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계열사, 채용서류 무단 폐기...성차별 증거인멸 '의혹'
삼성금융 계열사, 채용서류 무단 폐기...성차별 증거인멸 '의혹'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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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성차별 채용 드러나면 임직원들 사법처리"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단 폐기 행위 증거인멸에 가깝워"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삼성금융 계열사들이 채용서류를 모두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성차별 채용 의혹이 제기된 금융회사 18곳을 상대로 근로감독에 나섰다. 이 중 6곳은 채용서류를 무단 폐기했다. 6곳 중 4곳이 삼성그룹 계열사다. 

지난 22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부로부터 ‘금융권 성차별 근로감독 중간 결과’를 건네받았다. 이 자료에는 점검 대상 금융기관 18곳 가운데 6곳에 과태료가 부과됐다. 8곳은 서류 조사 결과 문제가 없어서 ‘행정종결’을 했고, 4곳은 추가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처리 중’이다. 
과태료가 부과된 6곳은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서 1위 업체다.

노동부는 설 의원에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6곳에 과태료를 부과한 이유에 대해 ‘채용서류 미보존’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3조(관계 서류의 보존)에 따라 사업주는 채용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노동부는 사전실태조사를 통해 이들 업체가 성차별 의심사업장으로 분류돼 근로감독에 나섰지만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은 노동부 조사 과정에서 “채용절차법에 근거한 ‘내부 지침’에 따라 채용 관련 서류를 폐기해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채용절차법에 따라 폐기해야 하는 서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 구직자가 작성한 서류일 뿐이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보존 대상 서류는 채점표 등 회사가 작성한 채용서류이기 때문에 자료를 폐기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삼성과 한화의 금융계열사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채용서류 미보존은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만, 부당 채용이 드러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모집과 채용)에 따라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 않고 대표이사 등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경우 범행을 저지른 임직원이 사법처리되는 것을 뜻한다.

설 의원은 “사업주가 성차별 채용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채용서류를 무단 폐기한 행위는 증거인멸에 가깝다”며 “철저한 수사로 범행을 교사 또는 방조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성차별 근절을 위해 근로감독에 나서는 한편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응시자 중 여성 비율과 최종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거나 최종합격자 중 여성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회사 또는 서류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 지원자 남녀 성비를 확인할 수 없어 악용 소지가 있는 회사를 위주로 금융기관 18곳을 선정해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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