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0년간 한 곳에서 늘 빛났던 샘물, 배우 권병길
[인터뷰] 50년간 한 곳에서 늘 빛났던 샘물, 배우 권병길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8.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주년 기념극 '푸른 별의 노래' 10월 29일 개막
권병길 "나의 삶을 작품에 담았다. 작품을 통해 삶의 해답을 찾아갔으면 해…"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 세월에 대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

우연한 기회를 통해, 문화예술계에 살아있는 거목, 배우 권병길 선생님을 만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연기에 올인해 왔다. 올해 일흔 셋이 된 그는 5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열심히 준비 중이었다. 대학로 예술 극장의 한 카페에서 선생님을 만나, 연극과 연기 그리고 문화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자기 소개를 하자면. 

▲ 나란 사람이라, 일단 어릴 적부터 연극과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가 운명적으로 내가 이 길을 가야겠다는 것이 내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유년시절부터 극장을 자주 갔었고, 영화를 많이 봤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연극부에 들어가 활동을 했다. 전국에서도 손꼽혔다. 고등학교 때도 연극부에 들어갔었는데, 몸이 좀 아파서 학교를 쉬었다. 이후 몸이 회복되고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기(대학로) 남아있는 사람이다. 

- 50년이라는 시간. 엄청나다. 

▲ 올해 50주년 기념 공연을 기획했다. 일평생 여기서 연극을 했다. 기념이라고 말 하긴 뭐 하지만,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서 극을 기획했다. 예전에 비해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주위에서 50주년 기념 축하를 해준다. 그래도 내가 직접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작품도 직접 썼다. 혼자 잔치를 벌이려고 하는데, 인터뷰가 와서 놀랐다. 

 

-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작품 활동을 해왔다. 큰 격차는 없겠지만 매체를 옷으로 표현했을 때, 연극이라는 옷이 가장 잘 맞았다고 생각해 50주년 기념으로 극을 올리는 것인가. 

▲ 연극은,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좀 순수하고, 본래 가지고 있는 꿈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장이 바로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드라마도 모두 다 그렇겠지만, 일단은 연극이란 매체가 비교적 직업적 의식이 좀 강하게 노출되는 것 같다. 표현 자체도 마음껏 솔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50년간 갈고닦아왔다.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후회하지 않을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이 나에게 제일 잘 맞았고, 그래서 선택한 것 같다. 

돈키호테 역 권병길

 

-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없나. 

▲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많다. 개성 있는 역을 주로 했었다. 상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만, 나는 좀 더 개성 있고, 특별한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캐릭터는 코미디가 형성되어 있더라. 뭔가 평범함 이란 것에서 이탈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코미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작품에서 오히려 더 실감 나기도 했다. 

그중 한 작품을 꼽아 보자면, 돈키호테에서 주인공 돈키호테 역이 아닐까.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아주 독특하고 개성 있고, 내적으로 외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런 역을 잘 했던 것 같다. 재밌었고, 아무나 이 역을 맡아 표현해 낼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 아쉬웠던 기억은? 

▲ 그러니까 내가 독특하고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니 긴 작품을 끌고 가는 역의 경우 하고 싶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그런 극의 경우 주로 체격 좋고 잘생긴 사람들이 맡지 않나.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간수 뚜브 역의 배우 권병길 / 사진 뉴시스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간수 뚜브 역의 배우 권병길 / 사진 뉴시스

 

- 충분히 좋은 배역을 맡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 사실 그런 역할을 맡아 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 그래서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은 나이도 많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 못할 것 같아 아쉽다. 그렇지만 이번 연극 '푸른 별의 노래'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거기서 살짝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웃음) 

-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 준비기간도 길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 

▲ 우선 작품에선 인물이 가장 중요하다. 배우라면 맡은 배역, 인물에 대해 본능적으로 터득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우들과 연출이 잘 맞아야 한다. 연출가와 배우가 맞지 않는다면 백이면 백 전부 실패하게 된다. 보통 연출가가 역할에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성공적으로 올리기 위해 배우와 연출, 연기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연출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배우들은 알맞게 표착하고 연기하는 게 제일 좋다. 그 포인트를 선천적으로 잡는 경우도 있고, 분석해서 잡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라면 더 열심히 공부도 해야 하지만, 천부적으로 타고나야 살아남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이 자기들이 쓴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 보러 온 관객들이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중요한 말일 수도 있다. 

▲ 맞다. 그래서 나도 후회하지 않도록 연습을 한 달 전부터 시작했다. 공연 올라가기 전까지 더 열심히 해서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하길 바라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자발적인 노력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작에서부터 극작, 연기, 무대까지 다 하고 있다. 정신이 없다. 책임감이 점점 커지고 무겁다. 1인 극의 경우 극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중요하기 때문에 컨디션도 챙겨야 해서 더 힘든 것 같다. 

 

-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땐 주로 무얼 하나. 

▲ 배우라는 직업이란 생각하는 직업이고, 인간을 연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사람을 보고 연구하고, 건강관리를 하는 것 같다. 이런 걸 계속 되풀이한다. 교양도 쌓기 위해 책도 읽는다. 이런 것들을 쉴 새 없이 한다. 한가할 수가 없다. 끝없이 머리도 움직이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엔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도 해보고, 고쳐라 이런 말도 해보고 있다. 순수를 유지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적응하면서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게 되면 연기자로서 낙제라고 생각한다. 

잘 된 배우란 어떤 배우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인생은 다 비슷하게 가더라. 나는 순수와 감정, 그리고 꿈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걸 지키면서 배우를 해야 샘물처럼 새로운 연기가 나오기도 하고, 내적인 인품을 유지하면 상대한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못 나고 착하지도 않은데, 다른 사람이 그 연기를 보면 내면적인 연기가 나오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빛을 바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야 관객이 공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속의 젊은이 中
사진속의 젊은이 中 남자 역

- 학생들 혹은 후배들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내가 빠져서 연극을 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빠지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배우의 길에 들어감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독서와 사색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리고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보는 경향이 있다면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체를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런 안목을 길러서 사고하고 독서하고 삶을 돌아보고, 제3의 인물들을 관찰해서 풍부한 상상력과 내적 교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자기가 잘 알아서 정리해야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푸른 별의 노래는 지금까지 내가 얘기했던 모든 것을 함축해서 만든 연극이다. 연극과 영화의 역사고, 그 역사 속에서 나 권병길 이란 배우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많이들 작품을 봐줬으면 한다. 옛날분들은 향수와 추억을 느낄 수 있고, 젊은 분들은 옛날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내 작품을 통해 앞으로 새로운 해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권병길 1946, 11,5일생.

작품 경력
1968, 차범석작 박완서 연출
불모지 데뷰,
1969, 소극장 운동시작,
1974, 극단 신협 입단.
작가미상, 최현민 연출
윤지경전. 
한로단 작 박암 연출
신바람.
1975, 
극단 자유 입단~현재까지.
샤뮤엘 베케트작 최치림 연출
승부의 종말.
박우춘작 김정옥 연출
무엇이 될고 하니(1978)
스칼페타작 김정옥 연출
따라지의 향연(1980)
이강백작 김정옥 연출(81)
족보(81)
김정옥작 김정옥 연출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84)
권병길작 권병길 연출.
거꾸로 사는 세상 1인극(88)
세르반데스작 이상춘 연출.
동키호테(1991)
섹이스피어 작 김정옥 연출
햄릿(93)
김정옥작 최치림 연출,
꽃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2014)
권병길작 서영석 연출
푸른 별의 노래(2018) 준비중.

그외 연극 100여편,

영화
내머리 속의 지우개.
그때 그 사람들.
공공의 적.
식객.
그 외 30여편.

Tv드라마.
공룡선생.
스트라디 바리우스 문을 열어 주세요,
종이 학.
어른들은 몰라요.
등 다수.

1979, 12
한일 연극 교류차 
도교. 오사카. 나고야.
김정옥 연출 무엇이 될꼬하니,
주머니 속의 탱고 공연.

프랑스 렌느 연극 훼스티벌 참가 공연.
스페인 씨저스 훼스티벌 참가.
네델란드 암스데르담 초청공연 참가.
박우춘작 김정옥 구성 연출
무엇이 될꼬하니.

1983,
프랑스 (NANCY 세계 연극제) 참가 공연, 
파리 공연.
튜니지아 하마메트 국제 연극 훼스티벌 초청 공연.
김정옥작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1984,
일본(동경.오사카.오끼나와 히로시마. 삿보로. 아사이가와) 초청공연.

프랑스 칼까죤느 ,쏘피아 앙티 포리리스 훼스티벌 참가 공연.
스페인 바르셀로나 훼스티벌.
스페인 말라가 훼스티벌 참가 공연.

1994,
프랑스 (롱쁘앵 극장 공연)
독일 본 섹이스피어작  김정옥 연출 햄릿공연.

수상.
1981,
대한민국 연극제 신인 연기상.
이강백작 김정옥 연출 족보.

1995,
올해의 연기자 선정.
연출가 그룹상.
서울 연극제 연기상 수상.
1996,
동아 연극상 연기자상 수상.
2003,
국제 극 예술협회 영희 연극상 수상.
2010,
최우수 예술가상 수상.
2017, 연극을 빛낸 사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