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한수원...노조위원장H 등 사회초년 여직원 성희롱 '논란'
고삐 풀린 한수원...노조위원장H 등 사회초년 여직원 성희롱 '논란'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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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국내 불문 성폭력 모럴헤저드 ‘최악’...사회초년생 직장상사로부터 성희롱
노조 위원장부터 직장상사 K, C씨에게 사회초년생 A는 성희롱 대상
한수원 홈페이지 캡처
한수원 홈페이지 캡처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정재훈 대표)이 연이은 성폭력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직원들이 여직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정재훈 대표의 리더십도 추락했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두번째 성폭력 사건이다. 지난해 한수원 UAE 담당 직원의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같은 해 8월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했다. 재발 방지 대책이다. 성폭력을 저지른 직원들을 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강력 대책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다.

사회초년생 첫 직장서 '성희롱' 피해 호소

최근 <프레시안>은 사회초년생 A(여성)씨가 한수원 인재개발원의 H 노조위원장(2014년 당시 한수원 노동조합 국장)을 비롯한 C대리, K주임 등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단독보도했다.

피해자 A씨는 2014년 00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수력원자력 인재개발원에 입사한다. 그해 4월, 전체 회식 장소에서 A씨는 노조위원장 H로부터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H는 각 자리를 돌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인사는 A씨가 있던 자리까지 이어졌다. H는 A씨와 함께 있던 여직원 사이에 앉았다. 그는 여직원 B에게 "내가 니 20살 때부터 봤다. 우리는 가족이다."며 볼에 입을 맞췄다.

이어 H는 A에게 "우리는 이제 가족이다. 사랑스럽다."며 손으로 A씨의 허리를 감싼다. 그리고 왼쪽 볼에 뽀뽀를 한다. A는 불쾌했다. 하지만 노조 간부 직함에 막연한 위압감에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

문제는 현장에 있던 직원들의 태도였다. H의 막가파식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만 봤다. 그 모습에 A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게 사회생활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토로하지 못한다.

이후 A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1박 2일 워크숍에 참가해 H의 성희롱 장면을 촬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A는 한수원 인재개발원에서 2015년 5월 보직 이동한다. A는 지속적이고 강압적 성희롱을 일삼던 한 상사를 만난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C대리(2015년 당시 직위)이다. 그는 신체적 접촉과 갖가지 성희롱 발언으로 A씨를 곤혹에 빠뜨렸다.

C는 사람들이 없거나 인적이 드문 사무실, 복도 등에서 A의 맨살을 만지거나 더듬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신체적 접촉을 강행했다. 귀에 바람을 불어 넣는 등 성적유혹을 서슴지 않았다.

A가 화를 내면 "애 떨어질까 봐 그러냐"며 모욕적인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A의 피부를 보고는 "새색시가 얼굴에 왜 여드름이 나냐"며 성희롱적인 발언을 했다.

한수원은 성추행 무풍지대였다. H, C뿐 아니라 한수원 입사 초기 같은 부서에 있던 K주임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회초년생인 A는 사수인 K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K는 A에게 업무를 가리키면서 가슴이나 민감한 신체 부위를 계속 닿게 하는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A는 "일을 가르쳐주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단순 해프닝으로 넘겼다.

A는 2015년 5월 21일 경주에서 열린 1박2일 워크숍에서 K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행사 첫날 저녁 9시쯤 K는 A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 상사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어 나갔다가 보문호수 한적한 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A는 "K는 다른 워크숍 참석차 인근 숙소에 머물렀다. 갑자기 저녁에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함께 있던 여직원은 이상하다며 거절했다. 저도 거절하려 했다. 숙소 로비에 있다는 말에 차마 상사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잠시만 만나고 올라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내려갔다. K는 맥주를 마시자며 인근 보문호수로 저를 끌고 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원칙을 강조한 정재훈 한수원 대표, 지난해 8월 취임이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면서 성추행, 성폭행 등의 재발 방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A씨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한수원 홈페이지 정재훈 대표의 인사말 중에서 캡처)
원칙을 강조한 정재훈 한수원 대표, 지난해 8월 취임이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면서 성추행, 성폭행 등의 재발 방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A씨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한수원 홈페이지 정재훈 대표의 인사말 중에서 캡처)

고삐 풀린 한수원...性 무풍지대 였다.

A는 H, C, K로부터 연이은 성희롱을 당했다, 이 사실을 2018년 5월과 6월 회사 측에 신고한다.

한수원은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K의 경우 A가 근무하는 인재개발원과 인접한 새울원자력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재훈 대표의 취임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A씨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고발 이후 회사 측이 ‘내부제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해 오히려 회사생활에도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수원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진행했다. 조사자체가 끝났고 결과보고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아 처분이 되지 않은 것이다. 2월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현재 가해자들은 정상적 회사에 근무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가해들을 해임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한수원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수원에서는 앞서도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지난해만 해도 4건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바 있고, 이 중 한 건은 UAE에서 외국인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었다. 2017년 역시 성폭력 관련 징계가 4건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2017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 3월 성폭력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12월엔 양성평등 실천을 위한 다짐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충격적인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알려지면서 그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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