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직장의 신-제9화 촉촉한 목소리
[기업소설]직장의 신-제9화 촉촉한 목소리
  • 이상우
  • 승인 2019.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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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공작소

 

그리고 조금 있으니까 다시 기적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청동 오리 떼가 하늘에 나타났다. 수 백 마리는 됨직한 청동 오리들이 하늘을 몇 바퀴 돌더니 조그만 연못 주위에 모두 내려앉았다. 오리들은 기러기처럼 모두 풀밭에 서 있는 백 회장을 향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회장님 정말 놀라워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요?”

조민지가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른 새가 더 보고 싶으면 부를 수도 있어. 장끼를 부를까?”

백 회장은 조민지가 신기해하는 모습이 즐거운 것 같았다.

회장님은 정말 신선인가 봐요.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어요?”

이건 기적이 아니라네. 내가 새를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자연의 신이 특별한 은혜를 베푼 것이지.”

저도 그 은혜를 받고 싶어요.”

? 민지가? 그러나 아무나 그런 은혜를 받을 수는 없지. 나는 30여년을 새와 함께 살다 보니까 특별한 재주를 준 것이지.”

언제부터 이런 기적을 만드셨어요?”

, , 자꾸 남의 비밀을 캐려고만 하지 말고... 차차 얘기해 줄 테니 우선 저기 들어가서 녹차나 한잔 마시지.”

백회장이 양팔을 들어 허공을 향해 몇 번 흔들었다. 그러자 둘러 앉아있던 기러기와 청동 오리 떼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민지는 꼭 환상을 본 것 같았다.

조민지는 빨간 지붕이 있는 호수가의 집안으로 회장을 따라 들어갔다. 단발머리를 하고 짧은 스커트를 입은 소녀가 일행을 보고 배꼽 절을 했다.

그거 두 잔.”

통나무로 만든 것 같은 테이블에 앉자 백 회장이 주문을 했다. 곧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 두 잔이 나왔다.

민지야.”

백 회장이 민지를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민지라고 이름만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조민지는 백 회장의 목소리에는 전에 느낄 수 없던 무엇을 느꼈다. 어릴 적 듣던 아버지 목소리 같기도 하고 박민수 대리가 은근히 바라보며 부르던 촉촉한 목소리 같기도 했다. 조민지는 백 회장도 남자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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