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 책임자처벌로 노동개혁 시발점 삼기를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 책임자처벌로 노동개혁 시발점 삼기를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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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노조 간부 친인척의 고용 세습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기업의 채용비리가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이유다. 들끓는여론 앞에 정부도 마침내 전국 공공기관 737곳 42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전수조사,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제로와 일자리 확충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 정부가 출범한지 2년 남짓한 이 시점에서 고용 절벽 현상이 심화한 가운데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공기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악용하여 힘 있는 간부와 노조원을 중심으로 갈라먹기를 태연히 자행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법처리 대상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야당과 언론에서 연일 폭로하고 있는 비리 의혹을 ‘침소봉대’한 정치 공세라 거니 심지어 ‘가짜뉴스’라고 폄하하고 있다. 국정의 잘 잘못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 여당이 이처럼 현실호도에 급급하는 것은 일종의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정부 여당은 촛불혁명을 선도한 주력 세력 가운데 하나인 노동계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친 노조 경향의 정책이 이를 방증한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채용과정을 다 무시하고 신원조회만하라고 사측에 압박을 가하는 등 민노총이 고자세로 나오는 배경이 무엇인지 물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부 여당이 이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판에 산하 공기업은 한  술 더 뜨는 작태를 보인다. 서울교통공사는 문제가 터지자 ‘직원 친인척 조사’를 했다면서 그 응답률이 99.8%라고 밝혔으나 실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침소봉대’한 정치공세, 가짜뉴스라고 깎아 내릴 뿐만 아니라 같은 진보성향의 정의당을 포함한 야 3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 했는데도 감사원 감사가 끝난 뒤 문제가 있으면 그 때가서 보자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공세라고 거부 입장을 밝힌 여당의 자세는 한마디로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공공기관 전수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정부여당의 분위기로 보아 실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만만하게 출범한 일자리 정부가 이처럼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것은 준비 부족과 현실에 대한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고용세습을 낳은 정규직 전환과  연관하여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정부관계자 조차 ‘선언적이고 추상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노노갈등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한 사전 준비가 거의 없었음을 의한다.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가이드라인만으로도 비정규직 제로의 일자리 정부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면 지나친 안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 이번의 고용세습을 국기 문란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노동개혁이다. 이를 관철하려면 정부 여당부터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고용세습 사태를 둘러싸고 노정된 정부여당의 안일한 자세에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금할 수 없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현재의 고실업률은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이 8.8%(9월기준)에 달하는, 다시 말하면 청년층 10명 가운데 거의 3명이 실업자라는 현실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신의 직장’이 공공연하게 고용세습을 자행 한 것은 바로 청년실업자를 포함한 국민 가슴에 대못을 막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를 비판하는 언론과 야당을 비정직의 정규직화 반대로 몰아가는 등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정략적 농간을 부릴 상황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야당이 제출한 국정조사에 흔쾌하게 응함으로서 국정담당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 가슴에 박힌 대못을 뽑는 지름길인 동시에 이 정부가 추진하는 야심에 찬 적폐청산도 거국적인 지지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노동개혁의 시발점으로 삼는, 전화위복이 되도록 힘을 합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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