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삼성그룹 차원 이재용 경영승계 위해 조직적 개입 '의혹'
삼바 분식회계, 삼성그룹 차원 이재용 경영승계 위해 조직적 개입 '의혹'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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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삼바, 이재용 경영승계 뇌관...돈 아끼려 한 것"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래전략실 임원이 내부 감사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임원이 삼성그룹과 로직스 실무진사이에 다리역할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한겨레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0월 미래전략실 임원이었을 당시 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감사가 됐다. 김 부사장은 감사 자리에서 2016년 8월에 물러났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 김 부사장이 삼성그룹 수뇌부의 지시를 받고 로직스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김 부사장이 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그룹 수뇌부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김 부사장이 감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징계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로직스 분식회계가 사실상 이재용 경영승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그라들지 않는 편법·불법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로 드러난 제일모직-(구)삼성물산 합병 문제 진단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오랫동안 이재용 경영승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온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경영권 승계 방식은 두 가지다. 지배구조를 갖춘 뒤 승계하는 방식과 승계한 뒤 지배구조를 갖추는 방식. LG그룹이 전자를 택했다. 이 경우, 상속 및 증여세가 커진다. 삼성은 후자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지만, 법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이 LG와 다른 방식으로 경영승계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부터다. 19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부터 편법·불법 논란이 일었다. 삼성의 승계는 현금을 증여하고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글로벌 삼성’에 걸맞게 그 액수도 커져갔다. 

삼성 총수일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호황으로 그룹을 장악하는 비용을 늘려갔다. 하지만 돈을 아끼려다보니 불법, 편법 논란 등에 부딪혔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 입장에서 본 2014년 말의 삼성 지배 구조는 삼성생명 과다 지배, 삼성전자 과소 지배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여전히 취약했으나 삼성생명에 대한 장악력은 남았다”고 말했다. 

이재용의 숙제 

삼성 지주회사 격이던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19.4%를 갖고 있었다. 또 이건희 회장이 지닌 삼성생명 지분이 20.76%다. 따라서 삼성 총수 일가가 실질적으로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은 약 40%였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7.5%를 갖고 있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었다. 이건희 등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을 통해 산업자본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의 총수일가의 이런 과정은 암초에 걸렸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후, 경제민주화 및 재벌 개혁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하면서 금융회사를 이용해 산업자본을 지배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엄격해졌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암초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5가지로 나눴다. 전 교수는 4가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첫째, 당시 체제를 유지한다. 둘째, 삼성생명을 이용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다. 셋째, 이 부회장이 약 50%의 상속세를 내고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 주식을 확보한 뒤 이를 현금화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다. 넷째,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전제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첫째와 둘째 방안은 금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셋째 방안은 합법적이지만, 이 부회장이 이 방식으로 확보 가능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1.19%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는 이건희 회장 사망을 전제로 한 방식이다. 넷째 방안은 삼성이 한때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이 방식은 SK가 활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삼성은 실제로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위해 로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산분리 완화에 반발과 자사주 제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실성을 상실했다.   

다섯 번째는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최대주주가 되지 않게끔 하는 방식이므로, 금산분리 관련 규정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이 매우 취약했다. 삼성은 이를 위해 보험업 감독 규정 개정을 저지하고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별도의 방식으로 확보해야만 비로소 이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애버랜드를 이용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길을 택했다. 1996년 이후 삼성 총수 일가는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에 둔 지배구조를 유지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비율이 높았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부분 합병하면서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지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감시가 어려운 비상장 회사였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가치를 부풀려도 의심을 덜 사므로 분식회계를 하기 좋은 조건이라는 것이다.  

고의로 콜옵션 공시 누락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바이오젠 콜옵션’을 누락한 것에 대해 설명했다. 콜옵션이란, 주식을 미리 정해둔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일반 주주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절반 가까이를 보유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투자자로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주식을 사는 측에겐 이익, 주식을 파는 측에겐 비용 또는 부채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 바이오젠 콜옵션을 고의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 증권선물위원회도 이 같은 공시 누락이 고의라고 판단했다. 

홍순탁 회계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가치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가 실제보다 많이 반영돼 있었다. 제일모직이 지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바이오젠에 헐값에 넘겨야 한다는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풀려진 가치가 약 4조5000억 원대”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부풀자 제일모직의 가치도 올랐다. 제일모직 가치에 비해 삼성물산 가치가 낮던 시기를 골라 합병을 추진했다. 그게 2015년 7월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통합 삼성물산 지분 17.08%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통합 삼성물산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은 약 4.7%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5%를 더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12%를 넘겨서 안정적인 수준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판단한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죄목을 지우기 위해 행정소송으로 걸고 넘어갔다. 어떻게든 이재용 부회장이 저지른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합법이라고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최근 분식회계가 진행된 시기에 삼성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임원은 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그룹 수뇌부의 지시를 받아 직접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지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임원에 대한 징계를 검토했으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김 부사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기도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삼성바이오 감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 부사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했다. 그러나 관련 법령이 구비되지 않아 징계하지 못했다. 분식회계에 대한 징계 규정을 담은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보면, 대표이사 등과 달리 내부 감사에 대한 징계 규정은 2016년 6월에야 도입됐다. 그 이전까지는 회사 대표와 외부 회계법인 등만 징계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에 그룹 미전실의 관여 여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핵심적인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지난주부터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 등의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대규모로 확보했다. 이 임원은 현재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멀쩡하게 재직 중이다.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5월 투기자본감시센터에 의해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당한 26명 중 한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적 분식회계가 사실상 삼성그룹 차원에서 저질러졌다는 것이 뚜렷해지고 있다. 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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