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혁진 기자 현장취재] 강서구 PC방 살인사건..."형의 살인현장에 동생 있었다"
[오혁진 기자 현장취재] 강서구 PC방 살인사건..."형의 살인현장에 동생 있었다"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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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문 변호사 "심신미약 인한 감형 가능성 낮아"....청 청원 "강력처벌 원한다"
경찰 살인사건 현장 있던 가해자 동생 초등수사 부터 배제...부실 수사 논란 확산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이 발생한 장소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이 발생한 장소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을 향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강서경찰서가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이다. 이 사건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PC방에서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20대 PC방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말다툼 끝에 살인을 저질렀다. 

가해자의 동생이 현장에서 형을 도왔는지 여부가 의혹의 핵심이다 .살해 현장에는 가해자의 동생이 있었다. 특히 형의 행동을 전혀 제지하지 않고 도운 것처럼 보이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이 초동 수사 과정에 동생을 수사에서 배제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가해자가 10년 째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다는 점을 들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지난 에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면서 심신미약이 형 감경사유가 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강서구PC방 살인사건, 또 심신 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느니"면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적혀 있다.

해당 청원에는 19일 오전 7시20분 현재 43만8500여 명이 참여해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명의 배를 넘겼다.

살인사건 왜 발생했나

사건은 지난 14일 오전 8시 11분에 일어났다. 당일 가해자 김모(31)씨는 ‘PC방 테이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와 말다툼하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씨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씨에게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실랑이가 길어졌다. 상황을 지켜본 시민들의 신고에 의해 출동한 경찰관은 두 사람을 제지하고 상황을 중재했다. 경찰은 상황을 종료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김씨는 극도의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채 PC방에서 300여m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다시 PC방에 왔다. PC방 앞에 서 있던 신씨를 보자마자 주먹을 휘두른다. 이후 흉기를 꺼냈다. 동생은 가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씨가 넘어지자 김 씨는 흉기로 신씨를 수십차례 찔렀다.

경찰관이 돌아간 지 불과 6-7분만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신씨는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11시경에 사망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청와대 청원 게시판

동생은 왜 형의 살인을 막지 않았나?

10월 18일 새벽 1시 경에 <오혁진 기자의 현장취재>는 14일 PC방 살인사건을 취재하기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PC방을 찾아갔다.  살인 사건 현장은 정리된 상태였다. 불과 4일 전에 대형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라고 믿기지 않았다.

PC방은 정상운영 중이었다.

기자는 PC방 인근 상가들을 탐문해가며 취재를 했다. 한결 같이 가해자의 동생이 살인현장에 있었는데, 형의 살인을 수수방관했고, 오히려 돕는 듯한 액션을 취했다는 증언을 했다.

상가 관계자는 "14일 오전 8시 11분 사건 발생 전에 한차례 경찰이 왔다. 20분전인 7시 50분 쯤 피해자가 경찰 측에 '협박을 받고 있다. 너무 무섭다.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김 씨와 신 씨가 말다툼 이후에 경찰이 출동해서 아무런 대처없이 중재한 뒤 김 씨를 집에 가라며 놔줬다. 김 씨는 당시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경찰이 30분이라도 김 씨를 안정적인 상태가 되도록 조치를 취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살인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동생에 대한 공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형의 살인을 막기는 커녕 도왔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증인들은 김씨의 동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곧 동생도 공범이라는 주장이다.  

살인사건 현장 공개한 JTBC화면 캡처
살인사건 현장 공개한 JTBC화면 캡처

동생의 공범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CCTV영상이다.

17일 JTBC에서 일부 공개된 영상에는 신씨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자 동생은 가해자가 향한 곳으로 급하게 뛰어간다. 가해자는 쓰레기를 버리고 PC방으로 들어가려던 신씨를 덮친다. PC방에 있던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한다. 동생은 현장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가해자는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체포됐다.  CCTV에 영상에 비친 동생은 가해자가 신씨를 살해 과정에서 피해자의 발목을 붙잡은 것처럼 보인다. 이것만 본 다면 공범이다.

증인들은 김씨의 동생이 공범이라고 증언한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은 다르다. 동생은 살해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공범은 아니라는 것이다.

18일 오후 1시 서울 강서경찰서도 8분짜리 CCTV영상을 공개한다. 사고 현장에 가해자와 가해자 동생이 함께 있었다. 가해자를 제지하려는 모습이다.

경찰 측은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형을 말리는 장면도 있다. 또 동생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 '신고해달라'고 외치는 장면도 확인됐다. 형이 달려나간 사이 동생은 PC방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가 관계자는 강서경찰서 측의 해명이 일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상가 관계자는 “어이가 없는 해명이다. 동생이 말렸던 것이라면 형을 말렸어야지 무슨 신씨를 붙잡고 있느냐. 내가 바로 옆에서 봤다. 사건 발생 6분 전 동생이 담배를 피며 김씨에게 말했다. 신씨가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어디어디로 갔다며 위치를 파악했던 게 당시 김씨의 동생의 행동이다. 말리려고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하겠다고 했으나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수사를 하고 했다고 생각된다. 김씨의 단독범행이 아닌 김씨와 동생의 계획범행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가해자 단독 범행 결론 수사 종결

경찰은 살해 현장에 있던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는 게 결론이다. 경찰 측은 사실상 가해자 단독 범행으로 수사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본지는 경찰서를 찾았다. 담당 경찰관은 부재 중이었다. 경찰관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동생을 피의자 신분 소환 계획을 묻자 “이미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PC방 인근 상인과 증인들의 증언은 경찰에서 무시됐다고 토로했다. 

상가 관계자는 "경찰 수사는 마치 짜맞춘 것처럼 진행됐다. 공범인 동생은 애초부터 수사를 하지 않았다, 형의 단독범행으로 몰고 갔다"고 했다.

범죄 세탁 움직임

김씨는 우울증약 복용으로 심신미약 상태라고 호소했지만 구속됐다.

서울 남부지법(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살인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 후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가해자 김씨는 범죄 세탁에 들어갔다. 김씨는 10년 째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감형 이유가 된다. 이런 이유에서 네티즌들이 강력처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백성문 변호사는 18일 JTBC에 출연해 "우울증이 범행을 발현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되면 모르겠지만, CCTV영상을 기초로 했을 때 이번 사건의 경우 심신미약 감형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계획 범죄인지 우발적 범죄인지 판단 할 때는 흉기가 처음부터 현장에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가서 준비해 온 것인지를 두고 판단을 많이 한다. 이번 사건은 현장에 있었던 흉기를 집어 든 사건이 아니고, 집에 가서 흉기를 들고 나왔다. 우발적 살인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고, 경찰 입장에서도 현재까지는 계획살인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에 따르면 심신미약 등의 심신장애는 처벌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형법 제10조에 입각해 심신상실로 무죄를 선고받거나 심신장애로 감형된 경우가 존재한다. 그러나 해당 법 조항이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심신미약에 대한 규정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돼왔다.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심신상실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심신장애 여부'에 해당하는 생물학적 요소와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의 미약 여부'를 따지는 심리적 요소가 고려된다. 또 1999년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해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PC방 살인사건의 현장, 주변 인물, 경찰관 등을 만나 사건을 취재한 결과, 우발적으로 발생한 살인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우발적 살인, 의도적 고살 (voluntary manslaughter)은 사람을 욱하는 마음에 사전계획없이 살해하는 일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논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서 경찰의 초동 대응은 어처구니없는 수준”이라며 “단순히 싸움만 말리고 돌아갔는데 격리든 귀가조치든 대책이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1차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갔을 때는 격렬하게 싸우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PC방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단순한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면서  “1·2차 신고가 있었는데 1차 신고는 PC방 자리 문제로 직원과 시비를 붙은 것이었고 급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결됐다”며 “그 이후 피의자가 (집에 갔다가) 흉기를 들고 돌아오면서 다시 2차 신고가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동생 공범 논란에 대해 “CCTV 영상과 목격자 및 피의자 진술을 종합할 때 피의자 동생을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하지만 의혹에 대해 영상 분석을 더 세밀히 해서 공범 여부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하는 20대 초반 청년과 직업없이 PC방을 찾은 30대 남성이 사소한 말 다툼으로 시작하여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  직업도 없는 청년들의 고용참사와 불안한 미래가 만든 참극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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