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코너 모는 '강성부 펀드' 경영권 박탈 가능할까?
조양호 코너 모는 '강성부 펀드' 경영권 박탈 가능할까?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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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대주주로 올라선 KCGI로부터 사실상 퇴진요구를 받고 있다. 앞서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해부터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한진칼 2대주주로 오른뒤  지배구조 2대 지분율을 10.81%까지 늘렸다.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한진의 지분도 8.03%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라 불리는 KCGI는 지난 21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프로그램 5계년 계획’을 공개했다. KCGI는 한진 측에 회사에 대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평판을 실추시키는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제안했다. 사실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저격한 것이다. 

KCGI 측은 이날 "앞서 한진그룹 경영진에 지배구조 개선, 유휴 자산 정리, 사회적 신뢰 회복 등의 방안을 제시했으나 대주주와 경영진의 소극적인 태도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공개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우선 한진칼 이사회 산하에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 6인 중 2명을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앉힐 것을 요구했다. 나머지 4인은 현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명,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구성하도록 제안했다.

한진그룹의 주주총회는 오는 3월 열린다. KCGI는 주주총회에서 최소 2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진칼 석태수 대표이사 등 등기이사 4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KCGI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임원에 대한 합리적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KCGI 측은 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도 요구했다. 현재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칼호텔네트워크, LA윌셔그랜드호텔, 와이키키리조트, 송현동 호텔 부지 등 만성 적자, 노후화, 개발 중단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을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또 오너 일가의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건 등으로 실추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으로 그룹 내 일반 직원으로 구성된 상설 협의체를 조직하고, 사회책임경영 모범 규준을 채택·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KCGI가 사실상 조양호 회장과 그 라인들을 제거하고 한진그룹을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KCGI의 공개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조 회장이 여전히 최대 주주이지만, 표 대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한진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34%)이 강성부 펀드와 한편이 될 경우 한진이 불리한 구도에 놓일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 달 초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총에서 이사 선임·해임과 같은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3월 주총 표 대결에서 조양호 회장에 대한 해임 또는 연임 반대 안건이 통과될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1대 주주 재벌 오너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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