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1화 멘붕 신입 여사원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1화 멘붕 신입 여사원
  • 이상우
  • 승인 2018.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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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저한테 전화 오거든 출장 갔다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이 지긋지긋 해.”

조민지가 구내 전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으며 박민수 대리를 보고 명령하듯이 말했다.

박민수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조민지로 말하면 입사 한지 한 달도 안 되는 햇병아리 신입사원이었다. 그런데 직속상관이며 입사 4년 선배인 박민수 대리를 보고 한 말이었다.

박 대리는 입을 딱 벌리고 조민지를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맹랑한 여자를 데리고 시비를 해 보았자 좋은 일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미스 조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박 대리는 짐짓 공손한 태도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나 조민지는 황송해 하기는 커녕 오히려 다시 면박을 주었다.

“박 대리님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을 아직도 쓰고 계세요? 미스 조가 뭡니까?”

박 대리는 어이가 없어 조민지를 쳐다보고 다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민지씨라고 부르는 거예요.”

민지는 휭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서서 가 버렸다.

그날 저녁 입사 동기들과 같이 맥주 집에 마주 앉은 박민수는 울분을 털어 놓았다.

“젠장! 신입사원들 시집살이를 다 살게 되었으니... 더러워서 집어 치웠으면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 씩 나지만 집에서 목 빼고 기다리는 여우같은...”

“무슨 소리야? 장가도 못 간 주제에 집에 무슨 여우가 있어?”

“크크크..."

박민수는 맥주 서너 잔을 연거푸 마셨다.

“조민지 말이지? 아이고 걔 말도 말아.”

인사팀에 있는 최경석이 맥주잔을 흔들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제 글쎄 인사팀으로 와서는 한다는 얘기가...”

박민수와 이규명이 최경석 팀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동기생이지만 승진이 빨라 최경석은 지난달에 팀장이 되었다.

“저... 제 인사 기록 카드 좀 주시겠어요? 하지 않겠어. 이건 숫제 나를 팀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거야. 나는 일부러 못들은 척하고 딴청을 부리고 있었지. 그랬더니 한참만에야 최 팀장님이라고 하더군.”

“그래서?”

박민수 대리가 마른안주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불만과 울분을 안주 씹는 걸로 풀려는 사람 같았다.

“인사기록 카드는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하고 용도가 무엇이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건 자기 개인에 대한 기록이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고 하지 않겠어. 야단을 쳐주고 말까 하다가 뭐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바람에 기록 카드를 가지고 와서 펼쳐 보였지. 그랬더니 다짜고짜 거기에 붙어 있는 자기 사진을 떼어서 찢어 버리지 않겠어.”

“뭐야?”

“아니...”

박민수와 이규명은 눈이 둥그레졌다.

“아, 글쎄 기가 막혀. 내가 왜 사진을 찢느냐고 펄쩍 뛰었더니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을 거기다 붙이는 거야.”

“그게 누구 사진인데?”

“누군 누구야 자기 사진이지.”

“근데 왜?”

“아, 글쎄, 이 찢은 사진은 입사할 때 급하게 자판기에서 빼온 사진이라나. 그래서 얼굴 모양, 특히 눈이 밉게 나왔다는 거야. 그래서 사진관에 가서 다시 찍은 사진으로 바꿔나야 한다는 거야.”

“뭐야?”

“높은 분들이 툭하면 인사 기록 카드를 가져다가 볼 텐데 그 때마다 자기 얼굴이 밉게 보이면 출세에 지장이 있다나. 거기다가 온라인 이력서도 이걸로 좀 놓으라는 거야. 기가 막혀...”

최 팀장은 기가 막힌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런 애 한테는 약이있지."

"약?"

"응, 침대위에 벗겨서 눕혀놓고 침대 다리가 불어지도록 팡팡 해 주는 거야. 그러면 '오빠' 소리가 절로 나오고 고분고분해지지"

"큰일 날 소리하네. 직장 상사의 성추행, 깜빵 가기 좋지."

"맞아, 갑질."

"우리가 무슨 갑이냐?"

"그러면 을이 을다시에 을질."

"크크크."

"고소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썸 타게 해놓으면 돼. 사랑이니까."

"흐흐흐."

"우리 누가 오빠소리 먼저 듣는지 내기하자."

"좋아."

"하지만 번개가 오면 걔가 일등 할걸."

"인사 카드 말이야..."

“아니 조민지씨는 잘못된 것이 있어서 고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내 얼굴 사진이 사실과 다르게 되어있었으니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한마디 던진 뒤 고맙다 미안하다 말 한마디 없이 찬바람을 날리면서 핑하고 가버리더라니까.”

“하하하, 그 말이 맞긴 맞는데. 잘못된 건 잘못 된 거지. 하하하.”

이규명이 소리를 내며 웃었다.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가?”

박민수가 한숨까지 쉬었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 사원들이 모두 건방지고 안하무인이라고 고참 사원들이 얼굴을 찌푸려 왔는데 특히 상식 밖의 맹랑한 짓을 하는 사원이 조민지였다. 조민지의 행동은 곧 사내의 화제 거리가 되었다.

민방위 훈련을 받기 위해 남자 사원들 거의 전원이 회사 앞 로비에 모여 있던 아침이었다.

미끈한 에쿠스 한대가 회사 앞에 와서 서자 경비원들이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

이 회사의 부사장인 김기호가 거드름을 피며 내렸다. 김기호 부사장은 회장의 둘째 아들로 이 회사의 실력자였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을 보고 있던 사원들의 눈이 둥그레졌다. 김 부사장을 따라 내린 사람은 뜻밖에도 신입 사원 조민지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저게 어찌된 풍경이야? 신입사원 조민지 아냐?”

“누구? 조민지? 조민지가 누구야?”

남자 사원들은 모두 한마디씩 나직한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조민지는 많은 사원들이 보고 있는데 조금도 겸손해 하거나 쑥스러워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미소까지 지으며 여유 있는 걸음걸이로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이후 사원들의 입에 조민지라는 이름이 심심하지 않게 오르내렸다.

“조민지가 실은 부사장의 애인이래.”

“그게 아니고 조민지는 회장님의 조카래.”

“얘, 무슨 조카가 성이 다르니?”

“그야, 생질녀일 수도 있지”.

“생질이 뭐야?”

“개똥녀, 성질녀 뭐 그런 거 있잖아.”

“그게 아니래, 조민지와 김 부사장님은 아무 관계도 없는데... 조민지가 접근을 했대.”

“어머머 깜놀녀 나왔네.”

매일같이 식당이건 여자화장실이건 가릴 것 없이 이러한 화제는 그치지 않았다. 조민지가 지나치게 도도하고, 선배들을 깔아뭉개는 태도가 자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어른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하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조민지의 경우는 너무하다고 박 대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한 박 대리가 조민지에 대한 생각을 약간 바꾸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 있은 뒤였다.

박 대리가 친구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있는 한국대학병원에 면회를 갔을 때였다.

저녁 무렵이라 시간에 쫓기며 면회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끊어져 5층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고 있었다. 3층쯤에 왔을 때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계단 가에서 쪼그리고 앉은 어떤 여자가 어깨를 들먹이며 울고 있었다. 회색 바탕에 검고 가는 체크무늬가 있는 원피스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짧게 깍은 머리의 뒷모습도 낯익었을 뿐 아니라 면도를 한 자국이 선명한 하얀 목덜미도 눈에 익었다. 어깨를 들먹이며 소리를 죽여 울고 있는 여자는 분명히 조민지였다.

박 대리는 한참 서서 충격적인 장면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다가섰다.

“조민지씨! 왜 이래요?”

그는 한껏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깜짝 놀라 얼굴을 뒤로 돌린 조민지는 눈물로 뺨이 온통 젖어 있었다. <계속>

 

악녀공작소 30년 경력 중견 소설가로 <권번 기생의 방> <사랑을 위하여> <쉬운 여자> <알바의 복수> <톱스타의 사생활> 등 100여 편의 에로틱 로맨스 소설과 추리 소설을 발표했다.

 

작품 소개- 신입 사원 조민지는 맹랑한 여자다. 출근 첫날부터 선배 남자 사원을 부려먹기 시작한다. 섹시한 몸매와 뛰어난 업무 솜씨는 가히 직장의 신이라 할만하다. 육체 공격을 해오는 남자 사원들을 한 손으로 주무르며 회사의 실력자로 부상한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폭풍처럼 회사 수익을 올려 승승장구 하지만, 썸 타는 남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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