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펀드 엘리엇 먹이감 된 현대차 낙후 경영...정의선 경영승계 위협
해지펀드 엘리엇 먹이감 된 현대차 낙후 경영...정의선 경영승계 위협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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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투자 손실 본 엘리엇, 배당 요구로 손실액 줄이기
김선제 "후진적 오너경영이 해지펀드 먹이감...소유와 경영 분리가 중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그랩 앤서니 탄 설립자 겸 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해 만남을 가졌다.(사진 = 블룸버그 뉴 이코노미/  뉴시스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그랩 앤서니 탄 설립자 겸 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해 만남을 가졌다.(사진 = 블룸버그 뉴 이코노미/ 뉴시스 제공)

현대차그룹(정몽구 회장)이 미국계 헤치펀드 엘리엣매니지먼트사로부터 초과 자본금의 주주 환원 요구를 받았다. 낙후된 오너 경영이 원인이라는 지적.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 속도가 지연되고 있고,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으로 승계구도를 명확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해지 펀드의 먹이감이 되고 있다.

엘리엇은 13일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이사진에 보낸 서신에서 최고 자본금의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사 콘웨이 맥켄지의 '독립 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

현대차는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이다. 현대차는 8조∼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과거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용으로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며 "주주환원 수준이 업계 기준에 지속해서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흐름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보고 방식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사업으로 발생하는 실제 현금흐름이 왜곡되거나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그룹은 기업구조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며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 협업하는 한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현저히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엘리엇은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를 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계획을 포기했다.

지난 8월에는 엘리엇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을 이유로 거절했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한 현대차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0%, 2.1%, 2.6%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재배구조 개편 작업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선제 한국증권신문 연구소 연구소장(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앨리엇이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현대차 투자는 사실상 투자에 실패했다. 실적하락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현대차의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이유에서 초과 자본금의 주주환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 확대 등을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인 만큼 손실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흡수 합병 당시에도 손실을 봤다. 당시 엘리엇의 옛 삼성물산 지분율은 7.12 %다. 엘리엣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다. 결국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했다. 이후 기존 매수 단가를 밑도는 가격에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수백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엘리엇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국가 간 소송(ISD)도 불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엘리엇이 삼성, 현대를 ISD소송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선제 연구소장은 "한국 기업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해지펀드들에 먹이감이 되는 것도 기업의 투명성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 대한민국 기업들은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답게 기업 회계 투명성을 높였다면 해외 해지펀드 공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융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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