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서든’하면 종교적 병역거부 못한다
‘배그·서든’하면 종교적 병역거부 못한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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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종교적 병역거부 10대 지침’ 일선 지검 하달... 누리꾼 ‘환영’

앞으로 ‘배틀그라운드’나 ‘서든어택’ 등과 같이 총을 쏘는 1인칭 슈팅게임(FPS:First-person shooter) 가입이 확인될 경우 이른바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병역거부자의 온라인 게임 접속 기록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檢, 종교적 병역거부 판단에 FPS 게임 가입 여부 살펴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주장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법원 판례를 분석해 10가지 지침을 마련해 지난해 12월 3일 일선 지방검찰청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종교적 병역거부 판단 10대 지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병역거부자의 가정환경·성장과정·학교생활·사회경험’을 살펴보도록 한 지침이다. ‘FPS 게임 가입 여부’는 이 지침의 일부로 등장한다.

병역거부자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만큼, 총을 쏘며 사람을 살해하는 FPS 게임을 자주 한다는 것이 증명되면 병역거부자 주장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FPS 게임을 운영하는 업체에 접속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지검의 경우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중인 ‘종교적 병역거부자’ 12명(1심 4명, 항소심 8명)에 대해 실제로 국내 게임업체 회원 가입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내 게임업체 몇 군데를 선정해 법원에 사실 조회 신청을 보냈다”며 “만약 주기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면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1인칭 슈팅게임도 존재하는데다, 타인 명의로도 게임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병역거부 판단 지침에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 △교리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명하는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가 △병역거부자를 정식 신도로 인정하는가 △숙지하고 따르고 있는가 △그 경위와 이유가 있는가 △주장 사유가 교리에 따른 것인가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등이 있다.

여호와의 증인, FPS 게임에 부정적
검찰의 이러한 지침이 실효성이 있는 이유는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최대 종교단체인 ‘여호와의 증인’이 실제로 FPS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증인에서 펴낸 ‘청소년은 묻는다—질문과 효과있는 대답’이라는 제목의 교리문답 형식의 책은 FPS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 제2권 30장 246~252면에서 ‘비디오 게임을 해도 되나요?’라는 주제에 대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해로울 거 없다. 그저 게임일 뿐’이라 하지만 그러한 어리석은 말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책에선 “여러 연구 결과들은 폭력적인 오락을 즐기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일관성 있게 보여 준다”며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을 하면 본인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볼 때 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폭력적이거나 부도덕한 게임을 하는 것은 방사능 폐기물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 그 피해가 곧바로 드러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며 “그와 비슷하게 선정적인 장면이나 끔찍한 폭력에 많이 노출 되면 ‘도덕 감각’이 손상 되고 육체의 욕망이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게 될 수 있다”며 성경구절(에베소 4:19, 갈라디아 6:7·8)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검찰의 지침에 대해 누리꾼들은 황당해하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정말 기발한 생각”이라며 “종교적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면 당연히 사격게임도 안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도 “집총을 거부하면서 총질하는 게임을 한다? 그건 양심이 아니라”며 “이걸로 거짓 양심팔이가 걸러지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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