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의 경제비평] 부동산투기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이원두의 경제비평] 부동산투기 과연 잡을 수 있을까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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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강공에도 느긋한 시장, 초조기색 역력한 정책당국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이라는 소박하지만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인 투기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골자로 한 작년의 8‧2대책 이후 수차례에 걸친 강력한 카드를 뽑아 들었으나 약발은 아직 기대 이하이다. 그렇다고 전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한달 동안 서울 아파트 값 상승 폭이 3분의 1수준으로 꺾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것이 투기수요의 감소를 의미 한다기 보다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 일단 숨을 죽이고 흐름을 관망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패턴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공급이 달리는 지역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앞으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과 개연성이 있는 지역에 선제적으로 투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방법이다. 현재 정부와 실수요자를 괴롭히는 투기는 특정 지역의 공급부족을 노린,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굴리기다. 부동산 투기의 싹이 튼 것은 본격적인 경제개발과 이에 따른 도시에로의 인구집중으로 토지 주택 수요도 급증한 60년대부터다. 초기에는 주택이 아니라 토지가 대상이었다.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확대로 토지가치가 급상승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60년대 이전까지 가치 있는 부동산이라면 농토와 조상 무덤이 있는 선산정도가 꼽혔을 뿐이다. 구한말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처럼 ‘원시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노다지를 캐어 10여년 만에 1백배나 되는 폭리를 챙긴 ‘전설적 인물’이 두 사람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둘은 모두 일본인이다. 오사카 고햐쿠이 상점 부산지점장으로 부임한 하자마 후사타로는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892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투자에 나서 부산일본거류지 11만평의 3분의 1을 소유, 거류일본인 상대로 투기차익을 챙기면서 경부선, 경의선 철도 예상노선 지역의 토지를 매점했다. 절정기의 그가 소유한 토지는 경상남도에만 무려 2600정(町--1정은 3천평)에 달했다고 한다.

또 한 사람 허기노 야이치는 무역상인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와서 무역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 ‘죽을힘을 다해’ 토지를 매집했다. 청일전쟁 전에 평당 1전5리~1전 7리로 대량 매입한 땅과 주택이 10년 뒤 노일전쟁(1902년)이 끝나고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자 무려 1백배로 값이 뛰어 벼락부자가 되었다. 전설적이라면 전설적인 이 두 사람의 투기 성공은 구한말의 뒤쳐진 경제 감각의 허를 찌른, 일종의 수탈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투기에 성공한 전설적 사례인 것도 사실이다.

토지에 이어 주택투기는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70년대에 들어서 부터이다. 아파트는 주택에 대한 기존 관념과 인식을 뒤바꿔 놓은 일대 변혁의 상징, 부의 상징으로 각광을 받았다. 마침내 주거용이 아니라 거래가 손쉬운 내구성 상품으로 변했다. 대형건설사가 벽돌 찍어내듯이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이처럼 뿌리가 깊은 부동산 투기를 단기간에 잡는 것은 쉽게 말해서 ‘정책의 욕심’이다. 역대 정부가 대책을 내 놓을 때마다 시장은 춤을 췄고 값은 폭등했다. 투기를 잡기 위해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규제지역 신규청약에 당첨, 입주했을 때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팔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하는 국토부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은 지금까지 나온 투기 대책 가운데 위헌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가장 강력하지만 오히려 정책당국의 초조로움을 읽게 한다.

 정책과 법의 빈틈을 읽고 찾아내는 능력은 시장을 당할 수 없다. 이쪽을 죄면 저 쪽이 터지는 이른바 풍선효과만 반복 되는 이유다. 특정지역의 양도세 중과를 골자로 한 8‧2대책으로 증여가 급격하게 늘어 종부세를 낸 10대 20대가 1천명을 넘어섰다. 중과되는 양도세가 아니라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이 득이라는 판단에 따른 변화이다. 부부합산 연봉 1억이 넘으면 자격을 주지 않기로 한 서울장기전세 주택에 신청자가 기대이하로 나타나자 고소득자도 입주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공택지 지정을 학대하자 곳곳에서 엇박자 항의가 줄을 잇는다.

이미 분양까지 끝난 곳을 지정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야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들고 나왔으나 지방자치단체 반대에 부딪혀 엉거주춤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투기자본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없다 시피 한 오피스 텔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갭 투자의 주력세력인 이른바 단타족의 경우지난 5년간 수익이 두 배로 늘어났는 다는 통계도 있다. 은행대출을 죄고 있으나 내 돈으로 투자하는 것까지 규제할 수는 없는 것이 정책의 한계이다. 자칫하다가는 부동산 대책이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시장과 맞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이라는 소박하지만 벅찬 과제를 이루려면 대증요법이나 응급처방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선 투기지역의 공급확대가 선결 과제이다. 생활 인프라가 열악한 외곽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해 봤다 효과가 별로 없다. 그 다음으로는 리츠를 비롯하여 부동산 시장에 떠돌고 있는 돈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성질이 난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상대방을 결코 이길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힘으로 시장과 맞선 경우 그 결과가 어떤지를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성공한 것은 아주 특수한 경우, 시장 자체가 붕괴하여 기능을 상실했거나 상실 직전에 놓였을 때에 국한 된다. 아파트 평당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선 것이 시장붕괴나 시장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눈앞의 실적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 본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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