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빅픽쳐’, 꼬이는 보수대통합 방정식
김병준의 ‘빅픽쳐’, 꼬이는 보수대통합 방정식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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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대통합 시동건 김병준... 걸림돌 된 ‘좌충우돌’ 전원책에 고심
- ‘미래’없는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모집 저조에 “한국당 갈껀데”
- 손학규의 승부수... 한국당 뺀 야3당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찬성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보수진영의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은 생존의 문제다. 집권 2년차에 60%대 지지율을 보이는 문 대통령을 내세운 여당에 맞서려면 나눠진 상태로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통합 조짐은 바른미래당에서 먼저 나타났다. 지역위원장 모집에 지원자가 별로 없다. ‘어차피 합칠 것 한국당에 신청하겠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통합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걸림돌은 두 가지다. 바른미래당이 여당이 내놓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찬성한 것과 ‘멋대로 움직이는 칼’ 전원책 변호사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헤쳐모여 중인 보수대통합을 전망해본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옹호하는 한국당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20년 총선 전에 ‘보수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꿈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 비대위원장이 영입한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당 안팎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전원책 위원은 22일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대해 “나라를 걱정하고 직전 대통령을 구속시켜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은 “그 분들 빼고 뭐 빼고 하면 (보수 대통합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 위원의 발언은 당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쓴소리를 했다. “전 변호사가 아직 학자 내지는 변호사와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입장의 구분이 잘 안 돼 있으니까 혼란이 많은 것 같다”고 질타한 것.

김 위원장은 25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통합 논의 나오는데 모두가 합쳐 한 그릇에 담자는 얘기가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전 위원과 통합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애초에 김 위원장이 전 위원을 영입한 이유로 친박(근혜)·친홍(준표)·친김(무성)을 쳐낼 칼로 쓰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jtbc 정치시사 프로그램 <썰전>에서 보수패널로 나온 전 위원은 평소 “올 단두대”라는 말로 한국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전 위원의 입담은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런 전 위원의 평소 발언과 인지도를 고려해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전 위원 영입을 두고 “김병준 위원장이 남의 힘을 빌려 칼을 휘두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의원은 전 위원의 역할에 대해 “구원투수이자 악역”이라고 규정했다. 정 전 의원은 전 변호사가 인적 쇄신 칼을 휘두르기에는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딱 적절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강특위 출범 직후, 전 위원은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내놔 김 위원장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듯 보였다. 그는 내년 초 열릴 전당대회에서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 등이 출마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본인들(김무성·홍준표)이 큰 그릇이라면 빠질 것이다. 끝까지 고집을 하면 본인들 스스로가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전 위원의 행보를 보면 김 위원장의 ‘깜작 인사’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 게 아니라 박힌 돌을 막아주는 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주간조선 창간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주간조선 창간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학규의 승부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찬성
김병준 위원장의 ‘보수대통합’을 가로 막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당이 내놓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에 바른미래당이 전격적으로 찬성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특별재판부 구성 주장에 바른미래당은 “만시지탄”이라고 환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지만 당내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손학규 지도부의 움직임은 당내에서 벌어진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달 31일까지인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공개모집 신청자가 30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바른정당 지역위원장 출신들의 신청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일부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경우 이미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 등과 접촉하며 한국당행(行)을 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 안팎에서는 “한국당 당협위원장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들도 상당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2020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에 “지역위원장 공모가 분당의 전초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도 손학규 대표는 한국당행이 거론되는 일부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갈 사람은 가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한국당이 자기네들 정체성이 부족하니 보수대통합이라며 바른미래당으로 분칠해서 분식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한국당 중심의 야권재편에 선을 그었다.

김병준의 살 길은 숫자 싸움?
김병준 위원장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그가 이런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은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보수의 종가’로 100석이 넘는 국회의원을 가진 ‘세력의 우위’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숫자의 우위를 바탕으로 과거 바른정당 탈당사태와 같은 ‘제2의 탈당사태’를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학규 대표의 특별재판부 승부수에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이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굴러들어온 돌로 당내 친박 등을 쳐내는 인적 쇄신을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라는 관측이다. ‘전원책’이라는 칼 대신 새로 들어온 칼로 소위 ‘진박’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 탄핵에 책임있는 당내 세력을 정리하고, 황교안 전 총리 등 외부 영입인사로 새로운 ‘흥행몰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등에 업은 여권과 자웅을 겨룰 수 있다는 계산이 서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여의도 정치권에서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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