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차량 공유 ‘그랩’에 3천억 투자
현대차, 차량 공유 ‘그랩’에 3천억 투자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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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그랩 창업자 만나 역대 최대 금액 투자합의
내년 초 전기차 200대 공급 싱가포르서 車호출서비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GRAB)’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전기차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자동차 제조업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총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1억7500만달러, 기아차가 7500만달러를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현대차가 그랩에 투자한 2500만달러(약 280억원)를 합치면 그랩에 총 2억7500만달러(약 3080억원)를 투자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그랩은 2012년 우버처럼 사용자가 앱으로 가까운 그랩 차량을 불러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카헤일링(차량호출 서비스)’를 싱가포르에서 시작했다. 지난 3월 미국 우버가 동남아 비즈니스를 그랩에 매각하면서 ‘동남아판 우버’로 유명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랩과 전략적 투자 관계를 맺었다. 현대차가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에 공급하면 그랩 소속 운전자들이 이 차를 대여해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차종이나 지역도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동남아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업체 등 협력사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동남아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충전 인프라 구축, 대중교통 실증사업 추진 등 과감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 전기차 수요가 내년 2400여 대 수준에서 2021년 3만800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랩이 지금까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8300억원)에 달한다. 그랩 투자자는 펀드(미 타이거펀드, 싱가포르·중국의 국부펀드, 미래에셋 등)부터 IT업체(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디디추싱, 한국 SK·네이버), 자동차 제조사(도요타, 혼다, 현대기아차)까지 나라와 업종을 막론하고 다양하다.

현대차에서는 도요타와 혼다까지 그랩에 투자한 상황에서 더 이상 주저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향후 그랩에 자율주행차까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랩은 이런 막강한 외부 투자자들을 바탕으로 동남아에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음식 배달, 모바일 결제, 금융 서비스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랩이 기업공개(IPO)를 하면 기업 가치가 60억달러를 거뜬히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밍마 그랩 사장은 “현대차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기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접근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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