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은행주공 재건축 시공사 선정 의혹... '조합은 왜 불법에 눈 감았나'
성남은행주공 재건축 시공사 선정 의혹... '조합은 왜 불법에 눈 감았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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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홍보·상대사 PR방해·정비계획 무시 등 ‘총체적 난국’
청와대 청원 올라온 불법행위 주장... 재건축 적폐 근절 요구

재건축아파트 현장은 비리복마전이다. 재건축조합 임원들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한다. 시공사들은 건축비를 올리기 위해 조합 임원들을 매수하려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재건축 비리 근절을 위해 도시정비법을 개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과 건설사의 짬짜미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둘만의 비밀관계를 이어간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재건축 사업은 좋은 사냥감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재건축 적폐비리 근절...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관련 청원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최근 시공사가 선정된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살펴본다.

성남 은행주공 아파트 단지.
성남 은행주공 아파트 단지.

상대회사 PR 방해 의혹
청와대에 청원글을 올린 청원인은 “지난 2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소재 ‘밀리토피아’ 호텔 옆 건물 ‘밀리토피아 웨딩센터’에서 모 대기업 컨소시엄이 투표참여 조합원들에 대해 불법 홍보를 하는 등 공정한 행사진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모 대기업 컨소시엄은 사전에 섭외한 웨딩센터에 조합원들을 모집해 타 시공사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문을 닫고 차단했다. 조합원들의 타 시공사 설명회 참여를 조직적으로 방해해 총회일정을 지연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법령상 금지된 부페 등 음식물을 제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합장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컨소시엄 측이 이를 무시했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조합 측은 ‘방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는 입장이다. 조합장 A씨는 “(컨소시엄에서 사람을 모은 것이) 맞다”면서도 “열 댓 명 정도로 음식접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당시 현장 관계자들의 말은 조합장의 말과 달랐다. 총회가 열린 밀리토피아 호텔 관계자는 “행사 당일 2~300명이 행사장을 나와 저쪽(웨딩센터)으로 갔다”고 말했다.

불법홍보 ‘삼진 아웃’ 논란
해당 컨소시엄은 총회 이전에 이미 불법 홍보행위로 2회 적발되어 시청 및 조합으로부터 시정 및 금지, 3회 적발시 자격 박탈 등의 공문을 받은 바 있다. 청원인은 “해당 컨소시엄은 오히려 이를 무시하고 대기업이란 지위와 자금을 활용, 불법으로 지속적인 홍보를 강행하고 중요한 시공사 선정 투표당일까지 이러한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2월 9일 제정·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제2018-101호) 제14조에 4항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는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고 이를 3회 이상 어길 경우 같은 고시 제16조 1항에 따라 ‘해당 입찰은 무효’가 된다. 시공사 선정 당일의 불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선정된 곳은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조합 측에서는 불법 홍보라는 건 알았지만 총회 당일에 어떠한 조치를 하기는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A 조합장은 “조합원이 2천명 가까이 모인 상황에서 총회 당일에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총회를 진행하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사안은 선정 무효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며 “이번에 불법홍보로 적발되면 ‘삼진 아웃’ 되는 건데 조합이 봐주기식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도 “조합이 이날 불법행위를 직접 적발하고도 버젓이 자격을 유지시켜 시공사선정 투표에 참여토록 방임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경찰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성남시는 성남 중원경찰서에 고발 조치해, 경찰은 지난 7일 의혹을 제기한 일부 조합원들을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 지침 무시, 35층 설계 논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남시는 지난해 은행주공 지구에 대해 경관 등을 고려해 30층으로 제한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컨소시엄 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5층 설계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35층 건설안을 유인물과 조합원 단체 카톡방을 통해 홍보했다. 오히려 조합에 공문을 보내 타사의 33층 설계를 제재해 달라고 걸고 넘어졌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합장 A씨는 “1차 설명회에서 컨소시엄이 공증서 등을 가지고 와 35층 제안을 했으나 시에서 30층이라고 해서 바꾸기 어렵다고 총회에서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지난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관련법 개정이나 주변 여건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은행주공은 고도제한 구역은 아니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때 경관 등을 고려해 30층으로 층수를 제한했다”며 “지난해 정비계획 수립이후 법령 등이 바뀌지 않아 검토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정비 계획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땅을 18m 파서 30층과 높이는 같게 하겠다는 얘기를 컨소시엄에서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비계획이 변경(35층)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 성남시는 “고도가 아니라 층수제한이 있는 것인데 방안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컨소시엄이 제시한 건축비는 약 8000억원이다. 만일 35층으로 사업이 변경될 경우 설계비용을 포함한 건축비 산정을 다시 해야 한다. 이는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져 실질적으로 추가분양분 보다 분담금이 높아질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설계 변경은 이뤄진다”며 건축비 변경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관련 청원. (사진=청와대 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관련 청원. (사진=청와대 게시판 갈무리)

재건축·재개발 적폐비리 뽑아내야
청원에서는 이 밖에도 조직적이고 안하무인격인 시공사의 활동과 조합을 꼬집었다. 청원인은 “온갖 불법이 난무하는 재건축 건설 환경이고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일일수도 있다”면서도 “시공사들의 이러한 조직적이고 안하무인격의 불법행위로 저희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편파적이고 강압적으로 느끼게까지 하는 활동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바란다”고 청원했다.

청원을 올린 배경에 대해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 적폐비리 뽑아내라’고 이낙연 총리에 특별지시를 한 사실에 힘을 얻어 다시 한 번 희망을 건다”고 설명했다. 12일 오후 2시 현재 이 청원은 373명이 참여한 상태다.

이미 정해진 시공사 선정을 바꾸기는 힘들다. 재건축 관계자들도 “시공사 선정을 뒤집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0층에서 35층으로 왜 바꾸려고 하는지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건축 조합은 비리복마전이다. 재건축과 관련해 많은 조합에서 송사가 일어났고 많은 이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 조합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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