되어 5.8%이다. 신고지역 지정 전에는 시세보다 낮은 지방세 과세시가표준액으로 세금이 결정되나, 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세금이 실거래가액으로 과세되어 지금보다 세금부담이 3~5배 정도 늘어나게 된다. 실거래가액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투기지역 지정으로 인해 이미 양도자의 조세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신고지역 지정으로 집을 살 사람도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주택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강남, 과천 등 일부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부분적으로 신고제 시행 전에 주택을 미리 구매하려는 투자심리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 지난 10월 이후 단기급락에 따른 조정, 판교보상금 지급, 각종 개발계획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지적이기는 하나 가격불안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한 신규아파트 입주율이 20~30%대에 머물고 있으며 전세가격 안정세가 지속되는 등 주택시장이 공급과잉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분양시장도 청약률이 급감하고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3년 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주택담보대출자금의 만기상환이 올해 크게 증가할 예정이어서 상환부담이 커질 것이며, 시민․소비자단체들의 분양원가 공개압력도 거세지고 있고,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중과방침 등으로 인해 금년 하반기부터 주택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주택가격은 2~3월까지 소폭 상승하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택경기의 침체로 인해 주택시장은 공급자 우위에서 수요자 우위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금리기조의 지속, 각종 개발호재에 따른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경기침체 초기단계에서 주택구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최근의 시장여건이 그만큼 유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변화, 경기상황, 금리변동 등의 시장여건을 관찰하며 하반기 이후 매수에 가담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고제 도입과 관련하여 실효성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지정기준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신고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투기지역 중에서 일정 비율 이상 주택가격이 상승해야 하고, 신고대상도 단독주택과 증여 및 상속주택은 제외된다. 결국 앞으로 가격이 다시 반등하지 않으면 시행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지정단위에 따라 정책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부동산투기지역은 구 단위로 지정하고 있으나 신고대상인 아파트는 동일 구, 동일 동이라 할지라도 단지에 따라 상당한 가격격차가 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해당 동이나 단지를 신고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가격산출이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확대 지정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불필요한 행정력이 소요되고, 축소 지정할 경우 정책효과는 물론 객관적 기준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허위신고자를 적발하는데는 막대한 행정력과 객관적 기준마련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주택자들은 자녀에게 무상증여하는 방법으로 신고를 회피하고, 실거래가를 허위로 신고할 뜻 맞는 계약자를 찾아 거래하는 편법도 등장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사전적으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으나, 근본적인 투기억제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도 시장원리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택이 더 이상 투기대상으로 인식되지 않고 주택시장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과세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관련제도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신고제의 가장 큰 의의가 과표현실화를 통한 투기억제에 있는 만큼, 과표현실화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금년 하반기 도입할 예정인 부동산거래등록제도 차질없이 도입시켜야 한다. 이 제도는 아파트 뿐 아니라 토지, 상가 등 모든 부동산 거래시 계약내용을 실거래가로 신고토록 하는 제도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부동산조세의 과표현실화를 앞당길 뿐 아니라 거래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시장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중장부 등 거래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나, 세율인하, 자진신고제 등 각종 유인책을 통해 실거래 등록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경기동향분석팀장 김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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