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제2화 전사원이 깜짝
[기업소설] 직장의 신-제2화 전사원이 깜짝
  • 이상우
  • 승인 2018.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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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박대리 님!”

조민지는 눈물을 그대로 둔 채 미소를 띠는 야릇한 얼굴 모습이 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도울 수 있나요?”

박 대리는 우는 얼굴에 미소를 띤 민지를 보자 자기도 영문 없이 왈칵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심정이었다.

“괜찮아요. 박 대리님이 도울 일이 아니예요.”

조민지는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밖에 나가서 커피나 한잔하면서 이야기 좀 해요. 우리...”

박민수 대리는 평소 직장에서 보던 조민지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오히려 친근감이라고 할까, 동정심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커피보다는 생맥주가 좋아요.”

조민지는 금방 눈물을 훔친 뒤 웃으며 말했다. 명랑하고 당돌해 보이는 모습이 평소의 모습을 느끼게 했다.

박 대리는 조민지와 함께 긴 병원 길을 나서서 길 건너편에 있는 호프라고 쓰인 생맥주 집으로 들어가 구석 자리에 앉았다.

“박 선배 이렇게 보니까 꽤 미남이네요.”

조민지가 자리에 앉자마자 박 대리를 당황하게 했다.

“이렇게 보니까?...”

“녜. 직장에서는 그냥 일벌레 선배쯤으로 생각하고... 실은 얼굴을 한 번도 똑 바로 쳐다 본 일이 없었거든요. 그냥 좀 거추장스러운 까도남 상사쯤으로...”

조민지는 거침없이 떠들었다. 상대방의 기분이나 눈치 같은 것은 보지 않은 평소 성격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직장에서는 남자로 봐주지 않았다는 뜻인가 본데... 민지씨가 이렇게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나도 오늘 처음 발견했어요.”

두 사람은 1천 cc 짜리 생맥주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쭉 마셨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민지씨 사정을 좀 물어보아도 될까요? 왜 병원에 오셨지요?”

박 대리가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박 선배님은 왜 오셨어요?”

“거, 님자는 빼고 그냥 박 선배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그건 내가 선택해요. 난,”

“내 친구 아버지 때문에 왔었지요.”

“예? 친구의 아버지요?”

“그래요. 그 친구의 아버님은 이런 생맥주 따위는 밤새도록 마셔도 취하지 않는 분이랍니다. 폭탄주 여덟 잔을 마신 뒤 핸들을 잡고 나오다가 가로수와 내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가로수도 쓰러지고 친구의 아버님도 쓰러지고... 자동차는 작살이 난 모양이죠.”

박 대리는 이야기를 될 수 있는 대로 재미있게 하려고 떠들었지만 조민지는 별로 우습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쌍한 순자 때문이예요 .”

“순자라뇨? 성이 이 씨인가요?”

“아녜요. 내 동생이예요. 조순자. 우리 집안 계집아이들은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었는데 모두 중국의 선현들 이름을 따와서 공자 맹자 순자 식으로 되었어요. 제 이름도 원래는 맹자인데 제가 개명을 했어요. 맹자가 뭡니까?”

“순자씨는 그러니까 맹자씨의 친동생인가요?”

“예. 불쌍한 우리 순자.”

조민지는 그 이야기를 하며 갑자기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어디가 아픈가요?”

“예. 불쌍하게도 신장병이예요. 양쪽 신장이 다 뭐 어떻게 되었다는데 수술로 딴 신장을 이식받지 않고서는 살기 어렵대요.”

“저런... 쯧쯧쯧. 나이는 몇이예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예요. 졸업반.”

“그래 고치는 방법이 없대요?”

박 대리는 몹시 안타까운 얼굴로 되물었다.

“어머니가 계시면 이식하기가 가장 좋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안계시거든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민지씨 신장은 이식이 안 된대요?”

박대리가 물었다.

“적응 검사를 해 보았지만 전혀 아니래요. 실은...”

박대리가 민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자매라도 안 맞는 경우가 있대요.”

조민지는 다시 눈망울이 물기에 젖었다.

“아버지께서는...?”

“아버지도 안 계신다는 건 다 아시잖아요. 우리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우리들을 외가에 팽개치고는 사라졌어요. 그래서 우리 세 자매는 외가에서 자랐걸랑요.”

술기운이 약간 오르자 조민지는 평소에 숨기던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 놓았다.

그날 밤 이후 박 대리는 조민지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민지가 지나치게 활달명랑하고, 때로는 건방지게 보이는 것이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한 과거와 집안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짐짓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박 대리는 생각했다.

그 이후 조민지는 행동과는 달리 회사 일에 적극적이었다.

한번은 회사에서 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제품 판매 운동을 시작했었다.

그 회사 제품 중 주종품은 약용 비누였다. 여드름 치료에서부터 얼굴에 비타민을 공급한다는 비누까지 만드는 회사였다.

2천여 명의 사원이 의무적으로 비누 다섯 상자 이상 파는 운동을 벌였었다. 워낙 다양한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판매가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한 달 동안의 판매운동이 끝났을 때 사보에는 비누를 많이 판 사원의 이름이 실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총무팀의 조민지가 기라성 같은 임원이나 간부를 제치고 판매고 1위를 차지했다.

“대박!”

놀라는 사원이 있는가하면 뭔가 있다는 시각으로 보는 사원도 많았다.

“헐....”

“아니 그 맹랑한 아이가 어떻게 된 거야?”

“그거 혹시 부사장이 봐준 것 아니야?”

“완판녀 나왔네. 홈쇼핑이나하러 가시지.”

회사 여기저기서 선망과 감탄과 시기가 일었다.

20년 30년씩 이 회사에 다닌 고참 이사들도 겨우 의무판매량을 소화했거나, 10상자 20상자에 그쳤는데 신입사원 조민지가 무려 830상자나 팔아 단연 일등을 한 것이다. 더구나 2등을 한 경리 팀장은 십분의 일인 90상자를 팔아 그 차이가 엄청났다.

“난 조민지씨가 그런 일을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조민지가 버릇없는 후배라고 앞장서서 욕하던 최경석 팀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뿐 아니었다. 조민지에게 몇 번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보기 좋게 딱지를 맞은 이규명씨도 이젠 조민지에게 감탄했다.

조민지는 이 일로 해서 또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시상식이 있던 날이었다. 회사 강당에서 대리 이상 사원만 모인 가운데 우수 실적사원에 대한 표창이 있었다.

대리 이상 사원이라고 하지만 4백여 명이 모였다.

사장이 30여명에 대한 시상을 했다.

일등한 조민지에게는 냉장고 한 대가 주어졌다. 우뢰 같은 박수 속에 상품을 받은 조민지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잠깐 여기 나온 김에 어떻게 해서 신입 사원이 830상자나 팔 수 있었는지 그 경험을 여러 사원들에게 좀 공개할 수 있을까?”

시상을 끝낸 사장이 느닷없는 제의를 했다.

“제가요?”

조민지는 잠깐 주저하는 듯 했으나 곧 결심을 했다.

“좋아요. 마이크 좀 주시겠어요?”

조민지는 사회자의 마이크를 뺏은 뒤 단상으로 올라갔다. 한참동안 단 아래를 훑어보던 조민지가 입을 열었다.

“떨려요. 촛불집회 때 마이크 잡아보고는 첨이네요.”

웃음이 빵 터졌다.

악녀공작소 30년 경력 중견 소설가로 <권번 기생의 방> <사랑을 위하여> <쉬운 여자> <알바의 복수> <톱스타의 사생활> 등 100여 편의 에로틱 로맨스 소설과 추리 소설을 발표했다.

작품 소개- 신입 사원 조민지는 맹랑한 여자다. 출근 첫날부터 선배 남자 사원을 부려먹기 시작한다. 섹시한 몸매와 뛰어난 업무 솜씨는 가히 직장의 신이라 할만하다. 육체 공격을 해오는 남자 사원들을 한 손으로 주무르며 회사의 실력자로 부상한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폭풍처럼 회사 수익을 올려 승승장구 하지만, 썸 타는 남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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