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이재용 경영승계에 특별감리 들어가나
윤석헌 금감원장, 이재용 경영승계에 특별감리 들어가나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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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승계...금감원 삼성물산 특별감리·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
이재용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이재용 경영승계가 브레이크에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 진행 가능성이 제기된 것.

지난 14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증선위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도 삼성물산의 감리 필요성을 제기한 적이 있다”며 “면밀히 분석해 감리 필요성 여부를 추후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앞서 증선위는 그동안 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주식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차익을 인식한 것에 초점을 맞춰 심의를 벌였다.

증선위는 로직스가 2015년 에피스를 단독지배 회사에서 공동지배 회사로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에피스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공동지배 회사여서 로직스가 이를 인지했다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했다. 2015년 회계기준을 바꿔 적자회사에서 흑자회사로 변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증선위의 판단이다. 

증선위는 로직스가 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맺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부채를 고려하면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비정상적인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증선위는 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2015년 말 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앞서 그해 7월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 있다는 의혹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려 모회사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증선위는 로직스 분식회계에 심의의 초점을 맞췄고 합병에 대해서는 별도의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선위가 어떤 내용인지 정도는 살펴봤지만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회사인지 관계회사인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의혹은 금감원의 삼성물산 특별감리나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규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나 증선위가 특정 회사의 감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금감원은 감리에 착수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감리를 의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재무제표를 심사해 과실 또는 중과실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에도 감리에 실시할 수 있다. 
  
공시된 재무제표를 회사가 자진해 수정했는데 수정된 금액이 클 경우에도 감리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선위 결정에 따라 로직스는 2012~15년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 변화 폭이 클 경우 삼성물산은 감리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이 감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또 있다. 증선위는 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지만, 분식회계의 동기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삼성물산 합병과 합병 비율(1(제일모직):0.35(삼성물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의심한다.   
  
로직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회계 처리한 것은 삼성물산 합병이 결정된 2015년 7월 이후의 일이다. 분식회계로 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지면서 제일모직의 가치도 부풀려졌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삼성 측이 반박하는 근거다. 

그러나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고평가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로직스가 2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는 우량 회사로 평가받았다는 점이다. 제일모직은 로직스의 지분 46.3%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실제로 금감원이 증선위에 제출한 로직스의 내부 문건에는 삼성물산 합병 전후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 회계 처리 변경을 한 것은 합병 후이지만, 그 전부터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로직스가 회계법인들과 협의했다는 정황도 나와 있다. 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삼성의 내부문서에 삼성물산의 합병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난 이상 증선위는 금감원에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즉시 착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는데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던 로직스의 내부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2월 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특별감리를 금감원에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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