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직장의 신-제6화 여사원 뺨맞은 부장님
[기업소설]직장의 신-제6화 여사원 뺨맞은 부장님
  • 이상우
  • 승인 2019.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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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정말 엉뚱한 데서 났다. 자재부에 있는 김봉진 대리로부터 소문이 퍼진 것이다. 김봉진 대리의 부인은 공교롭게도 조순자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선생님이었다. 조순자의 담임 선생인 아내로 부터 조민지의 이야기를 듣고 온 김봉진 대리는 회사에 와서 혼자만 아는 비밀이란 듯이 떠들어 댔다.

 

박민수 대리는 사장이나 부사장에게도 알리고 동료들로부터 성금도 거두어 돕고 싶었지만, 조민지의 독특한 자존심이 그것을 용서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박민수 대리는 혼자라도 저민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회사 사우회 금고에서 백만 원을 융자받아 가지고 갔던 것이다.

조민지가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완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이봐. 조민지씨. 이거 동정해서 그냥 주는 것이 아니야. 나도 계산이 있는 사람이야.”

“예? 계산이 있다고요? 그래 무슨 계산이예요?”

조민지가 눈이 동그래졌다.

“이게 다 투자라구. 조민지씨 같이 장래가 확실한 사원에게 미리 적금 드는 거야. 우리 회사에서 조민지씨 만큼 장래가 확실한 사원이 또 있겠어? 아마도 민지 씨는 다른 사람이 자전거 타고 승진할 때 KTX 타고 승진할 사람이야. 그 때 본전 찾아야지.”

조민지는 박민수의 입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럼 박선배는 내가 승진해서 회사의 중요 간부가 된다면 그 때 제 덕을 보겠다는 뜻에서 이 돈을 가져왔단 말예요?”

조민지가 따지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박민수는 약간 주춤해졌다.

“뭐 꼭 그렇다기 보다...”

“그럼 내가 지금 회사를 그만 두기라도 한다면 크게 실망하시겠네요.”

조민지가 끌끌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혀를 차는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옥신각신 했지만, 박민수는 성금을 끝내 조민지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결벽증에 가까운 조민지의 자존심을 꺾을 수가 없었다.

조민지는 예정된 결근 일자를 채운 뒤 회사에 나왔다. 아무도 자기 일을 모르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박민수 대리에게 소문을 내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지만, 회사사람들은 조민지의 갸륵한 우애를 화제로 삼고 있었다.

“박 대리님. 섭섭해요. 소문내지 말라고 제가 그렇게 당부 했는데... 인사 받느라고 쑥스러워 죽겠어요.”

조민지가 불평을 했다.

“아니야. 내가 소문낸 것 아니야. 난 입 꼭 다물고 있었어요. 그건 말이야...”

소문은 정말 엉뚱한 데서 났다. 자재부에 있는 김봉진 대리로부터 소문이 퍼진 것이다. 김봉진 대리의 부인은 공교롭게도 조순자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선생님이었다. 조순자의 담임 선생인 아내로 부터 조민지의 이야기를 듣고 온 김봉진 대리는 회사에 와서 혼자만 아는 비밀이란 듯이 떠들어 댔다.

그 바람에 자재부는 물론 인사팀, 부사장실 등에서 성금이 날아 들어오고 사내 방송 기자가 취재를 다니고 법석이 났다.

조민지는 그것을 피해 다니느라 제자리에 붙어있지를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조민지가 이젠 수원에 있는 공장에까지 알려져 수천 명 사원의 화제가 되고 말았다.

그 무렵 회사에는 조민지의 이 미담과는 정반대되는 이야기가 퍼져있었다. 한 이야기가 청순한 우애에서 비롯된 미담인데 반해, 한 이야기는 추악한 스캔들이었다. 스캔들이란 자금부의 천기주 부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래 사장의 처조카인가 뭔가하는 빽으로 십여 년 전에 회사에 들어온 그는 수단이 뛰어나 단시일 내에 고속 승진을 하고 마침내 자금부장에까지 이르렀다.

회사의 자금부장이란 문자 그대로 이 회사의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목덜미가 두툼하고 키가 작달막한데다가 다부지게 생긴 사람이었다. 회식 같은 것이 있는 날이면 노래를 잘 불러 마이크를 독차지했다. 작은 키에 비해 춤도 썩 잘 추어 강남 제비라는 별명도 얻었다.

조민지는 회사 인근 치맥 카페에서 우연히 천기주 부장을 만났다.

“야, 이게 누구요? 우리 회사 미래, 우리 회사의 심볼 조민지 아닌가?”

춤 잘 추고 노래 잘 부르고, 거기다가 막강한 로열패밀리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함부로 그를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조민지는 그냥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나하고 듀엣으로 딱 한곡조만...”

조민지는 천 부장에게 반 강제로 끌려 노래방으로 갔다. 남자와 단 둘이 노래방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조민지가 제일 싫어하는 트로트 몇 곡을 혀 꼬부라진 소리로 부르던 천 부장이 갑자기 조민지를 와락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 그의 손은 어느새 조민지의 아랫배를 파고 들어왔다. 영낙없는 성추행 고소 감이었다.

“지금 뭐하자는 건데요?”

조민지가 나직한 목소리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민지야. 내가 너를 얼마나...”

“철석!”

그때였다. 조민지가 천 부장의 뺨을 힘껏 때렸다.

“천기주, 내가 네 여편네처럼 보이냐?”

“철석!”

조민지의 손바닥이 다시 천 부장의 다른 쪽 뺨을 후려쳤다.

기습을 당한 천 부장은 아무 말도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부장님, 저 먼저 갑니다.”

양쪽 뺨을 얻어맞고 얼얼해져 주저앉은 천 부장에게 조민지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그곳을 LTE급으로 재빨리 빠져나갔다. 그 이후로 천 부장은 회사에서 조민지만 보면 얼어붙었다.

그런데, 그 40대 초반의 자금부장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많은 사원들의 술자리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에 관한 스캔들은 대강 이런 것이었다.

글/ 악녀공작소 30년 경력 중견 소설가로 <권번 기생의 방> <사랑을 위하여> <쉬운 여자> <알바의 복수> <톱스타의 사생활> 등 100여 편의 에로틱 로맨스 소설과 추리 소설을 발표했다.

작품 소개- 신입 사원 조민지는 맹랑한 여자다. 출근 첫날부터 선배 남자 사원을 부려먹기 시작한다. 섹시한 몸매와 뛰어난 업무 솜씨는 가히 직장의 신이라 할만하다. 육체 공격을 해오는 남자 사원들을 한 손으로 주무르며 회사의 실력자로 부상한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폭풍처럼 회사 수익을 올려 승승장구 하지만, 썸 타는 남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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