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직원, 재건축 수주 과정서 억대 금품 수수...조합원에 현금ㆍ호텔이용권 뿌려
롯데건설 직원, 재건축 수주 과정서 억대 금품 수수...조합원에 현금ㆍ호텔이용권 뿌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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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법인카드로 골프장, 회식비, 술값 결제 '갑질'....조합원에 현금ㆍ관광 제공 '을질'
건설회사, 법보다 시공권 확보가 중요...재건축 수수 과정 금품 제공은 관행

롯데그룹(신동빈 회장)이 2016년 10월 내놓은 개혁안의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이 하세월이면서 그룹 수뇌부인 신동빈 회장에서 부터 직원까지 비리에 연루되면서 비리복마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하석주 대표)이 서울 잠실 재건축 공사 수주 과정에서 직원들이 영업 대행업체한테 억대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에게는 현금과 호텔 이용권 등을 마구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MBC-TV<뉴스데스크>는 4일 단독보도를 통해 롯데건설가 작년 10월 서울 잠실에 있는 이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는 과정에 직원들이 대행업체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했고, 조합원들에게는 현금과 호텔이용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GS건설을 제치고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잠실 미성·크로바 시공권(공사비 4700억원)을 따냈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총 1370명 중 736명(53.7%)의 지지를 얻었다. 하석주 대표까지 총회에 직접 참석해 주민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롯데건설은 조합원 홍보 활동을 위해 OS로 불리는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롯데건설이 대행업체에 홍보비로 준 돈은 전체 공사비 1% 수준인 수십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 돈 가운데 일부가 롯데 건설 직원들한테 다시 흘러들어 간 정황이 경찰에 포착되면서 수사를 받고 있다,

롯데직원들은 골프장 비용은 물론 회식비와 술값을 대행업체 카드로 결제한 게 확인된 것, 부장급 직원은 혼자서만 2억 원 정도를 썼다. 출퇴근하는 택시에서도 대행업체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실상의 뇌물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가성 여부를 더 확인해야 한다며 반려한 상태이다.

시공권을 따내려고 조합원들에게 무차별로 금품을 뿌린 정황도 드러났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A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가방도 받고 청소기도 받고, 상품권도 받고 호텔에 투숙했다"고 금품 수수사실을 밝혔다. 

심지어 시공사 선정을 한 달여 앞두고는 조합원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관광을 다녀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B씨는 "수서역에서 만나서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300명 정도 갔다고 들었다.  몇 주에 걸쳤으니까. 투어만 했겠습니까?"고 했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C씨는 "마지막에 저한테 제시한 게 뭐냐면, (롯데건설을) 찍어주면 100만 원에다가 롯데 시그니엘 호텔 투숙권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직원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수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롯데건설 말고도 현대와 대우 등 대형 건설사 재건축 비리 수사 결과를 곧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재건축 비리 적발시 시공권을 박탈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건설업자가 시공자 선정 등과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우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고 정비사업 입찰에 2년간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건설사에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계약한 홍보업체 등 용역업체와 피고용인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시공자 선정 취소는 물론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롯데건설은 시험무대에 섰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개정안에 따라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시공권 박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미 착공한 공사현장이기에 시공권 박탈이 무슨 소용있겠느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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