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인철 대표, "9호선 성공 비결? '프로세스의 변화'가 핵심"
[인터뷰] 류인철 대표, "9호선 성공 비결? '프로세스의 변화'가 핵심"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8.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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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철 대표

9호선 3단계(종합운동장-중앙보훈병원)가 개통되었다. 그 가운데 한성백제 역은 30년간 환경디자인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류인철 대표(디자인그룹메카)가 디자인 총괄자문을 수행하였다. 

9호선 1단계에서부터 9호선 전체 노선의 디자인개념을 세우고 이제 3단계 마스터플랜까지 디자인을 진행한 류대표는 “9호선의 성공은 파격적인 프로세스에 있었다”고 말했다.

- 파격적인 프로세스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프로세스라면 공사가 다 끝나갈 때 쯤 벽에 무슨 색을 칠 할지, 어떤 사인을 걸을 지 물으러 디자이너를 찾아 옵니다. 디자인이 단순히 겉치장만 하는 작업으로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9호선은 설계를 시작하기 전부터 저를 찾아 오셨죠. 당시에 건설 사업단장 이었던 ‘스티븐 양’ 으로 부터 9호선 디자인 컨셉을 의뢰 받은 것이 첫 시작점입니다. 

첫 출발부터 공간디자인 컨셉을 입체적으로 연구한 후 이를 디자인, 건축, 조명, 설비, 기계 등_ 전 분야가 다같이 공유 하면서 설계를 진행 했기에 혁신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국내에서는 처음 있던 일이라 ‘이제는 우리나라 건축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구나‘ 하고 감동을 받았어요.”
    
- 그래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그 동안 건드릴 수 없었던 모든 것을 다 바꿨어요. 공사 절차상 시기가 맞지 않아 반영조차 될 수 없었던 아이디어들을 9호선에서는 다 담아낼 수 있었죠. 그 중 가장 큰 성과는METRO 9(9호선)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이끌어 냈다는 것과 24개 전 정거장의 디자인을 통합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1단계때 ‘새로운 물결(The Future Wave)’ 이라는 노선의 컨셉과 아이덴티티를 세우고 명확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했어요. 디자인 가이드라인에는 마감재의 크기나 재질, 색상, 마감방법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이 정리가 되어 있고 그러한 규칙속에 건축, 조명, 설비 등 모든 분야의 설계가 진행되었기에 2단계를 거쳐 3단계가 된 지금까지의 20여년이 걸린 공사 과정에서도 일관되고 체계적인 이미지가 이어질 수 있었죠. 

세부적인 내용 한가지를 살펴보면, 역사 내부의 벽과 천장 마감을 다른 노선에서 보던 습식 공법의 타일 시공이 아닌, 언제든 탈 부착이 가능한 패널로 모듈화 하였다는 점이에요. 

쉽게 예를 들자면, 요즘 아파트들은 가구를 빌트인 할 수 있게 설계되어서 보기에도 훨씬 쾌적하고 공간의 활용도도 높아졌죠.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역사 벽면을 패널로 모듈화해서 광고물이나 소화전 같은 각종 시설물들을 벽면으로 빌트인 시켰죠. 그렇다 보니 공간의 활용도와 이용 환경이 대폭 개선되었죠.

9호선 1단계 이후에 개통되고 있는 기차역이나 전철역들은 9호선처럼 패널 모듈화와 빌트인기법이 보편화 되어가는 추세라서 이제는 어디서든 많이들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특화 정거장이란 무엇인가요?

원래 9호선은 노선통합이 하나의 큰 전략이기 때문에 어느 정거장을 가도 동일한 디자인을 보고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이번 3단계에는 특화정거장이라는 개념으로 한성백제 역을 디자인 했어요.

한성백제 역은 백제시대의 몽촌토성이 위치한 역사적인 장소인 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대합실 기둥이나 바닥 마감재료에 흙을 활용한 재료와 느낌을 활용,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했어요.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씀은?

“집 바로 앞에 있는 노선을 지나치고 굳이 몇 백 미터를 더 걸어가서 9호선만 탄다는 시민분들이 계세요. 출퇴근 시간만 피한다면 9호선의 쾌적한 역사 환경이 이동하는 길의 피로도를 조금이나마 낮춰준다고 하시더라고요.

디자이너로서 이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자면, 시민분들이 9호선 말고도 더 다양한 장소에서 공공환경의 쾌적함을 누리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마 이 부분은 저 말고도 많은 디자이너들의 바람이기도 할 거예요.

앞으로는 환경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 벽의 색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2의, 제3의 성공사례를 또 다시 낳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의 변화에 주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9호선 3단계의 개통을 위해 힘쓰신 관계자 분들께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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