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인형의집', 현시점 여성·사회 문제 제시
연극 '인형의집', 현시점 여성·사회 문제 제시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8.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 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
러 대표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 10년 만에 내한

여성 해방과 성 평등 문제를 환기해 온 '사회문제극'의 백미 연극 '인형의집'이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의 개관 30주년 기념작으로 막을 올렸다.

'인형의 집'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 헨릭 입센이 1879년 발표한 작품으로 순종적인 가정주부 ‘노라’가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인형으로 결혼 후에는 남편의 인형으로 살던 자신의 굴레를 깨닫고 가정과 가족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집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가두어 두는 놀이터에 불과할 뿐이에요. 여기 있는 나는 당신의 아내라는 인형이죠. 아빠가 날 어린 인형으로 취급했던 것처럼요. 바꿔 말하면, 내 아이들 역시 내 인형이죠. 아이들과 놀면 재미있듯이 당신이 나에게 와서 놀아 주면 즐거웠던, 그게 우리들 결혼 생활이었어요.” 

- 연극 <인형의 집> 희곡 노라 대사 中

 



이번 공연은 9월 러시아 최고 극장으로 발돋움한 바흐탄고프극장의 수석연출가로 임명되기도 한 유리 부투소프가 연출을 맡았다.

최고 권위의 연극상인 ‘황금 마스크상’을 34세에 수상(2007년)하며 현재 러시아의 대표적 연출가로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나에게도 이제 이 작품을 다룰 적절한 시기가 됐다"며 "마침 ‘인형의 집’ 안에 담긴 문제들이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형의 집’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모두 다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여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이 희곡이 쓰인 이유는 해결책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여성 문제에 대한 고민을 촉구하기 위함일 것이다"고 말을 덧붙였다.

이어 "희곡이 발표된 지는 매우 오래전이지만 여성 문제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답은 없다"고 전했다.

 

노라 역을 맡았던 배우 정운선은 "'인형의 집'이라는 작품이 단순히 여성 문제와만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취지의 마지막 대사가 있는데 이것은 남녀를 떠나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술의 전당 고학찬 사장은 “초연의 충격과 감동이 오늘날까지 반복될 만큼 논쟁적이고 첨예한 작품을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며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맞아 한국과 러시아  제작진의 협업으로 꾸며지는 만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작품 '인형의집'에선 노라 역에 연기파 배우 정운선, 헬메르 역에 국립극단 시즌 단원 출신 배우 이기돈, 린데 부인 역에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서 매력을 발산한 배우 우정원, 크로그스타드 역에 김도완, 랑크 박사 역에 홍승균이 캐스팅돼 눈길을 끌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