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취임하자 마자 '골머리' 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취임하자 마자 '골머리' 왜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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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한국투자증권, TRS거래 발행어음 조달 자금은 자본시장법 위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TRS거래 관행이라는 것 자체가 말 안 돼"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단기금융업무 위반에 대한 징계여부가 내일 확정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초대형 IB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정 사장의 행보에 암초가 생겼다는 것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12개 증권사는 44건의 TRS 매매중개 제한을 위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들 중 1건에 그쳤다.  KB증권 10건, 삼성증권 5건, 미래에셋대우 4건 등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위험회피 목적이 아닌 TRS거래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관행이었다면 경징계 방침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대표적으로 지적을 받는 곳이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고 이 SPC는 해당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SPC는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SK 회장이 세운 곳이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최태원 SK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에 일정부분 수수료를 내기로 했다.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대출에 이용했는지 여부다. 자본시장법은 단기금융업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TRS거래 발행어음 자금이 쓰인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를 한 바 있다.  

금감원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일부 영업정지, 임원 징계 등의 중징계를 사전 통지했다. 이는 초대형IB를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와 맞닿아 있다. 당초 자본시장 발전과 모험자본, 기업대출 활성화를 위해 일부 자금조달 업무를 허용한 만큼 이 목적에 맞게 자금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일단 최태원 SK 회장과 한국투자증권이 세운 SPC 키스아이비제16차간 TRS거래에 대해선 위험회피(헤지)목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SPC에 지급된 발행어음 약 1700억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문제는 TRS 자체가 아니라 TRS거래에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사용한 데 있다”며 “개인 신용공여 금지라는 단기금융업 관련 자본시장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일한 TRS구조로 최태원 회장 대신 SK실트론 지분 10%를 인수한 삼성증권 역시 위험회피 목적이 아니라 경징계 대상이다. 하지만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해 자금출처 논란은 없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고유자금(자기자본투자·PI)으로 집행했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한국투자증권 주장대로 증권사가 설립한 형식적 기업인 SPC에 대한 발행어음 자금 공급이 모두 기업대출로 분류된다면, 증권사들은 SPC를 통해 사실상 개인 신용공여(대출)가 가능해진다. 이는 기존 제 1금융권(은행들)과 동일한 업무로 이같은 충돌을 막기 위해 발행어음 자금의 개인 신용공여 금지를 명확히 해놓은 자본시장법 위반이 발생하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심의했으나 한국투자증권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0일 제심위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제재를 확정할 계획이다. 만약 금융투자검사국이 올린 안대로 한국투자증권에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금융투자업계 파장뿐 아니라 SK그룹 및 최태원 회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감원은 거래를 중개한 한국투자증권에 자본시장법상 자금의 출처를 문제 삼았지만, 실제 이 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한 최태원 회장 등을 대상으로 한 공정위 조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가 지금까지 사업기회 유용을 이유로 사익편취 제재에 나선 적이 없다는 점은 금감원에 다소 부담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TRS거래가 관행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SK실트론이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한 최태원 SK 회장은 돈이 없어 직접 못 사니까 다른 기관들이 사게 한 것”이라며 “TRS 거래라는 형식만 보면 안 된다. 경제적 실질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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