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신-제5화 핸드폰 못 쓰는 회사
[기업소설] 직장의신-제5화 핸드폰 못 쓰는 회사
  • 이상우 대기자
  • 승인 2018.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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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공작소 지음

 

- 그럴 수가... 조민지가 그럴 수가 있단말인가...
박 대리는 두 사람의 비밀 애정행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건 내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머리에서 조민지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박민수는 퇴근한 뒤 집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제 인사팀장에게 점심대접을 하면서 조민지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이 회사는 회사 안에서는 절대로 개인 핸드폰을 쓰지 못한다는 이상한 규칙이 있었다. 김기호 부사장의 괴퍅한 경영 방침 제1호다. 회사에 일단 출근하면 회사가 사원의 모든 것을 유료로 샀으니 개별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다만 영업팀만 회사에서 지급한 핸드폰을 쓸 수 있다. 그것도 퇴근 할때는 반납해야한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몇 번을 걸어도 이소리만 들릴뿐이다.
그런데 그날, 조민지가 결근 한지 일주일 되던 날 김기호 부사장이 나타났다. 해외출장에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민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회사에서도 조민지를 화제에 올리지도 않았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박민수가 무릎을 쳤다.
“그렇다! 그 생각을 내가 왜 못했지.”
“예?”
 
피용자가 또 놀라 되물었다.
박 대리는 벌떡 일어나 자동차 키를 찾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피용자 씨. 나 좀 나갔다 올께!”
박민수 대리는 차를 꺼내 타고 대학병원으로 달렸다. 조민지의 동생 조순자가 신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야 생각해냈던 것이다.
박민수는 어렵게 주차를 한 뒤 전에 보았던 병실로 뛰어올라 갔다. 8인용 병실에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가득 차 시장바닥 같았다.
박민수는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민지도 순자도 보이지 않았다.
“저, 여기 조민지, 아니 조순자라는 환자 퇴원했나요?”
 
박민수는 누구에게도 아닌 질문을 했다.
“순자요? 신장 이식 수술한 학생 말이죠?”
간병인으로 보이는 어느 아주머니가 아는 척했다.
“예 맞아요. 퇴원했나요?”
“저 자린데요.”
아주머니는 빈 침상 하나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눈에 익은 보라 빛의 조민지 쉐터가 얹혀 있었다.
“지금 휠체어 타고 정원에 나갔어요.”
박민수는 부리나케  뛰어 나와 병원 뜰로 나갔다.
여러 사람이 서성거리는 틈에서 조민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조민지는 동생 순자를 휠체어에 태워서 밀고 있었다.
박민수는 뛰어가 조민지 앞에 우뚝 섰다.
“조민지!”
박민수는 반가워 눈물이 핑 돌았다.
“어머! 박선배가 여긴 웬일이세요!”
조민지는 너무도 놀랐다. 얼굴이 창백했다. 어딘가가 편치 않은 듯 허리를 움츠리고 있었다. 박민수의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 민지가 신장을 동생에게 이식한 것이다!
"전에 조민지 신장은 맞지 않아 안 된다고 했잖아요? 왜 거짓말 했어요."
"죄송해요. 그때는..."
"무슨 사정이 있었나요?"
"실은 순자가 친 형제가 아니라고 엄마가 말했거든요?"
"친자매가 아니라고요? 그럼..."
"아이,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해요."
주민지는 무슨 비밀이 있는지 말문을 닫아버렸다.
박민기는 호기심이 일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 선배의 성의는 고맙지만 이렇게 무리하시면 안돼요. 그동안 제가 저축해둔 것이 있어서 입원비는 충분히 낼 수 있어요.”
역시 조민지다웠다. 박민수 대리가 내민 하얀 봉투를 도로 내밀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동생 순자에게 신장 하나를 떼어주고 함께 병상에 일주일 이상 누워있던 조민지가 퇴원하던 날 박 민기는 몰래 마련한 성금 봉투를 가지고 갔었다.
조민지는 자기가 동생에게 신장을 떼 주기 위해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회사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동정받기도 싫고 인사받기도 싫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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