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마트24 ‘갑질·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골머리’
정용진, 이마트24 ‘갑질·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골머리’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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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상품 철수·‘근접출점 꼼수’ 가맹사업 시작에 ‘뿔난’ 점주들
주유소 신설에 주유소업계 “영세 자영주유소 생계기반 붕괴” 반발

편의점 업계 4위 ‘이마트24’를 이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맹점주들에게 노브랜드 제품 제공을 거부하고, 이마트24 가맹점 근처에 노브랜드 매장을 출점하는 ‘꼼수’를 썼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중심 주유소 개장으로 인해 주유소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골목 상권 침해 주장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신세계가 지난해 12월 이뤄진 편의점 개점 거리를 제한하는 ‘근접출점 자율규약’을 우회하기 위해 이런 꼼수를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감지된다. 연이은 논란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신세계를 살펴본다.

노브랜드 철수시킨 이마트24
최근 이마트24는 가맹점에서 노브랜드 제품을 철수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편의점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께부터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제품이 대거 공급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점 등을 들어 철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용량 포장이 대부분인 노브랜드 제품이 편의점 업종과 맞지 않고, 상품 판매 마진이 극히 적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제품 철수 후 신규 PL 브랜드 ‘아임이(I’m e)’로 대체할 계획이다.

그러나 점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점주들은 노브랜드 제품 철수로 인한 수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제품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브랜드 제품이 다른 편의점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미끼 상품'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마트24가 노브랜드 제품이 철수 중이라는 사실을 점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24는 지금도 점주들에게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24측은 점주들이 발주를 넣어도, 제품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제품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이 공급되지 않은 뒤 점주가 본사측에 문의를 해야 알려주는 식이다.

게다가 이마트24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신규 점포를 모집하면서도 노브랜드 상품이 갖는 장점을 홍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사 편의점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대거 취급한다는 점을 어필했다는 것이다.

이마트24의 점주들은 “점주들에게 일체 공지 없이 주력 제품을 대거 철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신규점포를 모집할 땐 노브랜드의 강점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해놓고 한마디 말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24 관계자는 “노브랜드 제품이 편의점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더 좋은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점주들과의 소통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면 적극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24 근처 출점하는 노브랜드
문제는 또 있다. 신세계 측이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빼면서 이마트24 근처에 근접출점 자율규약과 상관없는 노브랜드 매장을 설치하는 ‘갑질’을 벌이고 있어 점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이마트24 편의점 자율규약 위반 및 노브랜드 가맹사업진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계열사를 이용한 노브랜드 가맹사업 진출은 출점제한 회피한 상권침탈”이라며 이마트의 자율규약준수 및 상권침탈 중단을 촉구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신세계는 계열사인 편의점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제품의 시장성을 확인한 후 다른 계열사인 이마트를 통해 ‘노브랜드’ 직영점을 출점해 이마트24의 영업지역 침해 등으로 가맹점주와 분란을 겪다가 지난 17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정보공개서를 정식등록 함으로서 본격적인 가맹사업까지 시작했다”며 “이는 근접출점 방지를 위한 자율규약을 피해 계열사를 통해 본격적인 편의점들의 영업지역을 침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주유소’도 진출하는 이마트24
이마트24의 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편의점 업계 최초로 점포에서 주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마트24는 최근 전라남도 목포 백년대로에 노벨상주유소와 평화상주유소 2곳을 사전개장했다. 주유소 공간에 편의점이 입점하는 기존 형태가 아니라, 편의점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가운데 주유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에 현대오일뱅크가 운영하던 공간을 임차해 직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유소업계가 곧바로 “영세 자영주유소들의 생계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신세계측의 문어발식 확장 전략에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4일 “이마트24 진출은 주유소 시장을 교란시키고 생계형 주유소들을 고사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편의점 업계는 꾸준히 생활용품 판매, 택배 및 새벽배송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왔지만, 상대 업계에서 이에 정면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주유소업계는 가격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내다본다. 이마트24가 편의점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석유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미끼상품 전략’을 펼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업계가 사실상 포화상태인 데다가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까지 가세할 경우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구와 석유 소비 수준에 비춰 적정 주유소 개수는 8900개 수준인데, 개점 점포는 1만2000여개에 달한다”며 “편의점 운영, 세차 서비스 등 부가 사업으로도 영업이익이 얼마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마트24 측은 기본적으로 석유는 이마트24가 제공하는 여러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도모해야 하는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저가 석유 전략을 취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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