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삼바, 3배 뻥튀기 회계법인 보고서 제출은 사기"

-2015년 삼성 내부문서, 시장평가액 부풀리기 회계법인과 협의했다
-8월 문건, 삼바 가치 저평가하면 합병비율 이슈가 생겨 사후 대응이 필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문건이 공개됐다.

삼성, 3배 뻥튀기 알면서 국민연금에 보고했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또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용진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한원석 기자)

박 의원은 “그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며 “합병 비율을 이재용 일가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를 뻥튀기한 의혹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삼성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은 삼성물산 합병과는 전혀 무관하며 국제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주장 계속해왔다.

하지만 박 의원이 공개한 2015년 8월 5일자 삼성 내부문서를 보면, 자체 평가액 3조원과 시장평가액 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영향 평가 합병비율 적정성 주가 하락 등의 발생 예방을 위해 안진회계법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같은 해 8월 12일자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저평가하면 합병비율 이슈가 생겨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와 불일치해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사진=박용진 의원실 제공)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자체 평가금액 3조원 보다 거의 3배인 8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은 엉터리 자료임을 (삼성이) 이미 알고도 국민연금에 보고서를 제출했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런 행위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증권사 보고서 평균값 가치평가라는 전대미문의 평가 방식을 알면서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15년 11월 10일자 삼성 내부 문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결과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회계처리를 위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 행사로 인한 영향을 반영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 가치를 6조 9천억원으로 평가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3조 5천억원으로 장부에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또한 콜옵션 행사로 인한 주식가치 하락효과를 할인율 조정으로 상쇄한 것임을 암시한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문제는 삼성측이 콜옵션 행사에 따른 부채 계상과 평가손실 반영으로 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2000억 적자를 보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1조 9천억원 흑자로 둔갑시켰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결국 삼성의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난 건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며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고의 분식회계는 자본시장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지적하고, “오늘(7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질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만큼, 금융감독원이 신속히 감리에 착수해 분식회계 여부를 밝혀낼 것”을 촉구했다.

유치원보다 못한 회계처리

마지막으로 박 의원은 “(제가 공개한) 유치원 원장만도 못한 이런 회계처리 방식이 대한민국회계 법인들과 거대 기업에 의해서 저질러지고, 정부 당국에 의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이런 상황을 묵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건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박 의원은 “더 이상 시장경제의 반칙과 일탈을 용납해선 안 된다”며 “마침내 긴 침묵을 깨고 경제·사법정의를 바로 세울 시간이 왔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고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비슷한 실수로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문건 공개에 따른 고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회견 후 있은 기자들의 질문에 박 의원은 자신이 사회 이슈로 만든 유치원의 예를 들며 “처음에 유치원 원장들이 대법원에 가면 무죄로 판결난다며 죄 없다고 (주장)한다. 근데 유치원은 아니지만 어린이집 2심 판결을 뒤집고 대법원이 횡령죄를 판결했다”며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문건이 증선위 향방 어떻게 가를지’를 물어보는 질문에 “상식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관심 없고 무시하고 지나가면 증선위도 자기 맘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