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안지현, "'엄마'역 통해 母 사랑 알게됐죠"
[인터뷰] 배우 안지현, "'엄마'역 통해 母 사랑 알게됐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8.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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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6시퇴근' 싱글 워킹맘 서영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안지현을 만나다.

 

 

"작품 오디션이 뜨고나서, 무슨 캐릭터가 됐든 그냥 시켜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딱 '서영미'더라구요. 그래서 준비하고 연습하다 보니 이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란 걸 알 수 있었죠"

배우 안지현 뮤지컬 <6시퇴근>에서 어떤 배역을 맡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6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뮤지컬 <6시퇴근>의 공연이 시작됐다. 내년 3월 3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6시퇴근>은 제과회사에서 정리해고가 될 위험에 빠진 홍보 2팀 직원들이 해고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그려져 초연 이후로 공연이 올려질때마다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품이다. 안지현은 가족들을 위해서 사랑과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 직장인들에 노고와 애환을 담은 뮤지컬 <6시퇴근>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 또 한 엄마의 딸로 포기할 수 없는 기로에 서있는 서영미 주임 역을 맡았다. 지난달 28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배우 안지현이란? 자기소개를 하자면.

▲안녕하세요. 엄청 노력하는 배우 안지현입니다. 요즘 슬럼프도 오고하다 보니 연기에 대한 갈망이 조금 많이 커지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많이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하루 종일 노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올해 서른둘이 됐는데, 약간 적다고 할 수도 있고 많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지점에 서있는 것 같아요.
  
<6시퇴근> 작품 선택 계기가 있을까.

▲ 이번 작품은 지난해 공연 때 처음 봤어요. 공연을 봤는데 너무 신나는 거예요. 제가 그때 엄청 어두운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밝은 공연을 하면서 내가 받은 즐거움을 무대 위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디션이 뜨자마자 지원했어요. 이 공연을 하고 싶어서.
  
지금 서영미란 배역을 원했던 건가.

▲ 딱히 뭘 원한 건 없었어요. 사실 뭐든 그냥 시켜줬으면 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니까 제일 잘 맞는 캐릭터가 '서영미'주임 이더라구요. 그래서 연습을 하다 보니 이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란 걸 알 수 있었고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 뭔가 따듯하고 밝은 면이 있지만, 그 안에서 아픔도 느껴졌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서영미도 누군가에 딸이었다라는걸 깨닫는 장면이 있어요. 너무 좋은데 한편으론 가슴아프게 눈물이 나는 장면이에요.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특히 40-60 여성관객들이 감정이입이 많이 된다고 들었다.

▲ 처음 연습에 들어가고 나서 제가 삼십 대 초반에 결혼도 안 해봤고, 아이도 없다 보니까 이런 걸 표현하는 데 있어서 너무 어린 감성으로 드러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연출님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외모상으로 너무 어려보이지 않게 공연에 들어가면 화장도 조금 더 짙어지고 머리나 스타일도 뭔가 이쁘게 하려는게 아니라 연륜이 있어 보이게끔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노력한 만큼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하려고 노력에 노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매력적인 곡은?

▲ '우리 엄마'라는 곡이 있어요. 제가 부르는 곡인데 꼭 제가 불러서 고른게 아니고 정말 좋은 공연이에요. 이곡이 제가 이 오디션을 볼 때 지정곡이었어요. 지난해 공연을 보고 난 후 OST를 직접 찾아들을 정도로 빠졌었어요. 저한테 '엄마'라는 코드가 약간 쥐약이에요. 이런 코드가 들어가면 눈물이 막 나는 스타일이죠. '우리 엄마'는 가사나 멜로디가 너무 가슴에 와닿는 곡이에요. 그냥 사람들이 듣기만 해도, 누가 불러도 눈물샘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노래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곡을 작곡해주신 '이기호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어요.

 

  
오디션때 실수는 하지않았나?

▲ 실수 했죠. 엄청 큰 실수였어요. 사실 준비했을때부터 사고를 일으킬 조짐을 보였죠. '엄마'를 곡에 기입해서 연기와 노래를 이어가면 감정 조절이 격해졌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조절하면서 연습했고, 오디션장에 들어갔을때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첫 멜로디가 시작되자 마자 울컥하더라구요. 그래도 꾹 참고 노래를 부르려고 했는데, 어느새 감정이 격해져서 다 못 불렀었어요. 
  
지금은 어떤가.

▲ 요즘 공연할 때는 감정 조절을 잘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집중해서 곡을 이어가다 보면 자꾸 감정이 밀려들어와서 음이 떨어지거나 혼자 울컥하니까 '감정 조절 좀 해라', '왜 너 혼자 그러냐'라고 만날 혼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야되는데, 써주셔야 됩니다. "음악 감독님 너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공연에서 모든 곡을 다 좋아하는데 서영미라는 역할을 주고 '우리 엄마'라는 곡을 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너무 감사해요. 

 

 

 

  
배우, 직업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춤이랑 노래를 좋아했어요. 너무 좋아하니까 부모님이 연기학원에 보내주셨고, 그때는 멋 모르고 연기학원에 다녔죠.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했던게 지금까지 쭉 이어온 것 같아요. 꿈을 이뤘죠. 그런데 나이를 먹다보니 연기라는게 답이 있는게 아니고 노력해야하고, 힘들고, 지치고, 돈도안되는 직업이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다른 일들을 해보진 않았지만 공연을 하고, 끝마치는 과정에서 얻는 카타르시스가 어느 직업보다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이 카타르시스가 앞서 말한 단점을 다 커버시켜주는 느낌이죠. 앞서 말한 단점보다 장점이 너무 커서 그런 단점들이 다 보완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얼마전에 실제 배우가 아닌 일반인 친구들이 공연을 보러 왔었어요. 공연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뮤지컬을 봐서 재밌고 좋았는데, 공연을 보면서도 내일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생각을 하게됐다"라구요. 그리고 저한테 "오늘 진짜 잘 살았다"라는 기분이 들지 않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정말 힘들거든요. 정말 힘들구 피곤한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나 오늘 하루 정말 잘 살고있다"라고 생각하게되더라구요. 나 오늘 정말 잘 살았구나.
  
이번 작품 <6시퇴근>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을까.

▲  제가 출연하고 있는 다른 작품인데, <루나틱>이요. 되게 애정 하는 작품이에요. 지금은 예전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작품 자체가 엄청 좋아요. 그리고 백재현 연출님이 연기도 많이 가르쳐 주셨거든요. 지금 제가 연기에 이렇게 빠져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도 백재현 연출님이세요. 연출님이 요즘 대학로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약간 자만하거나 되게 연기를 쉽게 생각한다거나 이럴 수 있는 부분을 진정성 있게 연기에 대해서, 배우란 직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어요. 
  

 

 

힘든 점은 없었나.

▲ 사실 백재현 연출님이 너무 좋으신 분인데, 같이 작업하면 조금 많이 힘들어요. 왜냐하면 계속 아니라고 말씀하시니까 진정성이 나올 때까지 계속하라고 하세요. 그래서 되게 많이 힘든데, 이 작품 <루나틱>을 하면서 배우로써 조금이나마 성장하지 않았나.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루나틱> 초연 때 봤었다. 올해 다시 봤는데 초연때 내용에서 바뀐 것 같더라.

▲ 연출님이 그 작품을 쓰시고 지금까지 계속 연출하고 계시는데 항상 그런 말씀을 하세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공'이라고 공연을 해야 하는데, 청소년이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데 너무 선정적인 내용이 있다 보니 수정하고 순화하다 보니 내용이 변했다"고 하세요. 연출님이 아쉬워하고 계세요. 지금도 충분히 재밌는 공연이지만 예전 공연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저도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쉬웠던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

▲ 작년 이맘때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라는 작품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작품에서 제가 정숙자라는 역할을 맡았었는데 제 성향이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여렸어요. 그래서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감당하기 조금 힘들었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일단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노력했었죠. 그래서 많이 아쉬워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상처를 많이 받아서 성숙해져있을 때 다시 그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그때보다는 더 잘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극에서 제일 중요한 캐릭터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준비가 되면 다시 맡아서 후회 없이 공연을 끝내고 싶어요.

  
맡고 싶은 배역이나 참가하고 싶은 공연이 있을까.

▲ 저는 그냥 솔직하게 여러 역할을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지금 좀 강인한 역할을 많이 맡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서영미라는 역할이 더 좋았던 게 뭐냐면 그런 강인함 안에서 연약한 여자의 모습이 묻어있어요. 그런 것처럼 여러 역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굳이 말해보자면, 지금 딱하고 생각난 게 있는데,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뮤지컬 <팬 레터> 영상을 봤어요. 거기에 '히카루'라는 역할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역할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오디션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매력적이에요.
  
공연을 시작하는 후배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요즘 제 팬들 중에서도 연기를 하려고 공연을 보러 왔다가 팬이 돼서 제 공연을 다 보러 와주는 친구들이 몇 있어요. 이 친구들이 올 때마다 고민 상담도 해주고 있거든요. 친구들한테 항상 해주는 말이 보기에는 되게 화려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아픔과 스트레스 등 모든 걸 동반하게 된다라고 말해줘요. 이런 모든 걸 견디고 즐길 수 있어야 이 직업을 진짜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너무 즐거운 면만 보고서 오면 금방 상처받고 금방 힘들어질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물론 공연을 하면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나름의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아픈 만큼 그리고 질타가 오는 만큼 성숙해진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그런 걸 즐기고 많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는지

▲ 요즘에는 오히려 감성적인 노래를 되게 많이 듣고 있어요.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리고 그런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아요. 뭔가 막 밝으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그게 해소가 되는 게 아니라 잠깐 그 기분만 좋아지지 제 안에서 해소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이 감정을 좀 더 극대화해서 더 많이 느끼려고 노력해요. 

우리나라 공연·문화 10년 뒤는 어떻게 바뀔까. 아니면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나.

▲ 얼마 전에 <두 도시 이야기>란 작품이 엎어졌어요. 좋은 배우들이 정말 많은데 대다수가 말 그대로 놀고 있거든요. 그런데 공연에 올라가지 못해서 "오히려 이게 내 길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배우들도 더 많아요. 그래서 그런 배우들도 공연에 올라갈 수 있게 변화가 있었으면 해요. 페이적인 부분에서도 배우도 더 좋은 연기를 펼치면서 그에 맞는 페이를 지급받을 수 있게 변해야겠죠. 방법을 뭘 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보완되고 변화할 수 있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 말만큼은 꼭 해야겠다'는 게 있을까?

▲ 공연이 정말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공연이 활성화돼야 저희가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고 그래야 좀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게 더 노력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거잖아요. 지금도 부족함을 느끼고 더 노력하고 있지만, 항상 좋은 공연 보여드릴 수 있게 많이 노력할 테니까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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