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고시원 화재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두고 진실공방
종로 고시원 화재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두고 진실공방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방청 “1992년부터 소방안전관리자 의무선임” vs 홍철호 “경과규정 없어 신법 적용해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불이나 화재로 거주자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의 위법 여부를 두고 위법이 아니라는 소방청과 위법이라는 홍철호 의원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소방 관계자가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소방 관계자가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철호 “화재 고시원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안해 위법”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을)은 국일고시원의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시원이 위치한 건물은 현행법에 따라 연면적 600㎡이상의 복합건축물에 해당(연면적 614㎡)돼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했어야 하지만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안전관리자는 화재 발생시 피난계획 등을 작성 및 시행하며,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소방 훈련 및 교육과 화기 취급의 감독,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등의 소방안전관리에 필요한 업무도 하게 된다.

홍 의원은 “현행법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은 경우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이 건물주에게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는데 이를 명한 적이 없었다는 게 밝혀졌다”며 “소방당국은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에 대한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은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에 대하여 소방청은 “연면적 600㎡ 이상 복합건축물에 소방안전관리자를 의무 선임하도록 개정된 법이 시행된 것은 1992년 7월이기 때문에 1983년 사용승인을 받은 국일고시원의 경우 소방관리자가 없어도 위법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아울러 소방청은 고시원 건물의 허가 당시부터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해당 설비 설치기준(연면적 600㎡이상의 복합건축물)에 따른 소방안전관리자(선임 대상 기준 :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는 곳, 2급 방화관리대상물)도 선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과규정 없으면 신법 적용해야”

그러나 1992년 7월 소방법 개정·시행에 따른 시행령의 부칙에서 시행 당시(1992년 7월 28일) 이미 건축된 건물(고시원 건물 포함)의 경우 새로이 소방안전관리자(당시 방화관리자)를 두어야 할 특수장소(연면적 600㎡이상의 복합건축물)의 건물주는 1992년 12월 31일까지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5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준 것이다. 또한 1992년 시행령 개정 당시 ‘연면적 600㎡이상의 복합건축물’인 경우에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는 동시에 소방안전관리자도 같이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다. 과거에 건축된 건물은 적용을 배제한다는 ‘경과조치 규정’이 부칙에 없으므로 신법에 따라 자동화재탐지설비도 설치해야 한다.

결국 “소방법령이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는데, 1982년 건축허가(1983년 사용승인) 당시의 기준으로만 해명하거나, 이에 따라 1982년 기준으로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홍 의원은 “소방청의 논리대로라면 고시원 건물은 영원히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할 수 없는 것인 바, 법률을 제개정하는 의회나 시행령(대통령령)을 제개정하는 정부가 이런 사각지대를 허용하도록 방치했을 리가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무단증측까지 한 국일고시원
한편 홍철호 의원실이 조사한 결과, 해당 건축물은 지난 1983년 81.89㎡ 규모로 1층(복층)을 무단증축해 위반건축물로 등재된 것이 확인됐다. 홍 의원은 “1층의 불법증축이 건물 설계상 2~3층의 원활한 비상대피를 위한 통로 구축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면밀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며 “건축법뿐만 아니라 소방시설설치유지법 등 현행법상 위반사항이 존재하는지 점검한 후 화재사고 인과관계 및 유발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일고시원 건물은 지하1층, 지상3층(1동) 연면적 614㎡ 규모로 1982년 12월 13일 허가를 받았으며, 각 층마다 다방(지하 1층), 점포·일반음식점·주차장(지상 1층), 사무실(지상 2~3층) 등으로 사용 승인됐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고시원을 비롯한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오는 1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내 고시원 5840곳과 소규모 건축물 1675곳이 점검 대상이다. 서울시는 이번 안전점검에서 화재취약시설, 안전취약시설로 점검 대상을 구분하고 외부 전문가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고시원 화재 사건으로 주거지를 상실한 피해자에 대한 긴급 주거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