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문병원 제일병원, 비자금 조성 '의혹'
여성전문병원 제일병원, 비자금 조성 '의혹'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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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받아 수의계약 방식 공사 강행 병원돈 축내
깜깜이 이사회 개최...사문서 위조 의혹
이재곤 이사장
이재곤 이사장

제일병원을 운영하는 제일의료재단(이재곤 이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신문은 26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일의료재단이 금융권 대출을 받아 무리한 병원 증개축을 추지하는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제일병원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제일병원은 국내 최고의 여성전문병원이다. 2005년 설립자인 고 이동희 박사의 첫째 아들인 이재곤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병원의 경영은 급격히 악화됐다.  2006년 당기 순이익 10억 원을 기록했지만, 10년 후인 2016년 16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부채는 1180억 원으로 늘었다. 2016년 기준 부채비율은 400%를 훌쩍 넘었다.

제일병원은 올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체불하면서 지난 6월 직원 총파업에 맞닥뜨려야만 했다. 현재는 간호 인력이 대거 이탈해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제일병원은 경영난의 이유를 저출산을 거론했다.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재단의 불법ㆍ비리 경영이 부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일의료재단이 이 이사장 취임이후 무리한 병원 중개축을 하면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금융권에서 1000억 원의 대출을 받는다. 

이 이사장이 가장 먼저 추진한 공사는 본관 병동 리모델링과 암센터 건립이다. 2007년부터 2009년 제일병원의 금융대출금이 700억 원가량 대폭 늘었다. 당시 대출 과정에서 병원의 토지‧건물을 공동담보로 설정했다.

대출 당시 이 이사장이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으로 대출과 담보 설정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사회 회의록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재단 구성원에겐 해당 사실이 전혀 고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보 건물의 소유권자인 ‘동삼기업’ 이사의 도장이, 담보설정을 허락하는 기업 이사회 회의록에 허위로 날인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당시 동삼기업 이사였던 이재순 씨는 “건물에 대한 담보 설정 여부를 논의하는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도장을 찍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병원 내부에선 리모델링, 센터건립 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병원 직원 A 씨는 “리모델링 규모 등을 봤을 때 그 정도 공사대금이 들어갈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제일의료재단은 부채가 증가하면서 이자비용도 커지는 상황에서도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했다. 

기계식 주차시설과 신관신축 공사를 위해 우리은행으로부터 200억 원의 시설 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공사비 부족을 이유로 2014년 주차시설만 건립하고 신관은 세우지도 않았다. 주차시설 공사비로 투입한 금액은 약 80억 원으로 알려진다.

병원 내부에선 악화된 재무 상황을 우려해 더 이상의 공사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컸다는 것.

내부 관계자는 “나머지 대출금은 어디로 갔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우리은행에서도 시설 대출금이 건축에 집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재곤 이사장과 트로스디엔씨(건설회사)과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트로스디엔씨는 제일의료재단이 발주한 공사를 도맡아 시공했다.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식으로 일감을 넘겼다.

트로스디엔씨의 경영자는 이 이사장과 가까운 지인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로스 디엔씨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상태다. 

제일의료재단은 제일병원과 동삼기업이 나눠 가지고 있던 퇴계로에 위치한 주차장 부지를 카이로스시티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시행사가 병원 토지를 매입해 신관건축을 다시 추진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동삼기업은 고 이동희 박사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회사이다. 제일병원의 본관 건물의 반은 동삼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등기상 대표이사는 이 박사의 셋째 아들인 이재훈 씨와 배다른 아들인 이재호 씨이다. 이 이사장도 2007냔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계약체결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계약체결을 위해 이사회가 비밀리에 개최됐다. 깜깜이 계약을 했다. 무엇보다 병원은 공사비용으로 80억 원가량의 채무를 새롭게 져야 하기 때문에 계약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병원 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재 신관 건축은 보류된 상태”라고 말했다. 

제일병원 노조는 지난 4월 이재곤 이사장을 배임·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 측 소송대리인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이재곤 이사장의 이러한 행위는 통상적으로 재벌들이 부동산이나 예술작품을 통해 비자금을 형성하는 과정과 같다”면서 “제일의료재단의 경우 리모델링, 건축 등으로 돈을 빼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칙적으로 비영리법인 재단은 승계가 불가하며 설립자가 죽으면 사회나 정부가 운영하는 게 맞다. 더군다나 재단의 재산은 이사장 소유가 아닌데, 재단 건물을 대출담보로 잡는 행위는 명백한 횡령·배임이며 이는 판례로도 이미 나왔다”고 했다.

제일병원은 이건희 삼성 회장과 사촌지간인 고(故) 이동희 박사가 1963년에 설립한 국내 최초 여성전문 병원이다. 1996년 삼성그룹으로 편입돼 2005년까지 ‘삼성제일병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제일병원은 1981년 의료법인으로 변경하면서, 비영리의료법인 제일의료재단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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