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온상’... 민낯 드러난 '대기업 전속거래·PB상품'
‘갑질의 온상’... 민낯 드러난 '대기업 전속거래·PB상품'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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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거래 개선됐다”... 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

‘하도급 갑질’이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근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 보호’와 ‘하도급대금 제값받기’ 등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전속거래와 PB상품 하도급은 ‘갑질의 온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가 29일 발표한 ‘2018년도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 하도급업체들이 이같이 응답했다. 조사 대상 업체는 하도급거래를 많이 하는 제조·건설·용역 업종의 원사업자(대기업) 5000곳과 수급사업자(중소기업) 9만5000곳 등 모두 10만 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하도급거래 관행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응답한 하도급업체는 전년(86.9%)에 비해 7.1%p 증가한 94.0%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 용역, 건설 순이었다. 특히, 건설업종에서는 전년에 비해 35.9%p 증가한 91.8%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년 처음 조사된 대기업 전속거래, PB상품(자체상표제품)  분야 하도급 거래는 다른 분야에 비해 법 위반 혐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과의 전속거래(중소기업이 1개 대기업하고만 거래하는 형태)에서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받는 업체 비율이 다른 분야에 비해 최대 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5조 원 이상 재벌그룹 소속 142개 대기업이 전속거래를 하는 경우, 법 위반 혐의 업체 비율이 전속거래를 하지 않는 일반 기업에 견줘 기술자료 유용은 9배(0.7%:6.3%), 부당 경영간섭은 3.5배(11.3%:39.4%), 부당한 대금결정 및 감액은 3배(11.1%:32.4%)에 달했다.

전속거래를 하는 이유에 대해 대기업은 “품질유지를 위해서”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70.8%) 했으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요구 때문”이라는 응답이 60.5%로 가장 높았다. 전속거래가 ‘갑질의 온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7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불공정 하도급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전속거래 강요 금지하는 규정을 넣었다.

또 대형마트·대형슈퍼(SSM)·편의점 등 PB상품 관련 하도급거래를 하는 12개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법 위반 혐의 업체 비율이 일반 하도급분야에 비해 부당반품은 6배(4.2%:25%), 부당 위탁취소는 1.7배(9.7:1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B상품의 하도급거래 규모는 연간 2조7000억 원, 하도급업체 수는 2045개에 이르러 PB상품 시장의 갑질 근절이 공정위가 앞으로 더욱 중점을 둘 과제로 꼽혔다. 대형 유통업체별 PB상품 하도급거래 규모는 GS리테일 1조5000억 원, 이마트 6364억 원, 롯데마트 2377억 원, 홈플러스 1012억 원 순이다.

한편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혐의가 있는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체가 부당 요구받은 비율도 크게 감소했다. 원사업자가 유출·유용한 비율은 전년과 비슷한 0.9%로 나타났다.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감액하거나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금을 지급한 원사업자 비율도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반면 원가상승으로 인한 납품단가 인상 요청이 받아들여진 비율은 증가했다.

하도급대금 현금결제비율은 2013년부터 5년 연속 늘어났다. 그러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기업구매카드 등을 포함한 현금성 결제비율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하도급업체의 비율도 줄어들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기술유용, 대금 부당 감액, 부당특약 설정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가 나타난 2400여 개 업체에 대해 자진시정을 요청하고, 자진시정을 하지 않거나 혐의를 부인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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