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배우 기세중 "무대 위에 선다는 건, 큰 행복이죠"
[인터뷰 ①] 배우 기세중 "무대 위에 선다는 건, 큰 행복이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8.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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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성공 할 수 밖에 없던 배우
'팬텀 싱어'라는 기회를 통해 더 빨리 대중에 소개된 배우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이 좋다고 말하던 뮤지컬 배우 기세중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사람이고요.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하고 가끔 춤도 추고 하는 게 행복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배우 기세중은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30일 첫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는 스토리 작가 데뷔 프로그램 블랙 앤 블루 시즌 4 선정작으로 서휘원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김동연 연출과 양주인 음악감독, 그리고 한정석 작가(드라마터그)의 멘토링과 협업을 통해 1년여의 작품 개발을 진행한 작품이다. 본지는 첫 무대 이후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송곳니도 없고 날지도 못하는 '10대' 뱀파이어 소년 '아더 코필드' 역을 맡은 배우에 흥미를 느껴 그를 만났다. 전작에서도 뱀파이어 역을 맡았기 때문에 흥미를 느꼈다. 전작과 연관되는 작품을 선택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했고, 지난 6일 청담동 인근 한 카페에서 그, 뮤지컬 배우 기세중을 만났다. 

반갑다. 전작과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다. 이유가 있을까 

▲ '뱀파이어'라는 부분에 있어서 전작 <배니싱>이라는 작품과 연관돼 말할 수 있기는 하죠. 그런데 뱀파이어라서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전작 배니싱 작품은 나름 '악역'이라고 해야 되나 나쁜 사람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배역이기 때문에 선택했었고, 이번 작품 '아더'의 경우 극 분위기 때문에 선택한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셔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귀여운 모멘트들이 많거든요. 여태까지 이런 애교나 귀여운 제스처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작품을 통해 경험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작품이에요.  

<뱀파이어 아더> 어떤 작품인지 소개하자면. 

▲ 장르를 하나로 이야기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약간의 로맨스도 있고, 약간의 스릴러도 있고, 드라마적인 요소도 있어요. 말하자면 "연말에 가볍게 누구의 손을 잡고 오든 와서 가볍게 보고 재밌게 보고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 커튼콜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 커튼콜

 

뱀파이어 '아더'는 어떤 친구일까 

▲ 일단 풀네임은 '아더 코필드'고, 나이는 설정상 20대 초반? 10대 후반? 설정상 이렇게 되어 있는데 '10대'인 것 같습니다. 영국의 크나큰 저택에서 존이라는 집사를 두고 사는 집주인이죠. 뱀파이어지만 아직 송곳니가 자라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하늘도 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뱀파이어 '아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 초반에 이야기하는 대사 중에 뱀파이어의 필수 덕목이라면서 '피를 바쳐라' 이런 게 있는데, 사실 약간 제가 생각하는 아더의 가치는 '노블레스'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요.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지만 일단은 덕을 베푸는 귀족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저는 그게 제일 큰 가치인 것 같아요. '아더'는 나중에 진짜로 뱀파이어가 돼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날아다니면서도 불쌍한 사람들이 있으면 도왔을 것 같거든요.  왜냐면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그거를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있을 것 같아요. 극을 보면 아더에게 보이는 애티튜드에서 이런 부분들이 많이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엠마라는 소녀를 더 불쌍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녀를 저택에 머물게 허락한 것 같고요. 사실 진짜 뱀파이어가 되고 싶었으면 일단 인간을 죽여서 피를 먼저 가지고 오는 게 우선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극 중에서 '엠마를 죽이지 말아라'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그런 걸 보면 아더는 그렇게까지 사람을 죽여서 뱀파이어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아더에게 행복이란? 

▲ 일단 극 중에선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 행복인 것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아더가 총에 맞거든요. 만약 아더가 총에 맞고 살았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아더' 자신을 찾아가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아더에서부터 다시 밟아와보는 거죠. 그래서 지금에 도달해 진짜 자기 인생을 찾고 살아가는 게 행복일 것 같아요. 아더에게는 

아더는 어떻게 됐을까 

▲ 전 죽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더가 무너진 상태에서 끝나버리면 남아있는 엠마도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든 치료를 잘 받아서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더가 가지고 있는 '부'와 엠마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감각들이나 이런 것들이 같이 있으면 되게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거든요.  

만약 뱀파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 그런 기회가 있더라도, 저는 안될 것 같아요. 만약에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뱀파이어가 안되는 쪽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왜 그럴까? 

▲ 이건 사실 제가 그냥 머릿속에 담고 있는 부분이 조화보다는 생화나 나무들이 더 좋거든요. 박제되어 있는 동물보다 살아있는 동물들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저는 끝이 있는 것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뱀파이어 같은 경우에는 영원한 삶을 산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부분들이 다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끝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조금 더 의미 있는 끝맺음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달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끝이 없고 계속 살 수 있다고 한다면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질 것 같더라고요. 돈을 버는 것도 사실은 의미가 없잖아요 어차피 나는 안 죽고 평생을 살아가는데, 그리고 나가서 노는 것도 뭘 하는 것도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진짜 뱀파이어가 된다면 뭔가 좀 불행해질 것 같아서 기회가 있어도 거절할 수 있다면 거절하고 싶네요. <배니싱>이란 작품에서도 대사 중에 "영원히 살 수 있으면 좋잖아?"라고 하는데 뱀파이어가 "그게 좋을 것 같아?"라고 반문하거든요. 그 부정하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게 저한테 조금 남달랐던 것 같아요. 뱀파이어가 오랜 삶을 살고 있는다는 게 단순하게 행복하다는 것보다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100년이라는 시간도 오래 사는 건데 굳이 뱀파이어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웃음) 

 

'아더'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받거나 참고한 게 있을까? 

▲ 저는 사실 제일 처음 이 작품을 보고 드라마 <김비서가 왜 이럴까>에서 박서준 배우님이 생각났어요. 박서준 배우님 연기도 너무 잘하고 잘생기고 해서 너무 좋아하는 분인데, 그 작품에서 박서준 배우님이 맡은 캐릭터랑 비슷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왜냐하면 그 드라마 캐릭터가 제벌 2세로 사회성이 좀 많이 떨어지고, 모든 걸 칼같이하는데, 나중에는 어렸을 때 갖고 있던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 자기 비서를 하고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잖아요. 스토리도 그렇고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참고했던 것 같아요. 약간 좀 건방진 행동 들이나 태도를 보이다가도 그 안에 들어있는 따듯한 행동이나 말 같은 게 있잖아요. 어색하게 한 번씩 내뱉는 대사나 행동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비슷하다고 느꼈었죠. 

공연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됐다.(인터뷰 당시) 실수라던가 뭔가 에피소드가 있다면? 

▲ 일단 공연 중에 실수를 하면 당황스럽다란 생각이 들죠.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심장이 빨리 뛰는데, 저도 그렇고 모든 배우들이 다 그럴 거예요. 일단은 모든 게 라이브로 돌아가니까 끊기면 안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죠. 사실 첫 주에 공연 올렸을 때 사건사고가 제일 많았어요. 무대 세트가 박살 나기도 했고, 공연 시작 전에 안내 멘트 나가는 것도 끊켰었어요. 그리고 무대 위에서 마이크가 꺼진 것도 있었죠.  

그때 그 공연을 제가 보고 있었습니다. 

▲ 제가 잘했나요?(웃음) 사실 마이크가 안 켜졌을 때 바로 생각난 걱정은 이거였어요. 이 마이크가 안 켜지면 지휘하는 분이 다음 장면에 들어갈 수가 없거든요. 큐를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 지금 들어왔나? 안 들어왔나?" 생각했죠. 그래서 바로 위에 저희 피아노 모니터를 잠깐 쳐다봤는데, 지휘자 분도 당황하고 계신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노래를 한 번 더 해야 하나?라고도 생각했죠. 그런데 괜히 노래 한 번 더 했다가 그다음 들어오는 피아노랑 부딪칠 것 같아서 일단 안 하고 그다음 동선으로 넘어갔어요. 속으로 "나 다했으니까 다음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소리쳤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니까 바로 다음 부분으로 넘어와주시더라고요.  

이전 작품에서도 사건사고가 많았다고 들었다. 

▲ <배니싱> 작품 할 때도 제 바로 코앞에 책이 떨어져서 엄청 놀랐던 적이 있어요. 바로 위도 아니고 무대 위 쪽에서 떨어진 거였죠. 놀랬어도 일단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 되니까 걸어가려고 했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민진이 형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또 민진이 형이 급하게 나와야 하는 장면이라서 이걸 두고 가면 뛰어나오다가 넘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려고 하다가 괜히 화난 척 책을 발로 차서 밀어버렸었죠. 모든 게 다 짜여 있어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 실수를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배우니까. 공연은 끊기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 말고도 다른 배우분들도 다 그럴 거예요. 

<뱀파이어 아더>, 이 곡이 제일 힘들었다 

▲ <자꾸만 너에게>라고 그림 그리는 신에서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이 곡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이 곡을 주신 작곡가님에게 감사한데, 너무 좋은 곡이거든요. 제가 작곡가님한테도 항상 이야기하는데 "작곡가님 곡이 진짜 너무 좋아요. 근데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거든요. 이 곡이 진짜 제가 지금까지 해온 뮤지컬 중에 제일 힘들었어요. <뱀파이어 아더>가 노래 곡수도 엄청 많거든요. 13곡인가 12곡을 한 시간 반 안에 다 불러야 하거든요. 대극장 공연은 세 시간 정도라는 긴 시간 동안 하니까 쉴 수도 있고 숨도 돌리고, 물도 마시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진짜 숨돌릴 시간이 없어요. 하나하나 노래 데미지가 센데, 노래 하나하고 소리 지르고 춤추다가 들어가서 물 빨리 마시고 나가서 노래하고 또 다른 곡하고 물 잠깐 마시고 계속 이런 상황이거든요.  

이런 상황인데 앞에서 데미지가 쌓인 상태로 <자꾸만 너에게>는 또 작게 불러야 하는 노래거든요. 근데 이게 음은 또 높아요. 그러니까 이게 무대에 올라가서 하다 보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는 거예요. 그래서 <자꾸만 너에게>란 곡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곡이 힘든 만큼 되게 좋아요. 노래도 할 때 멜로디도 너무 이쁘고, 좋은 곡을 더 잘 살리고 싶은 게 있어서 욕심을 많이 냈죠. 연습도 많이 하고, 제가 뮤지컬 공연 연습하면서 따로 개인 연습을 이 정도로 많이 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이게 노래를 받고 연습을 하는데, 노래를 받고 나서 바로 노래가 잘 안되는 거예요. 어려워서 그래서 따로 개인 연습실에 가서 밤까지 연습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다시 체크 받고, 연습 끝나면 다시 연습실 가서 하고 다시 체크하고 무대 올라가기 전까지 그렇게 열심히 해왔습니다. 

 

가장 좋았던 곡에도 들어가나? 

▲ 일단 제 노래에서 꼽자면 <자꾸만 너에게>가 가장 좋았어요. 그리고 제 노래는 아니지만 극 중에 존이 부르는 <히스 꽃>이란 곡이 있는데, 이 곡이 우리 공연의 메인 테마곡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프닝 때부터 나오는 곡이라 가장 로맨틱하면서도 또 무섭게 스릴러로 바뀌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히스 꽃>이란 곡을 제일 좋아해요. 저는 무대 뒤 턴테이블에 앉아서 듣고 있거든요. 근데 저걸 나한테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하니까 섬뜩하기도 한데 노래는 되게 좋아요. 일단 멜로디 자체가 워낙 좋아서 저는 1순위로 뽑자면 <히스 꽃>입니다. 제 노래 중에서 뽑자면 솔로 곡은 <알고 싶어> 듀엣 곡은 <자꾸만 너에게>를 선택할게요. 

공연 중에 집사 존이 가져다준 피를 계속 마신다. 

▲ 이거 말해도 되나요? 극 중에 빨간 피는 바로 크랜베리 주스입니다. 아주 시큼한 맛이라 먹으면 침이 엄청나게 고이는 크랜베리 주스에요. 

존이 피 혹은 음료를 만드는 장면이 있다. 

▲ '당근 하나, 토마토 세 개, 달콤한 시럽 6방울'이거든요. 이걸로 만드는데 아직 한 번도 제조는 해보지 않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라서 먹는다면 맛있게 먹을 것 같아요. 맛있을 것 같은데... 

 

존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 당하는 와중에 "고마웠다"라는 대사가 있다. 만약 본인에게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 이게 어떻게 보면 <트루먼 쇼>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이런 상황이 온다면 생각보다 무덤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랬구나"라구요. 이때까지 살아온 게 부정 당하고 이때까지 살아온 게 현실이 아니라면 이제 다시 진짜 제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할 거 같아요. 크게 무너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왜냐면 제가 지금 당장에 죽고 사라지고 그런 것이 아니니까 그냥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조금 바뀌는 것뿐이지 크게 무너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저는 존 하고 이 저택에서 내가 살 수 있다는 거에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여태까지 나를 여기서 안전하게 케어해준 너에게 고맙고 나에게 항상 따뜻하고 먹을 거를 준 이 저택에게 고맙다고 말해요. 그렇다 보니 저도 그 상황이었으면 그냥 쿨하게 바이바이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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