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식의 미래산업이야기] 깨지지 않는 유리와 소리를 전달하는 유리
[홍유식의 미래산업이야기] 깨지지 않는 유리와 소리를 전달하는 유리
  • 홍유식 교수
  • 승인 2018.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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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깨지지 않는 유리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
엉뚱한 발상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에너지가 된다.

‘유리(Glass)’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깨지기 쉽다라는 것이다. 깨지기 쉬운 유리잔을 이제 아장아장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이들이 가지도 놀고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마도 가지고 놀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산산 조각으로 부서져서 날카로운 파편을 이룰 유리잔을 생각하면서 당장 달려가서 위험한 유리잔을 빼앗으려 들 것이다. 그런데 유리가 깨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런 유리가 있기는 한 것일까?

유리잔도- 중국 장가계의 명소로 중국인들도 기겁하는 곳이다.
유리잔도- 중국 장가계의 명소로 중국인들도 기겁하는 곳이다.

 

대학 시절의 어느 봄날, 축제가 시작되었을 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축제로 사람들이 붐비던 학교 마당 한 곳에서 유리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창문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판유리였다. 다만 두께가 창유리보다는 조금 두꺼워 보였다. 요즘에 건물에 많이 사용되는 외관용 유리의 두께 정도였던 것 같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벽돌을 양쪽에 가지런히 놓고는 그 위에 가져온 유리를 걸쳐 놓았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유리를 밟아 보라고 했다. 한 쪽 발을 올려놓고 힘을 주어도 유리가 그대로 있자 이제는 유리 위에 두 발을 딛고 올라서 보라는 것이었다. 유리가 깨어질 것만 같았는지 모두들 유리위에 쉽게 올라서지 못하였다. 조심조심 두 발을 유리위에 올려놓고는 유리가 깨어지지 않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들을 지었다. 지 광경을 지켜보던 나로서도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어째서 유리는 깨어지지 않았던 것일까? 

 

지금은 강화유리를 사용하여 그랜드 캐년의 절벽을 즐길 수 있도록 까지 하고 있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의 옆에 바짝 붙어서 절벽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체험하게 해주는 곳은 중국에도 있다. 잔도라고 불리는 유리로 바닥을 만들어 놓은 절벽길을 걷는 모습이 TV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마음 약한 사람은 제대로 유리로 된 길을 걷지 못하고, 그 모습을 재미있다고 시청자들은 즐기고 있다. 지금은 익숙해진 강화유리가 80년대에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깨어지지 않는 유리 강화유리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깨어지지 쉬운 물건으로 생각되는 유리는 알고 보면 그 반대로 매우 깨어지기 어려운 물건이다. 어떤 물건이 깨질 때에 작용하는 자연의 원리가 있는데 곧 가장 약한 부분 때문에 깨지게 되는 것이다. 정말로 비겁하고 치사한 원리가 아닐 수 없다. 약한 곳만 골라서 더 약해지도록 공격하는 것이 바로 깨어짐의 원리이다. 


유리는 가장 강한 것 중의 하나인 피아노 줄만큼이나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리가 만들어지고 난 후에 공기 중의 수분이 유리의 표면을 공격하면서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원자 단위의 아주 미세한 흠을 만든다. 한 번 흠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에는 흠이 자라게 된다. 그러다가 유리가 무엇엔가 충격을 받게 되면 충격의 여파가 그 흠으로 다 몰리게 되면서 흠이 갑자기 자라게 되면서 유리가 깨어지는 것이다. 

유리의자. 앉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유리의자. 앉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강화유리는 유리의 양쪽 표면 부근에 적당량의 응력을 일부러 형성해 놓는 것이다. 그러면 외부의 힘이 유리의 약한 곳인 흠을 공격하여 깨트리려 할 적에 미리 형성되어 있던 응력이 마치 저항군처럼 유리를 깨려는 외부의 힘에 대항함으로써 유리가 깨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저항군이 저항할 수 없는 아주 큰 힘이 가해진다면 어쩔 수 없이 유리는 깨어질 수밖에는 없다. 저항군 작용을 하는 응력은 유리에 균일하게 열을 가하여 온도를 올린 후에 아주 짧은 시간에 유리를 식히면서 만들게 되는데, 유리의 표면은 빨리 식는 반면에 속은 천천히 식게 되면서 엇박자가 나면서 응력이 생기게 된다. 뜨거운 유리 표면에 차가운 바람을 골고루 직접 불어 주는 것이 그 방법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아주 얇은 강화유리로 된 보호필름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유리가 얇아지면 속과 표면의 온도가 차이나도록 식힐 수 없게 된다. 얇은 유리에 저항군 역할을 하는 응력을 형성하는 방법은 두꺼운 유리와는 달리 유리 성분을 이루고 있는 특정 성분을 다른 성분과 강제로 맞바꾸게 하는 것으로 이온교환에 의한 강화라고 부른다. 


즉 유리를 이온교환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용액에 담가서 원래 유리에 있던 이온의 크기보다 더 큰 이온으로 자리를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가령 리튬이온이 있던 자리에 리튬이온보다 몸집이 큰 나트륨 이온을 집어 놓으면 원래 몸집이 작은 녀석이 있던 자리에 몸집이 큰 녀석이 비집고 들어오게 되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원소들이 불편해지면서 응력이 발생되는 것이다.  


미래에는 유리를 만들자 마자 유리 표면을 코팅하여 공기 중의 수분이 아예 유리 표면에 흠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리는 지금의 유리보다 수십 배 강해지게 될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래의 유리로부터 더 이상 약해지지 않게 해 줄 것이다. 

미래에는 깨지지 않는 유리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엉뚱한 발상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에너지가 된다. 아주 오래전에 연구소의 선배 한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남들 다 하는 거 하지 말고, 투명하지만 소리가 전달되는 유리를 개발해 봐!” 미래는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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