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인사·급여 통합 성공에 드리운 '그림자'
KEB하나은행, 인사·급여 통합 성공에 드리운 '그림자'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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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KEB하나은행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지 금융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사·급여·복지제도가 통합됐기 때문. 두 은행은 통합 된지 3년4개월이 됐다. 급여체계가 업계 최고 수준이었던 옛 외환은행으로 맞춰져 상향평준화 됐지만 더 높은 급여체계가 정착되려면 사측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시선이다.  

지난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노사는 지난 17일 진행한 조합원 총투표에서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사·급여·복지제도 합의안이 찬성 68.4%, 반대 30.9%, 무효 0.7%로 가결됐다. 투표에는 총 조합원 1만48명 가운데 9037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5월 노사 간 공동 태스크포스(TFT)를 출범하고 인사제도 통합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마련된 잠정 통합안은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당시 투표에서는 찬성 47.1% 반대 52.2%를 각각 기록했다.

합의안에 따라 옛 하나은행 4단계, 외환은행 10단계로 나뉜 인사 직급체계는 4단계(관리자-책임자-행원A-행원B)로 통합운영 된다. 두 은행에 있던 복지제도는 유리한 쪽으로 합의를 이뤘다. 핵심이었던 급여체계는 두 은행 모두 현재 급여가 줄어들지 않도록 했다. 옛 하나은행 직원들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옛 외환은행 직원의 98% 수준으로 높이는 것으로 합의했다. 

금융감독원과 각 은행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합병 전인 2014년 기준 옛 외환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을 기록했다. 옛 하나은행(7300만 원)보다 700만원가량 높았다. 옛 외환은행은 2013년(8920만원)과 2012년(9090만원) 두 해에 걸쳐 은행권 평균 연봉 1위를 찍기도 했다.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경기 둔화 등 대외적 영향 때문에 사측에서 직원들의 급여를 인상하는 것은 숙제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청년 채용을 이유로 희망퇴직 확대를 압박한 바 있다. 위태위태한 청년 고용을 감안할 때 올해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 쪽으로 쏠리는 높은 임금체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과거 LG·신한카드, 조흥·신한은행 합병 당시에도 연봉이 높은 쪽으로 급여를 상향평준화하면서 일부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한 KEB하나은행 준정년 특별퇴직에서 대상자 337명 중 210명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임금 약 31개월치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출생한 달에 따라 최대 5개월치 임금을 더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말 NH농협은행은 600여명, 우리은행은 4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달 KB국민은행은 600여명, 신한은행은 2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2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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