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경영이야기]'한강의 기적' 여기까지인가, 암울한 한국 경제
[현명관 경영이야기]'한강의 기적' 여기까지인가, 암울한 한국 경제
  •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 승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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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준설모습(사진 뉴시스)
한강준설모습(사진 뉴시스)

요즘 우리나라의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선배들이 피땀흘려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 중진국 덫에 걸려 여기서 좌초되고 마는 것은 아닌가···.

국내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켜도 경제만큼은 세계 석유파동,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고비고비를 잘 극복하여 왔고, 우리의 유일한 자긍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마저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들입니다.

우리가 외국인을 만나거나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그래도 기 죽지 않고 어깨를 편 채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도, 외교도, 군사도, 기술도 아닌, 바로 경제 때문이었습니다. 자원강국도, 땅넓고 인구많은 대국도 아닙니다. 게다가 기술이나 군사력이 열강에 비해 앞서는 나라는 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세계 정치·군사 강국과 경제선진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기적을 이루었다는 자존심 하나만은 가지고 살아 왔습니다.

20년 전 아프리카의 가나와 앙골라 등을 방문했을 때도 그 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제일 먼저 물은 것이 어떻게 빠른 기간에 획기적인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었느냐(1963년 1인 GDP가 87달러로 가나와 같고 필리핀의 2분의 1에 불과)는 것입니다. 아울러 개별적인 경제협력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한강의 기적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 20년 동안(1978~1997)을 살펴보면 국민 총생산은 537만달러에서 5576만달러로 10배, 연평균 8.63% 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성장률은 세계 평균성장률(3.14%·1980~2017)의 2배를 훨씬 상회하여 3배 가까이 되었고, 정치 격변기인 1980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세계 평균성장률을 하회한 적이 없습니다.

수출은 1978년 127억달러에서 1997년 1316억달러로 10배 이상, 1인 GDP는1978년 1452달러에서 1997년 1만2134달러로 8.4배가 늘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만 했고, '쓰레기통에서 장미 꽃이 피었다'고 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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