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취업자 17명, 재취업 후 공정위 224회 출입
공정위 재취업자 17명, 재취업 후 공정위 224회 출입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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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91회 방문’ KT 재취업자, 회사 임원들 대동해 위원장·상임위원 등 만나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갑)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갑)

공정위의 조직적인 도움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들이 재취업후 공정위를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임원을 대동하고 공정거래사건의 ‘1심 판사’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을 만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인천 계양갑)은 이같이 밝히고, 검찰의 전면수사를 촉구했다.

5년간 90여 차례 출입한 퇴직자도
유동수 의원에 따르면, 이들 공정위 출신 재취업자들은 공정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지난 6월까지 총 224회에 걸쳐 공정위를 출입했다.

특히 KT에 재취업한 사람은 공정위를 56회(2013년 9월 25일~2018년 5월 28일), 서울사무소를 34회(2013년 11월 7일~2017년 12월 27일), 대전사무소 1회 등 총 91회 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KT 재취업자의 첫 출입기록은 9월 25일로 기록됐으나, 개인의 청사 출입 기록은 5년 보관 후 삭제되는데 비춰볼 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방문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KT 재취업자는 지난 5월28일 상임위원을 면담하면서 본인 외에도 KT 부사장과, 전무, 상무 등 3명과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만난 상임위원은 ‘접촉보고서’에 방문 목적을 단순한 ‘안부인사’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유동수 의원은 “회사 관계자 3명과 함께 안부인사차 1시간 30분간 상임위원을 만나러 왔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지난 3월 하순 KT가 우정사업본부 등에 통신회선을 공급하며 입찰가격을 담합한 혐의에 대해 공정위가 KT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한 시기와 맞물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 KT 재취업자는 2015~2016년에 집중적으로 공정위를 출입했는데, 이는 당시 통신시장에서 큰 화두가 됐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과 밀접히 관련됐다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2015년 11월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하자, 당시 임헌문 KT 매스 총괄 사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은 독점을 강화해 요금인상, 통신 산업의 위축 등 부작용을 불러 올 것”이라고 거세게 반대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7월 공정위는 “합병이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KT 재취업자는 공정위를 19차례나 방문했고, 이 가운데 5차례는 평결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임위원을 면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기업결합과(조사 담당과), 경제분석과(경제분석), 심판총괄과(심의기일 지정·변경), 소비자심판과(안건검토) 등을 출입했는데, 모두 합병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들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기 위해 관련한 부서를 출입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KT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SK텔레콤이 승리를 확신하며 언론사를 돌아다니는 동안 KT 공정경쟁담당 임직원은 세종시에 살다시피 하면서 공정위 말단 공무원에게까지 일일이 읍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동수 의원은 “공정위의 조직적인 도움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한 17명이 할 일이 없어서 혹은 안부인사차 224회에 걸쳐 공정위를 방문한 건 아닐 것”이라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방문했을 것이고, 그건 자신이 재취업한 대기업의 공정위 사건과 관련한 것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들은 공정거래사건의 ‘1심 판사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당시에 무슨 얘기가 오갔고 그게 사건에 영향을 미치거나 혹은 과징금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수사를 촉구했다. 공정거래사건에서 위원장과 상임위원 등 9명이 참석하는 전원회의 또는 상임위원 3명이 참석하는 소위원회가 재판의 1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정위 관련한 소송은 1심 없이 고법으로 직행한다. 그만큼 상임위원들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유 의원은 “재신고 사건처리 특별기간을 정하고 재심의 통해 공정위 출입한 재취업자들의 역할과 이로 인해 이들을 채용한 대기업이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 ‘절반의 성공’인가
지난 8월 16일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 불법취업 등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정위 내부의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이 임박했으나 퇴직 후 독자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워 퇴직을 거부하고 있는 ‘고참·고령자’에 대한 퇴직 유인책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퇴직 관리 방안 시행하고, 공정위가 이들의 퇴직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직적으로 불법취업에 가담한 정재찬, 노대래, 김동수 등 전 공정위원장 3명을 비롯해 12명을 입건했다.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9명을 업무방해죄로 불구속기소 처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재취업자 17명의 평균 연봉이 1억5000만 원 정도로, 업무활동비 등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 원 상당의 돈을 추가로 지원했다는 정도만 밝혔지만, 그들의 역할과 기업이 얻은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조직적인 도움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는 16개 기업(기아차, 롯데쇼핑, 롯데제과, 삼성물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신세계페이먼츠, CJ텔레닉스, LG경영개발원(2명), GS리테일, KT, 포스코건설, 하이트진로, 현대건설, 현대백화점)에 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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