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탈 원전’ 합리적인 의문은 존중돼야 한다
[이원두 경제비평] ‘탈 원전’ 합리적인 의문은 존중돼야 한다
  • 최남일
  • 승인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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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중진인 송영길 의원이 제기한 ‘탈 원전 재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이미 공론화가 끝난 문제’라고 밝히자 여당 일부는 말할 것도 없고 야당과 학계도 불만과 반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앞세운 ‘공론화’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논쟁보다 더 시선을 끄는 것이 바로 대만과 미국 학자가 제기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탈 원전에 대한 의문’이다. 특히 작년 11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탈 원전 정책 폐기’를 이끌어 낸 대만 칭화대 원자과학원 교수 예쭝광(擛宗光)교수의 질문은 듣기에 따라서는 귀가 따가울 수도 있다.

‘원자력관련 기업이 없는 대만도 탈 원전을 번복했는데 관련 기술 강국인 한국이 왜 원전산업을 포기하려는가?’

과연 탈 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우리는 가장 기초적이고 원천적인 이 질문을 단 한번이라도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정책 당국은 ‘공론화로 끝난 문제’라고 덮을 것이기 아니라 차근차근하게 설명하여 탈 원전에 의문을 품고 있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비단 대만의 예쭝광 교수만이 아니다. 미국 MIT의 자코포 본조르노 교수 역시 ‘원전 없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제한해야 하지만 원전을 배제한다면 원전 할용 때보다 발전 비용이 최대 두 배로 급증 할 것이라는 것이 본조르노 교수의 계산이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일부의원이 제기한 것과 거의 같은 논리다.

미국과 대만 교수가 동시에 서울에 와서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대해 가장 기초적인, 또 현실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관련 세미나와 학회가 동시에 서울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조르노 교수는 서울대학과 MIT가 공동 주최한 ‘탄소제약 사회에서의 원자력의 미래’ 심포지엄의 주제 발표자로서, 예쭝광 교수는 한국원자력학회 주최 세미나에 참석하러 방한했다. 두 교수가 제기한 의문이나 결론은 거의 비슷하다. 특히 지구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저감 사회를 달성하려면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 본조르노 교수는 때마침 ‘비상사태’에 이른 서울의 미세먼지 상황을 예로 들면서 ‘대기오염은 잠재적 원전 사고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했으며 예쭝광 교수는 ‘재생 에너지의 핵인 태양광발전은 여름 오후에만 제대로 가동할 수밖에 없어 기저발전으로 부적합하다.

한국 역시 대만과 마찬가지로 LNG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약점이 남는다’고 말한다. 결국 현실적 선택지는 원자력 발전 하나만 남는다는 것이 두 교수의 결론이다. 특히 예쭝광 교수의 ‘대반 정부가 국민적 합의로 탈 원전을 추진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국민은 그렇지 않음을 내가 앞장서서 보여 주었다’는 말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탈 원전 정책에 시비를 건다고 하여 반드시 원자력 발전 찬양론자가 아니며 재생 에너지의 불안정을 적시한다고 하여 태양광이나 풍력 이용 배제론 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문제는 찬성론자도 문제점과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반대론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자로 돌아 설 있다. 완벽한 정책이란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추진 과정에서 제기되는 현실적인 문제점과 당초에 간과했던 점이 발견된다면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는 것이 정책당국자의 의무인 동시에 권리이다. 탈 원전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님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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