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배우 기세중 "빠르지 않아도 좋으니, 이 걸음이 멈추지 않기를"
[인터뷰 ②] 배우 기세중 "빠르지 않아도 좋으니, 이 걸음이 멈추지 않기를"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8.12.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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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뱀파이어 아더'에 10대 뱀파이어 아더역을 맡은 배우 기세중의 솔직한 이야기.

[인터뷰 ①] 배우 기세중 "무대 위에 선다는 건, 큰 행복이죠" 와 이어지는 인터뷰 입니다.

 

 

앞서 했던 질문에 이어지는 질문이다. 앞서 '아더'의 가치관을 물었는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뭘까. 

▲ 저는 그냥 오늘 맛있는 거 먹고,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고 고뇌이면서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거요. 그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만약에 돈이 많고 부유하게 살아왔더라면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만약에 무언갈한다 하더라도 포기가 빠를 것 같아요. 손에 10만 원이 있는데 만 원짜리 하나 사는 거랑 50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만 원짜리를 사는 거랑은 느낌이 다른 것처럼요. 제가 진짜 매일 돈에 허덕이고, 대출 빚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제가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우주에 관심이 많거든요. 지구 바깥세상에 관심이 많은데 이게 세상이라는 게 진짜 먼지보다 작은 존재잖아요? 우주에서. 그런데 우린 너무 이안에서 아등바등 싸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게 의미가 있나 생각을 하곤 해요. 물론 저도 싸우고 있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요. 이 인터뷰가 누군가한테는 스쳐 지나가는 글일 수도 있는데 또 다른 누군가한테는 티끌만큼이라도 변화를 준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오늘 하루. 오늘을 진짜 열심히 사는 것. 오늘 하루를 가치있게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해요. 

 

쉬는 날은 주로 뭘 하나 

▲ 쉬는 날은 그냥 쉬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고양이들이랑 놀고, 티브이 보고, 영화 봤던 거 또 보고 봤던 거 또 보고 거의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못 먹었던 거 먹고 그러고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 선택 계기가 있을까  

▲ 사실 다른 인터뷰 때도 많이 말했었는데, 거창한 이유를 대면 좋은데 그렇게 하면 오히려 속이는 것 같아서 말하자면 저는 대학 가기 위해서 시작했어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딱히 꿈도 크게 없었죠. 그래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연기를 하면 대학을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어요. 갑자기. 그래서 대학 가려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가 반대했었는데, 무작정 엄마 카드 들고 연극 영화과 입시학원에 갔어요. 등록하고 할부로 다 끊어버리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서 연기란 걸 배우니까 또 재미가 있더라고요 제가 이때까지 살면서 뭔가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게 됐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때 학원생이 80명 정도 됐었거든요. 거기서 거의 꼴찌였어요. 재밌는 거랑 다르게 모의고사에선 말 그대로 죽 쒔죠. 지금 제가 생각해보면 그때 연기도 노래도 춤도 다 못 했던 것 같아요. 아니 못했어요. 그래도 대학 가보겠다고 다녔던 거죠.  

많이 힘들었나 

▲ 힘들었던 것보다 조금 지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대학을 가려고 들어온 건데 이왕 시작했으니까 4년제 대학교를 들어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전부 떨어졌었어요. 그래서 재수를 시작했는데, 이때 제가 가장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생각도 바뀌었고요. 뭔가 그전까지는 조금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저도 모르게, 재수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부분에서 변했죠. 그때부터 선생님도 그렇고 노래를 할 줄 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연습했죠. 그렇게 하니까 어느샌가 제가 경희대에 들어갔더라고요. 목표한 바를 이뤘는데 새로운 목표가 또 보이더라고요. 연극 영화과에 진학을 했으니까 배우를 해야 지라고요. 그래서 배우를 한 것 같아요.  

처음 했던 공연은 뭐였나 

▲ 처음엔 앙상블로 데뷔했었어요. 그런데 앙상블·커버를 하면서 큰 가망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당시에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물론 앙상블을 하면서도 기쁘고 행복한 일도 너무 많았는데 제가 원하는 삶이랑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거죠.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서 앙상블을 그만뒀어요. 1년 정도 쉬면서 배역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그런데 계속 떨어졌죠. 그러던 와중에 처음으로 배역을 맡았던 작품이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작품이었어요. 이 공연을 하면서 저를 알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 <팬텀 싱어>에 나오고 제가 할 수 있는 공연을 맡아서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온 거죠. 

 

<팬텀 싱어>, 기세중이란 배우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 <팬텀 싱어>가 저한테 이렇게 크게 다가올지 처음 나갔을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저한테 정말 많은 것들을 가져다줬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더욱 확고한 신념 같은 걸 갖게 됐죠. 스물여섯? 스물일곱 때였던 것 같아요. 제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한 팬분이 오셔서 얼마 전에 심장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으면서 제가 방송에 나오는 걸 보셨데요. 삶이 무기력했었는데 제가 나오는 걸 보고 뭔가 삶의 활력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나오는 공연을 보러 나오시고 저한테 말씀해주신 거죠.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전까지는 직업적으로 어떻게 보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저한테 배우라는 직업은. 그런데 제가 했던 혹은 해왔던 일들이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일이 됐다는 게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의 마음가짐으로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됐죠.  

JTBC '팬텀싱어' 

무대 위에서 실수는 당연히 없어야 되고, 매 순간 모든 공연 전부다 실수 없이 조금이라도 더 관객들한테 뭔가를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이 직업이 남들한테 가치 있는 행동이 된 거, 그리고 내가 노래한 게 내가 연기한 게 사람들의 삶의 힘이 된다는 게 너무 저한테 행복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거죠. 진짜 운이 좋은 거죠. 이런 것도 운이 안 좋으면 오지 않는 거잖아요. 운이라는 게 그런 기회가, 그런 기회조차 못 받으면 아예 그런 생각조차를 할 수 없는 거니까요. 제가 지쳐갈 때쯤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한 번씩 자극이 왔던 거니까. 그래서 <팬텀 싱어>라는 꼬리표도 배우라는 이름도 다 좋은 것 같아요. 

사실 팬텀싱어 이후로 주목받고 나서 싱어로 불릴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어? 나는 싱어가 아닌데, 나는 배운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배우로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노래가 아니라 연극을 선택한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처음 선택한 작품이 보도지침이란 작품이었어요. 싱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노래를 하면서 연기도 하고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 사람이고 그런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뭔가 오기라고 해야 할까요. 노래도 중요했지만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도지침> 이후에도 연극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시기적으로 안 맞기도 하고 엎어진 경우도 많아서 아직까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기회가 있으면 다시 연극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싱어 그리고 배우, 이 지점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 사실 아직도 <팬텀싱어> 이야기를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그냥 기분 좋게 웃고 넘기는 것 같아요. 사실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제가 <팬텀싱어>에 나가서 너무 많은 것을 얻었거든요.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요.   

힘들었던 점은? 

▲ 사실 힘들었다기보다 저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셨었어요. <팬텀싱어> 덕분에 뮤지컬 배우를 하는 줄 알고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걸 저한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셨던 분이 계셨어요.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냥 운 좋게 뮤지컬 배우 하고 계시네요"라고 말해주셨거든요. 그때 저는 "맞아요. 팬텀싱어 덕분에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거 맞아요. 이걸 발판 삼아서 더 좋은 정말 좋은 배우를 할 거예요. 그렇게 될 거요"라고 말하고 넘어갔죠. 그러고 나서 집에 가서 생각을 해봤는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남들은 기회를 잡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더 열심히 해서 팬텀싱어에 나온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팬텀싱어 때문에 잘 된 뮤지컬 배우고, 거기에 나오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지금보다 늦더라도 잘 됐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분이 지금 이 인터뷰를 다시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런 말을 해주셔서 오히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도 오디션을 많이 보는 편인가? 

▲ 네. 하고 싶은 작품이 있고 일정이 맞으면 오디션을 준비해서 보고 있어요. 오디션이라는 게 배우한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을 본다는 게 그걸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새로운 환경에 노출이 되는 거니까 언제 또 그렇게 긴장을 해보겠어요 오디션은 언제나 긴장되니까 또 공연에서 오는 긴장과 오디션에서 오는 긴장은 다른 거니까 약간 리프레시 하기 좋은 거 같아요. 

앞서 했던 작품들 중에서 좋았거나 힘들었던 배역이 있다면? 

▲ 앞에서 말했던 작품이오. <보도지침>이란 연극에서 김정배라는 배역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신문사 편집장 역할이었는데, 지금 제가 봤을 때 제 역량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아니 부족했죠. 난다 긴다 하는 배우분들 다 와서 제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제 무대 위에서 걸어 다니는 꼬맹이가 나와서(제가 정말 막내였어요) 연기를 하는데, 다른 형님들 기에 눌리기도 했고 텍스트의 기에 눌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그만큼 단순하지 않거든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봐야겠다 하고 연습에 들어갔는데 너무 어렵기도 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작품을 하면서 제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벼운 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단 한마디라도 전달하는 데 있어서 신경을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었어요. 무거운 걸 무겁게 이야기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정말 무거운 걸 한없이 가볍게 장난 식으로 비꼬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정말 신념이란걸. 그 사람보다 더 강한 신념이 있어야 더 굳은 신념이 있어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습 과정에서 생각을 엄청 많이 했었어요. 이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 신념이 더 굳게 갈 수 있을까 해서 제가 선택한 것은 남의 말을 안 듣는 캐릭터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왜냐하면 내가 갖고 있는 신념이 워낙 세면 남의 말을 잘 안 듣더라고요. 거기에 성격이 조금 고집 있는 성격이라고 설정을 해놓으니까 제가 그 캐릭터에 더욱 가까워졌죠. 이게 공연 들어가기 한 이틀? 삼일 전이었어요. 연출가님도 제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 좋다고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캐릭터를 그렇게 잡았어요. 

 

다시 공연이 올라간다면 같은 배역을 할 것 같나 

▲ 저는 같은 배역을 하고 싶어요. 다른 배역도 좋은데, 제가 했던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다시 공연이 올라간다면 같은 배역을 맡아서 다시 해보고 싶어요. 달라진다는 점에서는 지금 정확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달라졌다고 표현하긴 좀 그렇고 그때 했던 캐릭터를 고수하려고 할 것 같아요.  

<뱀파이어 아더> 이후 계획은? 

▲ 일단 내년에도 열심히 일해야겠죠?(웃음) 

 

지금 기억나는 소설이나 시 혹은 대사가 있다면? 

▲ 제가 신념이라고 해야 할까요? 항상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빠르지 않아도 좋으니, 제가 가고 있는 이 걸음이 멈추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말이거든요. 빠르게 갈 수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 내 호흡대로 걸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말을 콘서트인가 어디서 한 번 했었거든요. 근데 그 공연을 보셨던 작가님이 자기 작품에서 이 구절을 써도 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흔쾌히 쓰라고 말했어요. 어디서 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제가 평소에 생각나는 걸 핸드폰에 적어두거든요. 이게 제일 윗머리에 있던 구절이에요. 그래서 항상 생각하죠. 이 구절을... 

5년 후 혹은 10년 후 어떻게 바뀔까? 아니면 어떻게 변해있을까? 

▲ 5년-10년 후 생각해보면, 지금이랑 계속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건강한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만약에 운이 좋아서 지금보다 부를 더 축적하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해서인지도도 만약에 더 높아진다 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을 안 버렸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고 지금보다 더 공연도 못하게 되고 예를 들어 공연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안 놓쳤으면 좋겠어요. 네. 저는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 많은 분들이 다 기억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 전에 왔던 팬분들이 생각나요. 한 팬분은 우울증이 심해서 집 밖에 나서질 못하셨대요. 그런데 제가 나온 영상을 보고 용기 내서 밖에 나왔대요. 그렇게 나와서 제 공연을 보신 거죠. 공연을 봤는데 공연이 너무 좋았데요. 오늘은 우울하지 않은 하루가 됐다고 하는데 정말 너무 큰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죠. 또 어떤 친구는 배니싱 공연을 하고 있을 때 왔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인데, 수능을 보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제 공연을 보는 거였데요. 수능이라는 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시험이 끝나고 제일 처음에 제일 하고 싶은 일이 제 공연을 보러 온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어요. 지난주에 공연을 보러 와서 대학에 합격했다고 이야길 해주는데 정말 너무 축하한다고 말했어요. 제가 하는 말이 제가 하는 노래가 제가 하는 연기가 팬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니깐 행동하나 말하나 더 조심하게 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요즘 퇴근길이 많잖아요. 힘들 때는 없나? 

▲ 이 문화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모여주셔서 모두 다 인사해드리고 했었거든요. 2시간 가까이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게 피로도가 너무 쌓이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처음에는 경험이 없으니까 힘들었는데, 지금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안 좋다고 말하고 오늘 쉬겠다고 말해요. 이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팬분들이 이해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힘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공연을 보고 난 소감도 말해주고 일상에 있는 일들을 말해주셔서 그런 걸 듣는 재미에 즐겁게 하고 있어요. 제가 매일 하고 있는 이야긴데 오늘 제가 하는 공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이에요. 왜냐하면 극장에서 공연을 한 번 본다는데 돈도 돈이지만 정말 시간도 투자해야 하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를 위해서 공연을 보러 와주시고 응원도 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죠. 저도 행복하고 에너지를 받아 가고요. 무슨 말을 해줄까 생각하고 퇴근길을 준비하니까 이게 또 하나의 재미가 됐어요. 

 

팬 레터도 많이 받으시던데 

▲ 네. 많이 받아요. 그래서 공연을 하고 있으면 일정이 공연 끝나고, 퇴근길하고, 선물 받은 거랑 팬 레터 받은 거를 챙겨서 집에 가서 정리하면서 쭉 읽어봐요. 편지라는 게 말로 하기 힘든 말들을 할 수 있게 만들거든요.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그거 읽어보면 엄청 재밌어요. 다양한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거잖아요. 재미도 있고 제가 연기를 하거나 뭔가를 준비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후배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이런 질문이 조금 어려워요. 그래도 뭔가 말을 해보자면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라"일까요.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이 쉬운 직업이 아니잖아요. 단순하게 돈 벌 수 있는게 아니라. 말로 연기로 노래로 그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직업이라는걸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열정을 다해서 하고 싶다. 나는 누구보다 더 노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직업. 배우를 했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 

▲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다 했으면 하는데, 굳이 꼽자면 제일 하고 싶은 공연은 <스프링 어웨이크닝> 과 <맨 오브 라만차>요. 이 작품들을 왜 꼽았냐고요? 제일 하고 싶은 역할이 '신념' 이 있는 캐릭터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서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제가 진짜 맡고 싶은 배역 중에 하나에요. 돈키호테, 그리고 세르반테스 모두 신념이 굳건하고 센 캐릭터잖아요. 사실 저 말고도 많은 남자배우들의 워너비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기회가 온다면? 

▲ 기회가 온다면 꼭 맡아보고 싶어요. 그런데 만약에 제가 그 배역을 맡아서 확실하게 신념을 보여 줄 수 없을 것 같으면, 기회가 와도 안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캐릭터, 배역을 망치고 싶지 않거든요. 제가 이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거든요. 제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기회가 와도 웃으면서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한테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이다. "이 말만큼은 기사에 꼭 나왔으면 한다"라는 게 있다면? 

▲ 보도지침 마지막 독백 중에 있는 대산데, "참 귀한 시간이다. 모두 다 다른 인생을 살던 분들이 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극 중에서는 법정에서 얘기하는 장면이에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고 계신 분들이 이 극장에 모여, 이 공연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우리가 하는 연기를 공연을 봐주신 모든 게 참 기적적인 얘기다"라구요. 

극장에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지치더라도 무대 위에서 저희가 해야 되는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하는 거라고요. 

이 모든 말들이 관객분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사실 저를 위한 행동 대사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를 위해서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 반대로 이런 게 무대를 꾸미기 위해서 제가 노력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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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yy 2018-12-16 12:06:34
정말
좋은 배우십니다.
제가 나이는 더 많지만
인터뷰보고 많이 배워요.
훌륭한 배우가 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