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칼 겨눈 ‘강성부 펀드’... 한진 경영권 방어 가능할까?
조양호 칼 겨눈 ‘강성부 펀드’... 한진 경영권 방어 가능할까?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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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경영권보단 감시와 견제” 해명... 취약한 지배구조·오너갑질 기업 등 다음 타깃되나

행동주의를 표방한 ‘강성부 펀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 KCGI는 “경영권보단 감시와 견제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도 최근 들어 연이어 터진 ‘한진 오너일가 리스크’로 인해 KCGI의 개입 폭이 넓어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주총에서 펼쳐질 조양호 회장과 강성부 대표의 ‘한판 승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강성부 KCGI 대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강성부 KCGI 대표.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4일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보유하게 됐다고 15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로 꼽혀온 강성부 씨가 설립한 사모펀드운용사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가 만든 ‘KCGI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다. KCGI 1호 펀드의 만기는 최장 14년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진칼(180640)은 조양호 회장이 17.84%로 최대주주다. 조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28.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KCGI는 이번 지분 매입으로 2대주주가 됐다. 그 밖에 지난 9월말 기준 국민연금은 8.35%, 크레딧 스위스는 5.03%, 한국투자신탁은 3.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율을 합치면 17.19%에 달한다.

시장에선 KCGI가 주주총회에서 배당확대, 유후 부동산 매각 등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개선안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진칼의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우호 지분을 결집해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송치호 연구원은 “지분 확보를 위해 ‘사회적지레’를 활용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 시점에서는 주주총회의 보통결의사항인 신규이사선임에 대한 표대결 안건이 우선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성부 펀드 “경영 감시 및 견제할 것”
이에 대해 KCGI 펀드는 19일 공식입장을 내고 한진칼 경영권에 “KCGI 1호 펀드는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진칼 경영권에 대한 위협보다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지분 9% 인수 배경은 이들 계열사가 유휴자산의 보유와 투자지연으로 저평가됐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가 높기 때문”이라며 “KCGI 1호 펀드가 주요주주로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수행할 경우 한진칼 기업가치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KCGI 측은 “KCGI 1호 펀드가 대량보유공시서류에 광범위한 경영참여활동을 목적으로 기재한 것은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따라서 자본시장법 해당 조항의 내용을 열거한 것이고, 이는 다른 경영참여목적 대량보유 공시 사례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에 따라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는 다른 회사 증권을 최초로 취득한 날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이 되도록 투자해야 한다”며 “경영참여목적의 대량보유 공시(5% 공시)를 한 이후에는 지분을 늘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 외견상 10%에 근접한 수준까지 투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직 KCGI는 10%이상을 취득할 의무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제도개선안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적용되던 의결권 있는 주식 10%이상 취득 의무 규제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CGI는 “일부 외국계 투기 자본이 요구하는 비합리적 배당정책, 인건비 감소를 위한 인력구조조정 및 급격한 주가부양을 통한 단기 이익실현을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KCGI는 “장기적 회사 발전 및 가치 정상화에 따른 직원·주주·고객 이익을 제고하려고 한다”면서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조만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두는 발언도 했다.

KCGI의 설립자인 강성부 대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활동해 이름을 알렸다.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고, LK파트너스를 이끌다 지난 7월 기업지배구조 전문 투자회사 KCGI를 새로 만들어 독립했다. 독립 이후 여의도 일대에서 자본금을 모으고, 항공 관련 리서치 인력을 영입하는 등 수면 아래서 꾸준히 지분 매집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으로 파장 번질까
시장에서는 이번 KCGI의 한진칼 지분매입을 한국형 주주행동주의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외부투자자들이 비교적 취약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가 걸린 대기업들을 노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거나 ‘오너 갑질’ 등 사회적 이슈가 있는 회사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CGI는 한국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후 처음으로 경영참여 목적을 가지고 지분을 매입한 사례라서 관심이 높다”면서 “한진칼 사례는 아직 진행형이지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고려하면 개선 여지가 있는 기업들로 관심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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