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주총 '법인 분리' 기습 의결...이동걸 협상 실패 '책임론'
GM 주총 '법인 분리' 기습 의결...이동걸 협상 실패 '책임론'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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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법인을 둘러 분리하는 안건 단독 주총 통과시켜 논란
김선재 "4월 산업은행 8000억원 지원...시간 쫓겨 협상 실패"

한국GM이 법인을 둘로 분리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법인 분리가 '먹튀' 수순이라며 반발해 온 한국GM 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주총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법적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GM이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조직 분리 및 법인 신설 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노조원 수십 명은 인천 부평 본사 사장실 앞을 봉쇄하는 등 주총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주주총회가 무산될 위기에 몰리자 다른 장소에서 주총을 열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산은 측은 노조 저지로 주총에 아예 참석하지 못했다. 결과만 한국GM측으로 부터 일방적 통보받았다.

법인을 새로 만드는 중요한 경영 결정을 내리면서 1대 주주 GM(지분 77%)이 2대 주주인 산은(지분 17%)을 아예 '패싱'한 만큼, GM과 산은은 또다시 첨예한 갈등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노조와 산업은행은 강력 반발했다. 노조는 법인 분리는 추가 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을 위한 선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가장 난처한 상황이다. 지난 4월 말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약 7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를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GM으로부터 '10년간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산업은행은 GM의 일방 독주에 끌려다니다가 불과 6개월 만에 제대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혈세만 투입하고 할 말도 못하는 엉터리 협상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GM이 지난 7월 1만여 명의 직원 중 디자인센터·기술연구소 등 연구·개발 인력 3000여 명을 분리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GM은 미국 본사와 이 연구·개발 법인이 직접 소통할 예정이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법인 분할로 소수 주주의 지분 가치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이 같은 산업은행의 주장은 한국GM에 의해 무시됐다. 산업은행을 패싱시키고 단독 주총을 열어 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법인 분할은 정관상 특별결의사항에 해당돼 GM 단독으로는 의결할 수 없는 안건이라며 의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역시 황당하는 입장이다. 분할을 반대하자 주총 장소를 옮겨 분할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허를 찔린 셈이다.

이복남 금속노조 한국GM 부지부장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건 (법인 분리가) 축소를 통해 매각과 먹튀 수순이라고 본다"면서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78%의 동의를 얻었다. 다음 주 월요일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총파업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주총 결과를 일방 통보한 것에 대해 "주총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법인을 분할하는 것은 지난 4월 협상에서 보장한 거부권 행사 대상"이라며 "GM과 노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단독 의결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안에 연구개발 법인 설립을 마무리해 곧바로 신차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부닥쳤다. 당시 GM과 협상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2대 주주로서 발언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사실을 증명시켰다. GM이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방적 경영권 행사가 예상되면서 산업은행이 저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선재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소장(성결대학교 교수)는 "지난 4월 GM과의 협상 실패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GM이 철수하면 대량 실업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시간에 쫓겨 협상을 하는 바람에 시작부터 협상력을 잃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눈앞의 불만 끄고 보자는 식으로 일단 위기를 무마하려는 산은과 협상에 관여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의 문제는 오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집중 검증할 예정이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태를 해결해야 할 산은의 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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