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제4화, 부사장과 해외여행?
[기업소설] 직장의 신-제4화, 부사장과 해외여행?
  • 이상우
  • 승인 2018.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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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부사장과 조민지가 한적한 휴양지 호텔의 저녁 식탁에 나란히 앉아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한껏 행복에 부푼 조민지는 연상 미소를 띠우고 있다. 김기호는 음흉한 눈으로 토끼를 노리는 늑대처럼 앞에 앉은 조민지를 바라보고 있다"

결재판 안에는 서류 대신 하얀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다.

“박 대리님. 죄송해요. 저 대신 좀 처리해 주세요.”

하얀 봉투위에 연필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봉투 안에는 휴가원 이 들어 있었다. 12일간 휴가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사용하지 않은 여름휴가 6일에, 이달 대체 휴일 2일, 생리휴가 1일 그리고 모자라는 3일은 연월차에서 빼기로 했어요.”

연필 메모는 이렇게 12일간의 결근을 설명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박 대리는 휴가원을 인사팀에 보내 놓고 골똘히 생각 해 보았다.

“역시 맹랑한 여자야.”

“가출?”

그러나 부모 밑에 사는 것도 아닌데 가출이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렇다면 혹시 애인이 생겨 사랑의 도피 여행을 한 것이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박민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조민지는 이튿날도 그 다음 날도 소식이 없었다. 회사 내에는 조민지의 결근이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다.

일본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느니, 선보러 미국에 갔다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말단 여사원 한 사람이 며칠 휴가를 내고 안 나온다고 해서 화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인지라 충분히 화제가 되었다.

-혹시?

박 대리는 문득 조민지와 김기호 부사장의 관계를 머리에 떠 올렸다. 언제가 김기호 부사장의 승용차에서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 당당히 함께 내리지 않았든가?

김기호 부사장과 조민지가 낙엽 휘날리는 시골 도로를 나란히 걷는 보습을 상상해 보았다.

재벌회사 후계자와 말단 여사원의 사랑. 여사원에게는 신데렐라요 부사장에게는 금수저의 불장난일지 모른다.

김기호 부사장과 조민지가 한적한 휴양지 호텔의 저녁 식탁에 나란히 앉아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한껏 행복에 부푼 조민지는 연상 미소를 띠우고 있다. 김기호는 음흉한 눈으로 토끼를 노리는 늑대처럼 앞에 앉은 조민지를 바라보고 있다.

다음.

박민수의 머릿속에는 김기호 부사장이 양손으로 조민지의 귀를 잡고 키스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어 핑크 조명 아래 발가벗은 채 김기호에게 짓밟히는 조민지의 가련한 모습이 떠올랐다.

“안 돼!”

박민수가 느닷없이 고함을 질렀다.

“예? 뭐가 안 돼요?”

계산에 열중해 있던 피용자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 아냐...”

박민수는 멋쩍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 내가 왜 이러지? 민지야 부사장과 동침을 하든, 늑대하고 사귀든 내가 무슨 상관이야

박민수는 고개를 저어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조민지 생각은 좀체 지워지지 않았다.

“이봐, 박 대리. 오늘 저녁 어때? 걔가 왔거든.”

이규명 대리가 멍청하게 로비를 걷고 있는 박 대리에게 말했다.

“응? 걔? 조민지가 왔어?”

박민수 입에서 엉겁결에 나온 말이다.

“이 친구 좀 봐? 엉뚱한 조민지는 왜 튀어나와? 너 그리고 보니까 조맹랑 짝사랑 하는 것 아냐?”

이 대리가 빙그레 웃으며 박 대리를 쳐다보았다. 박 대리는 갑자기 얼굴이 달라 올랐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소년처럼 가슴이 콩콩 거렸다.

“짜아식. 짝사랑이 뭐냐. 이 나이에.”

이 대리가 계속 놀렸다.

“그게 아냐. 우리 방에 있는 사원이니까 좀 걱정이 되어서.. 근데 누가 왔단 말이야?”

박민수가 얼버무렸다.

“미국에 학위 따러간 번개 말이야. 여영진이...”

“음. 영진이. 영진이가 돌아왔어? 학위는 끝났대?”

“그럼. 걔 별명이 번개 아니니.”

여영진은 박 대리, 이 대리와 입사 동기였다. 그러나 채 일 년도 안다니고 유학을 떠났었다. 무슨 일이든지 후다닥 해 치우기 때문에 별명이 번개였다.

조민지가 결근한지 일주일이 가까웠을 때였다. 박민수는 그 동안 김기호 부사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조민지와 김기호 부사장이 이곳저곳을 헤매며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그는 참다못해 김기호 부사장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았다. 불길한 예상이 들어맞는 것 같았다. 조민지가 결근을 시작하던 날 부사장은 해외로 출장을 갔다는 것이다. (계속)

악녀공작소- 30년 경력 중견 소설가로 <권번 기생의 방> <사랑을 위하여> <쉬운 여자> <알바의 복수> <톱스타의 사생활> 등 100여 편의 에로틱 로맨스 소설과 추리 소설을 발표했다.

작품 소개- 신입 사원 조민지는 맹랑한 여자다. 출근 첫날부터 선배 남자 사원을 부려먹기 시작한다. 섹시한 몸매와 뛰어난 업무 솜씨는 가히 직장의 신이라 할만하다. 육체 공격을 해오는 남자 사원들을 한 손으로 주무르며 회사의 실력자로 부상한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폭풍처럼 회사 수익을 올려 승승장구 하지만, 썸 타는 남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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