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무덤 '무차입 공매도'외국계 투자자 69곳 적발....처벌은 솜방망이
개미 무덤 '무차입 공매도'외국계 투자자 69곳 적발....처벌은 솜방망이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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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금융투자사 71곳 적발,...69곳이 외국계 회사
공매도 피해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에게 전이...제재 강화 필요성 대두

개인투자자의 피를 빨아 먹는 불법적 투자방식인  '공매도'가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시망을 뚫고 외국계 투자회사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공매도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가 최근 5년간 71곳이다. 이 가운데 69곳은 외국계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상 무차입 공매도는 사후 적발만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불법 행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외국계 투자자 공매도로 개미만 죽여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공매도 현황(2014-2018.8)'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무차입 공매도로 당국의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는 71곳으로 집계됐다.

제재 대상 71곳 중 69곳은 외국에 본사를 둔 기관투자자였다. 미국이 27곳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13곳), 영국(11곳), 영국령 케이맨제도(3곳) 등의 순이었다.

이와 관련 당국 관계자는 “회사명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계 연기금, 펀드, 기관투자자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락 예상 종목 주식 보유하지 않고 매도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로 매도 주문을 내서 수익을 꾀하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종목을 빌려서 1000원에 팔고, 900원에서 사서 갚으면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100원의 이익이 나는 것이다.

공매도 제도는 국내를 비롯해 선진국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다.  실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한다.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실제 확보하지 않은 주식을 팔았다가 결제일에 주식을 채워 넣지 못하면 결제사고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인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은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공매도 제도의 역기능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공매도 호가 규제(업틱룰) 등 다른 나라에 견줘 강도 높은 규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당국은 증권사가 공매도 주문을 중개할 때 반드시 주문을 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을 빌렸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관이나 외국투자자들은 이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처럼 검증이 허술하다 보니 결제일(3거래일 이후)까지 주식을 채워 넣으면 불법 공매도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더구나 주식을 빌리려면 매도금액의 40%를 증거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개인과 달리 기관은 증거금을 요구 받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외국계 기관은 얼마든지 무차입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주식을 빌릴 때 국내 기관(16%)보다는 외국 기관(84%)을 찾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끼리끼리 불법 공매도를 저질렀을 개연성이 높다는 추측이다.

2015년 한미약품 사태는 공매도 민낯

실제 2015년 9월에 발생한 한미약품 사태를 보면 공매도의 문제점을 알수 있다. 9월30일 개장 후 한미약품 주가는 5%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전날 장 마감 후 한미약품이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대형 호재를 공시했기 때문이다. 호재만 믿고 한미약품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충격에 빠졌다.

이날 오전 9시29분 한미약품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해 7월 맺은 85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돌발 악재에 한미약품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18% 급락한 50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최고가인 65만4000원에 한미약품 주식을 샀다면 하루에만 23.24%의 손해를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대규모 공매도로 오히려 이득을 봤다. 이날 전날의 10배가 넘는 10만4327주의 공매도가 나왔다.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인 오전 9시부터 9시30분까지 이날 공매도의 절반 가량인 5만566주가 쏟아졌다. 공매도의 주체는 기관 3만9490주, 외국인 9340주, 개인 1736주로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악재 공시 전에 공매도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정보 유출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정보 유출이 사실이라면 이 정보를 공매도에 가장 잘 이용한 주체는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공매도 제재 수위 매우 낮아

상황이 이런데도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는 상당히 낮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재를 받은 71곳 중 45곳(63%)은 당국으로부터 ‘주의’만 받았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곳은 26곳에 그쳤다. 가장 높게 부과된 과태료 액수도 6,000만원(현행 법상 1억원이 최대)에 불과했다.

471억원 규모의 공매도를 한 홍콩 회사에 부과된 과태료는 1,500만원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이들 26곳 중 7곳은 아예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

금융위는 해당 회사에 과태료 납부 통지서를 보낼 뿐 미납 과태료를 내라고 강제할 방법도 없다.

김병욱 의원은 “최근 드러난 무차입 공매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제재 수위 등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소장(성결대학교 교수)는 "공매도 시장의 비대칭성이 문제"라며 "한국은 미국 등과 달리 차입 공매도만 허용한다. 개인은 주식 차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애당초 개인과 기관 간에 게임의 룰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이 증권사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을 유지한 게 문제다. AI시스템을 도입하여 사전에 공매도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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