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입맛 따라 처분 변경...수상한 대기업 봐주기 '의혹'
공정위, 입맛 따라 처분 변경...수상한 대기업 봐주기 '의혹'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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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하도급 위반 처분이 담당 조사관 퇴직 후 무혐의로 변경 '왜?'
퇴직 전 서명한 인수인계서와 다른 축소‧변경된 인수인계서도 확인

공정위 퇴직 공무원을 통한 ‘대기업 봐주기’ 관행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한 공정위 퇴직 공무원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메일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서 퇴직한 이상협 전 서기관은 명예퇴직을 하루 앞두고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내부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에는 본인이 조사하고 위반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결제에 올린 사건이 ‘무혐의’에 해당하는 심사절차종료로 처리된 데 대한 부당함을 알리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사건은 피해업체 이재만 대표가 공정위에 3차례에 걸쳐 신고를 한 사건이다. 이 대표는 1차로 2010년 10월 신고한데 이어 2012년 1월에 재신고를 하고, 2013년 11월 3차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 전 서기관은 마지막 3차 신고에 사건을 배정받았다.

이 전 서기관은 서류를 검토하던 중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고 한다. 재신고 때 제출된 신고서는 로펌을 통해 작성되어서 그런지 위법성에 대한 근거자료가 충분했는데 조사 결과는 무혐의에 해당하는 심의절차종료로 마무리되었기 때문. 그는 다시 조사하면서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결제까지 올렸다.

이 전 서기관은 정기 인사이동에 따라 타 부서로 이동했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서를 상세하게 작성해 서명했다. 인수인계서에서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건은 일단 안건상정 결재를 올렸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근거자료 후속조치에 대한 내용도 상세하게 기록했다.

공정위 이상협 전 서기관이 당초 서명한 인수인계확인서. (자료=성일종 의원실 제공)
공정위 이상협 전 서기관이 당초 서명한 인수인계확인서. (자료=성일종 의원실 제공)

문제는 인수인계서가 축소‧변경되어 있는 것을 나중에 확인하게 된 것이다. 상세한 내용은 간략한 사건이름으로 축소됐고, 안건상정 결재 부분은 삭제됐다. 이 전 서기관은 “분노가 치밀며 평생 바친 직장에 대한 배신감과 국가를 위해 일했다는 사명감이 무너지는 기분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심경을 밝혔다.

재작성된 인수인계확인서. (자료=성일종 의원실 제공)
재작성된 인수인계확인서. (자료=성일종 의원실 제공)

이 전 서기관이 김상조 위원장에게 보낸 메일은 조사결과에 대한 첨부자료와 함께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하청업체)를 거의 거덜을 낸 위법성이 큰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물려받은 후임은 조사출장 등 바쁜 와중에서도 다 끝낸 사건을 다시 뒤집어서는 심의절차종료 등으로 끝내서 피심인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 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이어 “심사보고서 증거자료(TCI 관련 감액 등)은 2015년 말경 ****에 대한 직권조사에서 확보한 하도급법상의 감액관련 자료입니다.(자기들 표현으로는 ‘매출차감’) 500억 규모이입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공제(감액) 합의서 등도 다수 확보하였습니다. 고문로펌인 ***이 여기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문건, 해당 업체 감사실이 이의 문제성과 관련해 회장에게 보고한 문건 등도 당시 확보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올초에 이에 대한 심결이 났는데 법위반금액(감액금액) 3억원으로 해서 해당 업체가 8천만원 정도의 과징금만 받았습니다.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소속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하도급 관련 사건 처리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20일 심사절차종료로 이 사건이 정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 전 서기관은 15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피해업체 이재만 대표와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게 됐다. 이 전 서기관은 “시장의 정의가 되어야 할 공정위의 조직적인 무마 지시에 따른 대기업 봐주기 관행,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며 증언에 앞선 심경을 밝혔다.

성일종 의원은 “먼저 퇴직 공무원의 사명감에 경의를 표한다”며 “시장의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는 공정위가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로 전락하고 있는데, 내부 부패가 곪을 대로 곪아 있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이어 “이 사건에만 국한된 개인 일탈의 문제는 아니며 퇴직 후 일자리 보장을 위한 조직적인 관행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만큼, 이번 국감을 통해 공정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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